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뭘 배우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 강연도 많이 듣고 음식이나 꽃을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사실은 나도 아내처럼 뭔가 배우러 다니고 싶지만 회사 일만으로도 벅차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할 뿐이다. 세상에 시험 안 보는 공부만큼 재미 있는 건 없다. 인생을 헤아려 보아도 주로 돈 안 되는 일을 할 때가 더 재미 있었다. 일단 누가 시켜서, 또는 먹고 사느라 할 수 없이 하는 일과 내 자유의지로 하는 일은 모든 면에서 천지차이다. 매일 일에 치여 사는 샐러리맨들에겐 그래서 휴일이 필요하고 사생활이 필요한 것이다.
"자유의지를 가질 때만 비로소 커피 한 잔이나 럼주 한 잔도 더 맛있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었고, 담배 연기와 무더운 날 바다에서 하는 수영, 토요일마다 보는 영화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메렝게 음악, 이 모든 게 육체와 정신에 더 좋은 느낌을 선사할 것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 [염소의 축제]를 읽다가 눈에 번쩍 뜨여 잠시 멈추고 밑줄을 그으며 이 대목을 되새겼다. 이승우의 [가시나무 그늘]을 읽을 때도 느꼈던 ‘자유의지’의 소중함에 대한 한 구절이다. 오늘 같은 토요일 한가하게 한 잔 하는 차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소중한 행복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은 [새엄마 찬양] 이후 처음인데 노벨문학상을 탔던 만큼 대단한 필력과 통찰력에 유머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런 우수한 작가가 말년에 극우파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고 가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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