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에서 제작한 [러브 액추얼리]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크리스마스 시즌 하면 떠오르던 영화 [다이 하드] 시리즈를 내 마음 속에서 밀어낸 콘텐츠인데, 특히 자신의 친한 친구와 결혼한 키이라 나이틀리에게 찾아가 스케치북을 넘겨가며 프리젠테이션 하듯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이 유명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인터넷에서 ‘러브 액추얼리 무삭제판’이라는 제목의 파일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영화에 무슨 무삭제판이 있어, 하면서도 호기심에 다운을 받아보았더니 거기엔 우리나라 상영 당시 통째로 삭제된 포르노 배우 커플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성인 영화 촬영 현장에서 만난 두 사람. 둘 다 직업이 포르노 배우이다 보니 첫 만남부터 나체일 수밖에 없었다. 촬영 현장에서 조명 체크를 하는 스태프 사이로 둘 다 벌거벗은 채 점잖게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의 상황이 묘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첫눈에 서로 호감을 느껴버린 두 사람이 촬영을 마친 뒤 가벼운 데이트를 하고 저녁에 집앞까지 여자를 바래다 주면서 마지막에 굿나잇 키스를 하는 장면이 그렇게 풋풋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시대의 연애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 아닐까 생각한다.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에 더 공감이 가는 아이디어였다. 

사람들 생각은 다 똑같다. 아무리 프리 섹스와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해도 결국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연애의 가능성을 탐지하는 순간, 그리고 연애가 막 시작될 때의 그 짜릿한 환희 아닐까. 그래서 연애 감정은 중요하다. 특히 결혼하고 나서 아내와의 연애감정은 더욱 그렇다. 

뚱딴지 같이 무슨 아내와 연애냐고 질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아내와의 연애만큼 유리한 행위는 없다. 결혼을 하고도 다른 여자를 사랑해서 번민하는 수많은 불행아들을 보라. 나는 '가장 예쁜 여자는 처음 만난 여자'라고 외치는 카사노바들이 부럽지 않다. 그들은 그만큼 상상력과 관찰력이 부족한 것이다. 혹시 당신이 이혼남이나 이혼녀라면 한 번 생각해 보라. 당신과 이혼한 그 사람이 왜 다른 파트너와는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인간은 그리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보면 볼수록, 파면 팔수록 새로운 점이 나오는 화수분 같은 존재다. 그리고 좋은 관계란 그것들을 잘 찾아내고 소중히 가꾸는 사람들에게서 생겨나는 것이다. 다행히 아내는 아직도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면 가슴이 뛴다고 한다. 아직은 볼 때마다 내가 반가운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확실히 행운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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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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