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회사 앞에 산책을 나갔다가 옛날 앙드레김 의상실 옆 주류백화점에서 충동적으로 산토리 위스키를 한 병 샀다. '전품목 세일'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주를 사면서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거실 책장 안에 세워놓고 가끔 꺼내서 폼나게, 오소독스하게 한 잔씩 해야지. 그러나 회사 후배와 맥주를 한 잔 걸치고 집으로 가보니 갑자기 모인 동네 친구들이 좁은 거실에서 아내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고, 다들 내 손에 들린 산토리 위스키를 보고 환호작약 했고, 결국 산토리는 책장에 들어가 볼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홀라당 다 비워지고 말았다.
두 가지를 깨달은 밤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폼나게 살기 힘들다는 것. 그리고 술이든 사랑이든 키핑은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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