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100100&artid=201606232116005
며칠 전 신문에서 문정희 시인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 시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좋아하던 시 '남편'을 다시 찾아 읽게 되었구요. (구글에 '문정희 남편' 이렇게 쳤더니 탤런트 겸 배우 문정희의 남편 스펙이 좌르르 뜨더군요)
저는 이 시를 참 좋아하는데, 특히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도 제일 먼 남자'라는 구절이 정말 좋습니다. 귀여운면서도 넉넉한 시인의 풍모와 유머감각이 그대로 드러나죠.
오늘 저녁엔 텅빈 회사 사무실에서 이 시 한 편 읽고 혼자 빙긋 웃었습니다. 좋아서요.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도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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