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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나 방송인 노홍철은 왜 책방을 냈을까. 아내나 친구들이 술을 마시면서 가끔 서로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그들은 정말 책의 미래를 믿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책을, 또는 책방을 이용해서 자신의 '퍼스널 브랜드'를 높이려는 것일까(물론 그러면서 책도 잘 팔리면 더 좋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좀 더 잘 살거나 행복해지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거의 진리에 가깝다. 책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읽을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 우리는 먹고 사는 일에, 공부니 취직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그리고도 남는 시간이 생기면 TV에, 인터넷에, 모바일에 또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긴다. 일이나 공부에 치여, 구직이나 스펙쌓기에 지쳐 널부러져 있다가 잠깐 정신이 나면 리모콘을 들어 '효리네 민박' 같은 프로그램을 틀어 건성으로 본다. 건성으로 보다가 효리가 요가를 하는 걸 보고 나도 요가나 배워볼까, 생각한다. 이상순이 다기에 뜨거운 차를 붓는 것을 보고는 나도 차를 시작해 볼까, 생각한다. 실제로 요가학원이 늘어나고 다기나 보이차가 잘 팔기도 한다. 그러나 거기 책이 끼어들 틈은 없다. 가끔 드라마나 <무한도전>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 책이 한 권 노출되면 당장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투기 현장의 떳다방보다도 못한 '반짝 상품'일 뿐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나도 회사 일이 바빠서 지지난 주에 산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를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출퇴근 시간과 잠자기 직전에 조금씩 읽었는데도 아직 2권 중간이다. 물론 출퇴근 시간에도 기습적으로 울리는 업무전화나 카톡 때문에 온전히 소설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남들보다 조금은 더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나도 이렇게 책을 읽기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한기호 소장의 칼럼 ' 대한민국에는 서점이 없다. 그러니 출판 경기가 최악일 수밖에 없다' 에서 보는 것처럼 작가들도 책을 팔아 생활할 수 없으니까 강연으로 돈을 번다. 사람들은 '세바시' 같은 강연엔 열광하며 박수를 치지만 그 강사가 얘기하는 책을 사서 읽진 않는다. 그러니 서점이 잘 될 리가 없다. 그리고 어쩌다가 서점에 가도 서점에서 제안하는 매대 위의 책을 사서 읽을 수밖에 없다.
책의 유통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책도 서점도 상품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말에도 동의하지만, 정말 그런 것이 본질적인 문제일까. 비꿔야 하는 것은 쓸 데 없이 분주하고 걱정만 하며 사는 우리의 삶이 아닐까. 정말 내가 옛날에 다니던 구파발 전철역 앞의 '진양서점'이나 맥 라이언이 책방 주인으로 나오던 <유브 갓 메일> 같은 정겹고 소소한 일상 속의 서점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이렇게 -까, 로 끝나는 의문문만 잔뜩 늘어놓고 끝내는 글을 쓰는 건 정말 싫지만 그렇다고 내가 뭐라고 뽀족한 수를 낼 수가 있을까. 아, 그런데 참. 그들은 왜 책방을 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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