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선생은 본능적으로 작가였고 소설가였던 것 같다. 해방 후 몇 년 동안의 경험들을 돌아다 보면 인간 이하의 모욕을 받거나 밑바닥 생활을 한 적도 있는데 그럴 때조차 선생은 '언젠가는 당신 같은 사람을 한 번 그려보겠다'는 식의 문학적 복수를 꿈꾸었다고 하니까. 그런 마음이 불행감을 덜어줌으로써 아주 뼛속까지 불행해하지는 않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저런 인간을 소설로 한 번 써야지, 라고 생각하며 현재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대가의 어릴적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런 날것들의 증언이 있어서 인터뷰글을 좋아한다.
아울러 앞으로 내게 오는 나쁜 새끼들도 좀 귀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그놈들이 내 작품에 도움을 주는 캐릭터가 되어줄 수도 있으니까.
'독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으면서 깊어지는 생각들 - [걷는 사람, 하정우] (0) | 2019.02.09 |
---|---|
세 번 산 책 - 황석영의 [손님] (0) | 2019.02.04 |
저명한 보수주의자가 내놓은 진보적 대북관의 짜릿한 반전 - 홍석현의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 (0) | 2019.01.23 |
독하다 토요일 시즌2 세 번째 모임에서는 [네 이웃의 식탁]을 함께 읽었습니다 (0) | 2019.01.18 |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 [빨강머리 여인]이 전해주는 '운명' 이야기 (0) | 2019.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