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의 생일 전날

혜자 2016. 6. 20. 11:25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서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지리산 요리학교에 다녀오는 길이다. 터미널 상가에 있는 '베테랑칼국수'에 가서 칼국수와 만두를 먹고 전철을 타고 돌아오다가 한강 벤치에 앉는다. 


보름달이 떴고 강바람이 시원하다. 강변에 나란히 놓인 벤치마다 사람들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아내 말로는 미국에서 가장 행복감을 많이 느끼는 날이 6월 20일쯤이라고 한다. 여름 휴가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학생들은 학기가 끝나 긴 방학으로 들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 6월 20일에 태어난 아내는 행복한 아이였을까. 우리 엄마는 이렇게 더울 때 나를 낳았구나, 라고 아내가 중얼거린다. 


능소화가 참 예쁘게 피어서 아까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 이젠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 글을 쓰다가 하늘을 다시 쳐다보니 그새 달이 더 크고 환해졌다.



(* 일요일인 어제 집으로 돌아오다가 벤치에 앉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인데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 여기에 한 번 더 올려봅니다)  

'혜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웃었을까?  (0) 2017.01.16
옥상 윤 여사  (0) 2016.10.05
한라산  (0) 2016.04.29
스탠리 큐브릭을 존경하는 아내  (2) 2016.02.29
아내가 곁에 있어도 나는 외롭다  (0) 2016.02.18
Posted by 망망디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