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한 잔>
오래 전 이병주의 [행복어사전]을 읽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주인공들이 점심 먹고 회사에 들어가기 전 다방에 가서 커피를 한 잔 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지금처럼 스타벅스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야밀로 옛날식' 70년대 다방이다.
한숨 돌리는 커피 한 잔.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는 그게 어른들의 세계인 것만 같아서 참 부러웠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한숨 돌리러 커피숍에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얘기를 하러, 누군가를 만나러, 아니면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러 가긴 해도(아니면 혼자 아이데이션을 하러 가거나) 그냥 한숨 돌리러 커피숍에 가는 일은 좀처럼 없는 것이다.
이젠 적어도 그 정도의 사치는 좀 누리면서 살아도 되는 게 아닐까.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픈 아내가 몸 상태를 회복하면 동네 커피숍에 같이 가서 싫컷 노닥거려야겠다. 다행히 우리 동네엔 '성북동 콩집'이라는 아주 맛있는 커피를 파는 집이 하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