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소설가 김용은 대만에서 신문사를 창간하고 평생 그 신문의 주필로 일한 언론인이었다. 그는 평생 독재와 싸우고 잘못된 사회문제에 일침을 가하는 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며 살았다. [사조영웅전], [의천도룡기] 등 그가 쓴 무협소설들은 - 세계적으로 히트하고 나중에 그의 문학만을 연구하는 ‘김용학’이라는 장르까지 만들어졌지만 - 어디까지나 신문의 발행부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김용과 비슷한 사람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스웨덴의 스티그 라르손이다.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에 무슨 걱정거리가 있겠냐 싶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스티그 라르손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엑스포’라는 언론사를 세우고 극우파나 파시스트, 인종주의자들과 평생 싸운 사람이었다. 항상 적들에게 살해 위협을 느끼며 사느라 여자친구와 결혼도 하지 못하고 삼십 년 동거를 했다고 하는 그가 농담삼아 ‘노후 보장용’으로 구상한 게 ‘밀레니엄 시리즈’라 이름 붙은 사회파 추리소설들이다. 첫 번째 소설’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시작으로 10부작으로 구성되었지만 세 번째 소설까지 원고를 넘기고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고 만다.
몇 년 전 읽은 첫 번째 소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 이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를 헌책방에서 구해 읽었다. 전작에서 이미 선보인 밀레니엄의 편집장 미카엘 블름크비스트와 보안업체 조사원인 천재 해커 리스벳 살란데르가 또다시 거친 운명을 헤쳐가며 활약한다. 이번에는 미성년자 성매매에 얽힌 추악한 진실을 파헤친다. 세계적으로 히트하고 스웨덴 인구 중 삼분의 일쯤은 읽은 수퍼 베스트셀러라서 그런지 충격적인 소재 말고도 주인공들의 파격적인 언행과 폭력, 섹스, 이상 성격 등이 양념처럼 골고루 배어있다. 특히 아주 작고 가냘픈 체격에 불 같은 성격과 민첩함, 괴력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공 살란데르는 작가가 좋아하는 '말괄량이 삐삐’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당연히 영화로 만들어졌고 미국에서도 데이빗 핀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소설과 분위가 좀 다르지만 영화도 재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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