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IP-TV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았다. 제목부터가 멋지다. 워낙 좋다는 소문을 많이 들어서 진작부터 보고싶기는 했지만 바빠서 극장에서는 놓치고 말았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여름을 보는 것만을도 좋은데다가('관객들으르 햇살에 취하게 만들자' 라는 게 감독의 의도였다고 한다) 주연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의 매력과 연기도 매우 뛰어나다. 나는 퀴어영화는 슬퍼서 좀 망설이는 편이다. 토드 헤인즈의 [캐롤] 때도 느꼈는데 동성이라서 더 애절한 그들의 사랑은 늘 아슬아슬하고 불행의 씨앗을 품고 있다. 다행히 이 영화에서는 어린 엘리오의 부모가 올리버와의 사랑을 용인하고 위로까지 해주는 편이어서 그나마 견디기가 쉬웠다. 

영화를 보면서 역시 여름은 '청춘'에게 어울리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각적이고 안정된 연출력 덕분에 1983년 이탈리아의 여름 풍경과 과즙 같은 공기의 느낌까지 두 시간 내내 아름답게 펼쳐진다. 어젯밤 과음으로 오전 내내 누워있던 아내가 무슨 영화 보냐고 묻길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고 했더니 그런 걸 왜 당신 혼자 보냐고 화를 냈다. 영화가 끝나고 검색을 해보니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전에 [아이 엠 러브]를 만들기도 했단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비슷한 정서가 많은 영화다. 더 놀라운 것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시나리오 각색을 했다는 점이다. 이런 청춘영화를 89세 노인이 쓰다니. 대단한 할아버지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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