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19.05.25 일 년에 딱 한 장
  2. 2019.02.24 "오빠, 우리 모텔 갈까?" 2
  3. 2019.01.19 아내와 나
  4. 2018.11.06 여보, 하고 불렀더니
  5. 2018.10.23 아내의 리즈 시절
  6. 2018.10.07 빵터진 아내 2
  7. 2018.09.24 루꼴라가 있는 풍경 1
  8. 2018.06.12 쫄면 2
  9. 2018.04.28 TV 시청하다 잠드신 아내
  10. 2018.03.24 성공

일 년에 딱 한 장

혜자 2019. 5. 25. 11:19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행사가 뭐 없을까 하다 생각해 낸 것이 '결혼기념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진 찍기' 놀이였습니다. 첫 해는 우연히 일찍 눈을 떴으나 일어나기는 싫고 해서 무심코 사진을 찍었는데 전날 먹고 마신 술과 안주에 팅팅 부어터진 얼굴들이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해도 계속 찍다보니 어느덧 여섯 해가 지났습니다. 저희 부부는 해마다 이맘때면 여행을 하기 때문에 올해는 부산의 한 호텔에서 문제의 베드씬을 찍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그 동안 일 년에 딱 한 장씩 찍어서 올린 사진들을 바라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올해는 좀 근엄하게 찍어볼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결국 또 깔깔깔 웃으면서 찍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5월이면 주책 없는 커플사진을 목도하시느라 괴로워하실 만장하신 친구 여러분,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내일부턴 정말 안 이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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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부터 지금까지 아내가 길을 걷다가 모텔 간판만 나타나면 내게 던지는 농담이다. 우리는 둘 다 혼자 살던 시절에 만났으므로 처음부터 다른 연인들처럼 모텔이나 호텔에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결혼 전에도 항상 서로의 집으로 가서 자면 되었고 나중엔 아예 살림을 합쳐 살다가 결혼식을 올렸으니까. 아내는 그게 좀 아쉽다면서 툭하면 모텔에 가자는 농담을 한다. 그런 우리에게도 모텔의 추억이 꼭 세 번 있다. 


첫 번째는 결혼한 다음 해 내 생일 때였다. 그땐 어떤 마음에서였는지 이번 생일엔 친구들을 죄다 불러 모아 밤새 술을 마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사동의 한 술집을 예약했고 저녁 7시부터 술자리가 시작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모이게 된 것이었다. 수십 명이 목소리를 모아 한꺼번에 건배를 외쳤고 그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고루 사랑받는 호스트로서의 뿌듯함을 감추지 않으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친구들도 다음날이 휴일이라서 그런지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마음껏 술을 마시고 취했다. 술값이 좀 많이 나오겠지만 이미 취한 상태라 '뭐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라는 대범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친 듯이 술을 마시다 문득 눈을 떠보니 모텔 안이었다. 친구 영학이가 너무 취한 나를 보고 신사동의 모텔 하나를 예약한 뒤 키를 선물이라며 주고 간 것이었다. 생일선물로 모텔 키를 받아본 건 아마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아내는 내 옆에 누워 간밤에 얼마나 대단한 일들이 있었는지 얘기해 주었다. 내 친구 중 어떤 여자분들은 술을 마시다 취해서 테이블 앞에서 울고불고했고 어떤 남자분들은 서로 이유도 없이 주차장에 나가 싸우더니 또 곧 화해를 하고... 나는 모텔에 누워 하하하 웃었다. 술이 안 깨서 둘 다 너무 힘이 들었다. 우리는 모텔에서 나와 기념으로 모텔 간판 사진을 찍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는 옥천에 사는 아내의 고등학교 때 친구 정미 씨에게 놀러 갔을 때였다. 정미 씨는 우리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 준 네 명 중 유일한 아내의 친구였는데 옥천에서 남편, 두 아들 들과 섬유미술 작업을 하며 살고 있었다. 정미 씨와 희관 씨,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네 명은 폐교를 개조한 정미 씨의 작업실에서 밤늦게까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미 씨 부부는 피아노 앞의 의자에 무릎을 베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아내는 이불속에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테이블 위엔 소주는 물론 새로 딴 양주 한 병까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공기가 좋아서 여기 오면 누구나 술을 많이 마시게 돼요,라고 희관 씨가 말했다. 나도 한참을 누워있다가 나와 어찌어찌 밥을 먹고 태관 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옥천역까지 갔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역으로 들어가려는데 둘 다 너무 힘이 들고 멀미까지 나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아내가 우리 그러지 말고 모텔에 들어가서 두 시간만 자고 나오자고 했다. 역 앞에는 모텔들이 많았다. 그중 좀 깨끗해 보이는 모텔을 골라 들어가 '숏타임'을 끊었다.  방에 들어간 우리들은 샤워도 하지 않고 그대로 쓰러져 두 시간을 달게 잤다. 겨우 기운을 차린 우리들은 "모텔에 와서 또 잠만 자다 가네..."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옥천역으로 들어가 KTX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는 지난 1월 24일 성대 앞 도어스에서 술을 마시던 날이었다. 그날은 친구 문송과 술 약속이 되어 있어서 논현동에서 둘이 막 술자리를 시작하는 참이었는데 악당이반의 김영일 대표에게서 호출이 온 것이었다. 김영일 선생이 부르면 무조건 가야 한다. 우리는 당장 술자리를 걷고 광화문에 있는 전집으로 달려갔다. 김영일 선생 말고도 또 한 분의 일행이 있었다. 우리는 맛있는 생선전에 막걸리를 마시다 성대 앞 도어스로 갔다. 여기는 김영일 선생의 단골이기도 하다. 아내도 뉘 늦게 술자리에 합류해서 맥주와 양주를 마셨다. 아내 빼고는 다들 전작도 있고 해서 빠른 속도로 취해갔다. 

눈을 떠보니 또 허름한 모텔방 안이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내가 어느 순간 맛이 가더니 잘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술집을 나올 때 다들 취해 있었는데 나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해서 무릎이 계속 꺾인 모양이었다. 아내는 도저히 나를 데리고 집까지 갈 자신이 없어서 눈에  띄는 3만 원짜리 모텔로 들어왔다고 한다. 방은 몹시 좁았고 새하얀 침대와 베개는 지나치게 푹신해서 몸이 꺼지는 기분이었다. 안 좋은 자세로 잤더니 여기저기 얻어맞은 것처럼 몸이 아팠다. 아내가 "여보, 우리 신발은 어딨지?"라고 묻길래 방문을 열어보니 옹색한 현관에 아내와 내 신발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욕실을 열어보았으나 타일이나 욕조의 상태가 너무 정 떨어져서 도저히 샤워를 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우리는 일회용 칫솔로 양지만 하고 서둘러 모텔을 나왔다. 1층에 있는 객실에서 나와 현관 옆에 있는 카운터에서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아무도 없길래 그냥 나왔다. 우리가 성대 앞 싸구려 모텔에서 자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며 헤어졌다. 나는 곧장 회사로 가고 아내는 필라테스 선생을 만나러 간 것이었다. 


예전에도 물론 이성과 함께 모텔에 간 적이 있었다. 그러니 그건 아내와 만나기 전의 일이니까 숨기거나 비난을 받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아내와 모텔에 갈 때마다 번번이 건전하게 잠만 자고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음엔 멀쩡한 정신에 모텔에 가서 반드시 아내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야 말겠다고 불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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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

혜자 2019. 1. 19. 18:41


아내와 나는 TV를 보는 스타일과 시간대가 다르다. 아내는 아무 때나 TV를 켜도 처음 보는 드라마나 쇼의 내용을 금방 파악하고 적응하는 편이라면 나는 무슨 프로그램이든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잘 이해를 못하거나 흥미를 잘 느끼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불시에 TV를 켜고도 프로그램에 금방 빠져드는 아내가 신기했다. 결혼 전에 성수동에서 동거를 시작할 때는 거실 TV를 없애고 안방에서만 보았기 때문에 TV 시청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방안에서 아내가 TV를 보더라도 나는 밖에서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등 다른 짓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북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집 크기가 작아지자 집안에서 TV를 틀면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함께 봐야 했다. 

아내는 TV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다만 예전에 혼자 살 때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너무 쓸쓸해서 들어오자마자 그냥 TV를 켜놓는 게 버릇이 되었다고 했다. 이른바 '백색소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문제는 내가 그런 성향이 못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무심코 틀어놓은 TV에도 신경이 쓰여 다른 일을 하거나 잠을 자지 못했다. 하루는 늦게까지 일을 하다 들어왔는데 아내가 TV를 켜놓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다음날 일찍 일어나 회사에 나가야 해서 먼저 자겠다고 했고 아내는 TV를 좀 더 봐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러라고 대답했다. 

문제는 TV 내용이었다. 12시가 넘어 케이블TV에서 틀어주는 무슨 단막극 재방송이었는데 거기 출연한 남자 연기자 새끼가 처음부터 끝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었다. 나는 방문이 없는 침실에 누워 어쩔 수 없이 그 드라마 내용을 고스란히 다 들어야 했다. 소개팅을 하러 나온 남녀가 카페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는 상황이었다.  

남) 안녕하세요~~!! (엄청 소리를 지르며) 
여) 네, 안녕하세요.(다소곳하게) 

남) 반갑습니다~!!! 
여)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세요? 

남) 제가 방송국 조연출인데요~~! 
여) 그런데요? 
남) 오늘 녹화장에서 실수로 폭발이 일어났어요! 
여) ....
남) 그때 고막을 다쳤는지, 소리가 잘 안 들려서요!!!
여) 어머...그러세요?!!

이젠 여자까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미칠 노릇이었다. 드라마 내용 전개 상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게 이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였으니까. 나는 한참을 참다가, 어이 없어 하다가, 헛웃음을 짓다가, 화를 내다가 결국 아내에게 어렵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여보, TV 좀 끄면 안 될까? 저 새끼 너무 소리를 지르네." 그러자 거실에서 뭔가 다른 것을 하던 아내가 고개를 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 끌게."  

알고보니 아내는 이미 그 드라마를 보지 않고 있었던 것이았다. 괜히 나만 혼자서 바보처럼 끙끙 앓았다. 입만 열면 커뮤케이션을 외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막상 이런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로 솔직하게 말한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사랑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다소 뻔한 교훈을 얻은 사건이었다. 나는 그날 밤 아내가 흔쾌히 TV를 꺼주는 바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고 다음날부터 열심히 일을 해서 지금처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음, 이건 아니구나. 비약이 너무 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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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하고 불렀더니

혜자 2018. 11. 6. 17:49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던 그녀에게 잠깐 가서 인사를 하고 나오다 다시 돌아가 여보, 하고 부르니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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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리즈 시절

혜자 2018. 10. 23. 16:08

며칠 전 밤에 TV를 보던 아내가 갑자기 책장에서 앨범을 꺼내 옛날 사진들을 들여다 보는 것이었다.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나도 괜히 아내 옆으로 가서 앨범 구경을 했다. 

"아, 옛날엔 정말 예뻤단 말야..." 

아내가 혀를 차며 혼잣말을 했다. 고등학교 땐 정말 작고 어린애 같더니 대학 졸업하고 나서 대전엑스포에서 일할 땐 굉장히 예뻐졌다. 아내는 첫 남자친구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그때 찍은 사진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을 좋아하는 여친을 한 번도 사귀어본 적이 없는 나는 그냥 바보처럼 "흠, 이쁘네" 라고 말하며 아내의 사진만 쳐다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휴대폰으로 몇 장을 찍어보았다. 이른바 아내의 리즈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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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터진 아내

혜자 2018. 10. 7. 21:49

황선도 박사님 댁에 방문해 두 분의 얘기를 듣다가 빵터진 아내. 아, 근데 두 분 너무 웃기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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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꼴라가 있는 풍경

혜자 2018. 9. 24. 11:54



마당에 나와 빨래를 널고 있는데 아내가 따라 나와 날씨가 너무 좋다고 소리를 지르더니 텃밭에 있는 루꼴라를 딴다. 햇볕은 쨍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소행성으로 이사오길 참 잘했다. 이 여자와 결혼하길 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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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면

혜자 2018. 6. 12. 17:15

<쫄면> 

아내와 나는 둘 다 군것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둘이 있을 때는 과자나 음료수 등을 사먹는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집에 손님이 와서 탄산음료나 쥬스를 찾을 때도 없어서 미안해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입맛이 비슷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아내도 나도 어렸을 때 군것질을 할 정도로 용돈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형제자매가 많은 집의 넷째 딸이었고 어머니가 하숙을 치셨다니 아이들의 어리광을 받아줄 여유가 없으셨을 것이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자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군것질을 할 정도로 유복한 것도 아니어서 어린 시절 내내 동네 가게에서 과자 하나 제대로 사먹은 기억이 없다. 옛날 시골집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은가. 더구나 그 때는 집에서 프라이드 키킨이나 피자 등을 시켜먹는 건 고사하고 세 끼 밥만 먹어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으니. 

대학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남들은 학교 다니면서도 과외 아르바이트니 뭐니 해서 스스로 돈을 벌고 쓴다고도 하는데 나는 하릴 없이 띵가띵가 놀기만 하는 편이라 늘 용돈이 부족했다. 그래서 술집이나 당구장엔 가도 다방이나 빵집엔 잘 가지 않았다. 시쳇말로 '가성비'가 떨어진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구장 가는 길에 스낵코너 같은 데 들러서 뭘 사먹는 애들이 되게 신기했다. 스무 살이 넘어서도 이런 식이었으니 군것질이나 불량식품의 즐거움은 다른 세상의 일인 것만 같았던 반생이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 결혼한 덕에 안 싸우고 잘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런 아내가 가끔 열광하는 음식이 쫄면이다. 아내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자기 용돈으로 뭔가를 사먹어봤는데 그 첫 번째가 쫄면이었던 것이다. 여고시절에 쫄면에 만두 하나 추가해 친구들과 나눠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고 말할 정도니까. 그래서 요즘도 밖에 나가 뭘 먹을까, 하면 쫄면을 꼽을 때가 많다. 이제 쫄면 정도는 배가 터지도록 사줄 수도 있지만 나는 왠지 그런 아내가 좀 안쓰럽다. 시인 김수영이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라고 쓴 것처럼 아내가 너무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과 미안함 때문이다. 내일 투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쫄면집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은 아내가 예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쫄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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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당당하지만 TV를 시청하다 잠드시는 경우 이렇게 옹색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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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혜자 2018. 3. 24. 14:09




며칠 전 아내가 어딘가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철학의 완성'이라 대답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소 엉뚱한 답이었지만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상을 비라보는 태도가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하니까. 여러번 인터뷰를 했지만 이런 대답을 한 사람은 처음이라며 인터뷰어가 놀라더란다. 아무래도 결혼을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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