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1.06 정치엔 관심이 없다는 분들에게
  2. 2012.10.25 이기적인 사람이 됩시다!




종이신문 읽는 게 점점 귀찮고 싫어지시죠? 요즘은 페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로 거의 모든 소식들이 실시간으로 오니까요. 그래도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심층 보도는 신문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래서 오늘치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신문의 사설을 모두 찾아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어제 발표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사건이 도대체 무슨 소린지 궁금해서요.



조선일보는 “통진당은 '진보 정당'임을 내세워 왔지만 사실은 북한 노동당의 대남 적화(赤化) 전략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위장(僞裝) 정당일 뿐이다”라며 “그런 세력까지 그대로 두면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통진당 위헌 심판을 통해 어떤 정당이나 정치 세력도 대한민국 헌법 질서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라고 합니다. 해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군요. 


중앙일보는 “통진당처럼 국가안보에 위험한 정당에 1년에 2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계속 주는 게 옳으냐?”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정치권과 사회는 공방을 자제하고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군요. 중앙일보가 웬일이죠? 


동아일보는 “통진당 해산 심판 맡은 헌재의 역사적 책무 무겁다”라고 헌재에게 공을 넘기는 척 하면서도 결국 “이석기 의원의 RO(혁명 조직)는 일당(一黨) 일인(一人) 독재국가인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을 때 여기에 가담해 우리나라를 전복하려는 계획을 짰다. 이 정도면 통진당을 헌법의 테두리 안에 놓아둘지, 축출할지를 심판해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본다”라고 정부의 손을 들어 줍니다. 아울러 “통진당이 2011년 12월 창당 이후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정당보조금과 선거보조금으로 챙긴 돈이 100억여 원이다”라는 주장도 합니다. 맞는 얘기인지 아니지를 떠나 굳이 왜 이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겨레는 “정당 및 정치세력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며, 정당 존립 여부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표로 결정한다”라는 당연한 기분 입장 위에서 논지를 펼칩니다. 겨우 종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정당해산 심판 청구의 주요 근거로 삼는 건 한심한 일이라고 일갈합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찌질하죠.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진보당 해산에는 서둘러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자가당착이다”라고 꼬집습니다. 더불어 정부의 이번 조처가 “대선 기간 이정희 진보당 후보의 날선 공격을 받았던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 감정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걱정합니다. 동감입니다. 뭐, 그분들은 아니라고 펄쩍 뛰시겠지만. 


경향신문은 “정권이 자의적으로 특정 정당을 해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정당활동의 자유를 부정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행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별개로, 해산심판 청구는 부적절하며 철회돼야 한다”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합니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목적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한 주장도 근거가 매우 부실하며 청구 사유도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납득이 가지 않는 것투성이라고 견해를 밝힙니다. 그러니 심판 청구를 기정사실화한 뒤 이를 전제로 청구 사유를 짜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도 당연하죠. 그리고 경향신문 역시 한게례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을 두고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라고 하며 그 이중잣대를 지적합니다. 



이석기, 통진당, 조중동...참 듣기만 해도 지긋지긋하고 골치가 아픈 단어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 나라의 정당이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체되는 걸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요? 예전에 독일에서도  그런 적이 있다지만, 도대체 그게 언젯적 일입니까. 통진당이 이뻐서가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정치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돈과 밥과 일자리에 관계된 거니까 이 모든 과정을 좀 더 관심어린 눈으로 지켜보자는 것이지요. 이제 공은 헌재로 넘어갔습니다. 과연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정부의 권력 남용과 헌법 무시 행위를 제어해야 한다’는 쪽일까요, 아니면  ‘어떤 정당이나 정치 세력도 대한민국 헌법 질서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쪽일까요?



Posted by 망망디
,

 

 

이상한 일이지만 가끔 마주치게 되는 광고 동료 중에 큰일이야. 나 요즘 TV 연속극 뭐 하는지 하나도 몰라.”라는 말을 자랑처럼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자긴 요즘 TV를 너무 안 봐서 도대체 어떤 드라마가 유행하는지, 어떤 쇼 프로의 어떤 캐릭터가 인기를 끄는지 잘 모르고 한참 화제가 된 다음에야 뒤늦게 인터넷으로 겨우 확인을 한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만난 후배도 그랬습니다. 자긴 요즘 드라마 신의마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천만 관객이 들었다는 광해도 시간이 없어 못 봤으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아직도 방영되고 있는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이게 자랑인가요? 그렇습니다. 알고 보면 지독한 자기 자랑입니다. ‘난 세속의 일엔 별 관심이 없이 고고하게 살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은, (그러면서 집에 가서는 일본드라마에 심취해있는) 고달픈 내면의 투영인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고등학생이 와서 , 난 요즘 교과서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하나도 몰라요. 시험범위는 왜 맨날 그렇게 자주 바뀌는지. 헷갈려. 하하.”라고 한다면 과연 무슨 생각이 들까요? 아마 정신줄 놓고 사는 싹수가 노란 인생이라고 혀를 차게 될 것입니다. 광고인들에게 TV, 인터넷과 신문과 잡지 같은 각종 매체는 매일매일이 교과서이고 참고서입니다. ‘좋아, 싫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많은 걸 다 챙겨 봐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적어도 안 본다고 자랑질은 하지 말라는 것이죠.

 

 

정치나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난 정치에 관심이 없어.’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일단 정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신 산란하고 골치 아프다고 고개부터 내젓습니다. 자긴 박근혜와 문재인과 안철수가 하는 얘기가 다 거기서 거기고 다 똑 같은 거 같다고도 합니다. 어떻게 박근혜와 문재인과 안철수가 똑 같을까요? 그러면서 자세한 건 모른다고 단서를 답니다.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비겁하고 쪼잔한 직무유기입니다.

 

유권자라면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부해서 남 주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위해서 공부를 하고 열심히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정치인을 뽑는 건 자기와 자기 주변인들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민주주의라는 이 허점 많은 제도 아래 살고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치 행위는 몇 년에 한 번 하는 투표뿐입니다. 그래서 우린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투표는 나의 미래를 이롭게 하는 이기적인행위입니다. 그런데 나라의 미래를 망치고 자신들의 욕심 채우기 급급한 나쁜 정치인들일수록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유권자들을 몹시 사랑합니다. 오죽하면 말 많으면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던 우리나라입니다. 우리가 후보자들을 보고 그 놈이 그 놈이라고 자포자기하는 순간, 그 놈도 그 놈이 되고 그 놈이 아닌 놈도 그 놈이 됩니다. 가치체계가 뒤죽박죽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누구 입이 찢어질까요? 뒤가 구리고 비전이 불분명한 정치인이 가장 반길 상황입니다. 그리고 유권자에겐 판단 근거가 없어지니 모든 게 허무한 일 대 일상황이 됩니다. (로또 1등의 당첨 확률은 1/8,145,060이지만 되느냐 안 되냐만 놓고 보면 1/2 확률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코미디언이자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는 민주주의는 졸라 불완전한 체제야. 제대로 하려면 대학생에겐 두 표씩 주고 아줌마들은 두세 집 묶어서 한 표씩 줘야 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웃자고 한 말이지만 투표의 맹점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도 합니다. 투표라는 게 옛날 아테네에서처럼 단란한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아빠에게만 주어지는 권리라면 얼마나 쉬울까요? 그러나 단란한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아빠에게 한 표가 주어진다면 오늘 또 누구를 속여먹을까궁리하는 사기꾼에게도, ‘은행이나 털어 외국에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몽상가에게도 한 표가 주어지는 게 국민투표의 룰인 것입니다. 진정 자기의 미래를 위해 일할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한 표, 난 아무 것도 모르겠고 그 놈이 그 놈 같으니 아무나 찍을래, 라고 하는 이에게도 한 표입니다.

 

 

TV뉴스에서 정치 얘기 나온다고 고개 돌리지 마십시오. 인터넷에서 연예인이나 요리법 모아놓은 파워 블로거만 찾아 다니지 마십시오.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우리의 미래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나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5년 동안 우리의 월급과 집값과 세금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귀찮더라도 우리 일에 관심을 가집시다. 괜히 고상한 척 허무한 척 말고, 좀 이기적인 사람이 됩시다.

 

 

 

Posted by 망망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