지하철을 타고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을 오며가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거의 다 읽었다. 일요일이지만 회사에 와서 저녁을 먹고 일을 하다가 아까 몇 페이지 남겨놓은 소설을 에필로그까지 마저 다 읽어버렸다. 충격적이다.
'너무'라는 말을 좀처럼 쓰지 않지만 이럴 경우는 '너무'라는 표현이 허용될 것 같다. 소설가가 글을 너무 잘 써서, 너무 진심이 느껴져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너무 쓰리고 너무 괴롭고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동호라는 소년의 가녀린 팔과 뒷모습이 상상되고, 평범한 모나미볼펜이 갑자기 무섭게 느껴지고, 취조실에서 일곱 번의 뺨을 맞던 그녀의 당혹감이 아직도 내 뺨에 빨갛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강. 소년. 5.18. 일요일...
아,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내일까지 모 자동차회사 기업PR 아이디어를 낸단 말이냐. 아, 너무 한다.
(지난 일요일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작성했던 독후감입니다. 요즘은 너무 바빠서 진득하지 않아 책을 읽기도 독후감을 쓰기도 쉽지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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