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박근형의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두 번째 보았을 땐가,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어쩌다가 나까지 배우들과의 술자리에 합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 회식 장소에 늦게 도착한 박근형 작가는 내 옆에 앉은 아직 군대도 안 간 스물두 살쯤 먹은 연극 지망생 청년에게 술을 따라주며 '뭐든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살라'고 말해 주는 것이었는데, 생각해 보면 멋진 충고였다. 뭐든 안 되는 게 당연한 거고, 그러다 뭐라도 하나 되면 정말 기뻐해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것이다.
일요일에 회사에 나와 아이디어를 짜내다가 이런 부정적이고 퇴폐적인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뭐든 안 되면 안 되는데. 내일은 뭔가 똑똑한 게 있어야하는데. 아...저녁은 뭘 먹을까. 아내에게 전화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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