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파솔라시도’ 여덟 개 계명밖에 없는데 어떻게 늘 새로운 노래들이 쏟아져 나올까, 가끔 생각합니다. 신기한 일이죠?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TV를 틀면 만날 그 얘기가 그 얘기일 거 같은 ‘사랑 타령’이나 '출생의 비밀'도 늘 새로운 이야기를 장착하고 새롭게 시청자들을 다시 찾아옵니다. 그리스 신화나 서부개척시대 이야기, 이솝 이야기 등 옛날 얘기들은 ‘스타워즈’나 ‘해리포터’ 시리즈 등으로 허구헌날 우려먹어도 마르지 않는 이야기의 샘인 모양입니다. 알란 파커 감독의 데뷔작인 [벅시 멜론]은 갱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모두 어린이로 바꿨던  작품이었죠. 히트 뮤지컬 ‘넌센스'의 남자 버전인  '넌센스 A-Men’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들이 나오는 오리지널 버전 공연장 관객 중 누군가가 즉석으로 제안했다는 이 남자 버전은 수녀 역할을 모두 남자로 바꿨을 뿐인데도 관객들에게 한층 더 높은 웃음을 선사하며 빅히트를 하는 효자상품이 됐죠. 


여기 등장인물들의 역할을 살짝 바꾼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그동안 재미있는 극과장 광고를 많이 선보였던 콘돔 회사 트로잔의 광고입니다. 데이트를 앞두고 설레는 주인공. 그런데 데이트를 나가는 사람은 아이가 아니고 나이 지긋한 아빠입니다. 아마도 그동안 부인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운 것 같습니다. 거울 앞에서 그를 북돋아주는 사람은 그의 딸입니다. 아들은 현관까지 따라 나와 데이트를 응원하구요. 데이트 횟수를 묻는 아들에게 “우린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아빠. 그러나 아들은 다 안다는 표정으로 아빠에게 슬쩍 콘돔을 챙겨주죠.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흐뭇한 장면입니다. 


이 CM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라는 게 꼭 ‘맨땅에 헤딩’을 해야만 나오는 게 아니구나, 하구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안정효의 소설 [하얀전쟁]을 보면 월남에서 무료함에 지쳐가던 국군병사들이 정훈영화를 거꾸로 돌려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꾸로 걸어가는 군인들, 거꾸로 달려가는 자동차들...뻔하고 재미없던 보도장면들이 단지 필름을 거꾸로 돌렸다는 이유만으로 박장대소할 코미디로 변한 거죠.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라는 전유성의 책도 있었구요. 이렇게 인물 배치도나 시간만 바꿔도 단박에 새로워지는 게 세상사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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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리조트 회사의 광고. 공감이 많이 됩니다. 

작년엔 여름휴가를 못갔었는데 올해는 꼭 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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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헌혈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골수 기증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골수 기증을 하려면 우선 채혈을 해야 하고 또 골수 등록도 해야 한다.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일반인들은 하고 싶어도 어디서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헬프 레메디스라는 제약회사는 피부를 베어 피가 날 때 상처에 붙이는 밴드 패키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다. 만약에 막연하게라도 평소에 골수 기증을 원하던 사람이 이 키트를 가지고 있다가 상처가 나면, 반창고를 바르기 전 면봉에 피를 묻혀 동봉된 수신자 부담 봉투에 넣어 이것을 골수 기증 단체(DKMS)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채혈과 골수 등록이 한 번에 이뤄지는 셈이다. 단순명쾌하다. 


이 키트 런칭 후, 골수 기증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3배나 늘은 것은 물론, 일반 밴드 키트보다 1,900%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헬프 레메디스의 ‘Help I want to save a life’ 캠페인은 2011년 칸 광고제에서 제품 분야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아이디어들은 어디에나 숨어 있다. 더구나 제약회사에서 이런 아이디어로 이런 캠페인을 펼치다니. 정말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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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이디어는 여러 말 하지 않습니다. 

심플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캐나다의 음주운전방지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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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제품을 파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제품과 그 제품에 얽힌 사람에 대한 스토리를 파는 겁니다. 스토리텔링은 참 어렵죠.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쉬운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수명이 십 년이라 자랑하고 싶은 LED전구의 제품력을 이렇게 애틋하고 정감 넘치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요. 


오늘도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 야근 중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 도시바 LED전구 광고입니다. 전에도 몇 번 본 작품인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또 좋군요. 명징한 스토리 라인에 2D 애니메이션 영화 뺨치는 디테일, 사랑스런 음악까지. 언제 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2011년 칸광고제 OUTDOOR부문 GOLD/ 2012년 클리오 광고제 필름부문에서 bronze를 수상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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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도널드슨 감독의 흥미진진한 스파이 영화 [노웨이 아웃]을 보면 파티에서 처음 만나 서로 뿅간 캐빈 코스트너와 숀 영이 격정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리무진 뒷자리로 달려가 급하게 섹스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짧은 정사가 끝난 다음 비로소 캐빈 코스트너가 던진 첫 마디는 "My name is Tom." 이었습니다. 숀 영도 “I’m Suzan.” 이라고 대답을 하구요. 전 상병 때 중대 외출외박 스케줄이 뒤죽박죽 꼬이는 바람에 부산 사는 병장 대신 졸지에 외박을 나갔다가 중앙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이 장면에서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에. 섹스 먼저 하고 통성명을 나중에 하는 경우도 있구나. 미국은 정말 멋진 나라야…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First Kiss’라는 화제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국 LA의 렌스튜디오(Wren studio)라는 곳에서 촬영한 이 영상은 서로 모르는 20명의 남녀를 초대해 첫 인사를 시킨 후 다짜고짜 키스를 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이들 중엔 이미 촬영에 익숙한 모델이나 배우, 뮤지션도 있었고 또 스튜디오 측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대충 듣고 왔겠지만 막상 처음 만난 사람과 키스를 하려니 되게 쑥스럽고 이상했겠죠. 커플들 중에는 카메라가 돌아가자 어쩔 줄 모르고 조명을 좀 꺼주면 안 되겠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아까 들은 상대방의 이름을 다시 물어보거나“당신은 배우니까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겠죠?”라고 상대방에게 조언을 구하는 남자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모두 ‘첫 키스’를 합니다.


 




“당신은 방금 처음 본 사람과도 키스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듯한 이 당돌한 영상은 한 의류 메이커가 만든 바이럴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한 일간지 기자는 이런 필름을 만든 의도에 대해 “’낯선 사람들도 마음을 열면 따뜻한 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더군요. 


그런데 조금 자세히 뜯어보면 여기에는 좀 더 세련되고 구체적인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이 영상을 제작한 ‘Wren studio’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 회사가 다양한 중저가 의류를 생산하는 일종의 SPA 브랜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옷을 하나 사려면 무척 고심을 하고 큰맘 먹고 사야 했지만 유니클로나 H&M, Zara 같은 중저가 브랜드들이 생긴 뒤부터는 별 큰 고민 없이 누구나 그럭저럭 옷꼴을 갖춘 의상들을 손쉽게 바꿔가면서 연출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러나 동시에 다양한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나타내던 ‘그 사람만의 옷’이라는 스토리가 사라지는 아쉬움도 생겼습니다. 

Wren studio’의 창업자이자 크리이에티브 디렉터인 Melissa Coker는 SPA 브랜드의 이런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방법을 고민하다가‘Kiss’라는 단어를 생각해 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방금 산 옷보다는 자기가 자주 입어 길이 들고 편안한 옷을 더 좋아하게 마련이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방 만나 사람과는 악수 정도는 해도 키스를 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방금 본 SPA브랜드 옷을 스스럼 없이 사 입는 건 ‘방금 본 사람과 스스럼 없이 키스하는 것과 닮은 것이 아닐까?’ 라는 데까지 생각이 흘러간 겁니다. 자신이 만든 브랜드는 처음 입더라도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무모한 발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모한 발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바로 치밀한 실행력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Melissa Coker와 감독인 Tatia Pilieva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바이럴이 될 수 있도록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먼저 최대한 ‘리얼’한 상황을 유지할 것, 출연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유롭고 호감 가는 캐릭터로 선정할 것, 나이와 직업 등에 맞게 다양한 의상을 준비할 것(모두 “wren’ 제품들입니다), 게이 커플을 둘 넣어 시각의 유연성을 확보할 것…이상이 그들이 준비한 ‘촬영 컨셉’일 것입니다. 

드디어 촬영이 시작됩니다. 정말 처음 만난 사이인 듯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열 쌍의 커플들은 곧 장난스럽게 또는 긴장감을 유지한 채 키스를 시작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만큼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억지로 키스를 하다가 더는 못하겠다며 고사를 하는 여자도 나오고 그런대로 부드럽게 키스를 이어가는 커플도 나옵니다. 머뭇거리던 짧은 순간이 지나 의외로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커플도 있습니다. 이 모든 장면들이 정말 설레면서도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깁니다. 제가 특히 감탄했던 것은 게이 커플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입니다. 남자 커플의 경우 입은 옷도 굉장히 점잖고 키스 행위도 과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를 존중하는 눈빛이나 행동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옵니다. 여성 게이 커플의 경우엔 ‘우리, 키스를 하기 전 잠깐 눈을 맞추는 게 어떠냐?’는 성숙한 제의까지 합니다. 이처럼 ‘리얼함 속에 숨어 있는 디테일’은 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한 프로들만의 세심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바이럴은 지난 월요일에 유투브 사이트에 공개되어 단숨에 3,500만 뷰가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흔히 유곽의 여자들도 ‘비록 몸은 허락할지라도 입술은 아무에게나 허락하지 않는다’ 라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바뀌어도 ‘키스’라고 하는 내밀하고 개인적인 행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늘 뜨겁기 마련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걸 캐치해서 이처럼 막강한 바이럴로 성공시킨 사람들의 작업 또한 언제 봐도 참 대단합니다. (지금 ‘Wren Studio’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바이럴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입고 있던 그 옷들에 친절하게 가격표가 매겨져 있습니다) 


이 영상은 아무 배경도 없는 일명 ‘무지 백’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등장인물들에게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흔한 촬영기법입니다. 화면이 흑백으로 처리된 점도 마찬가지 이유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배경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현대인들의 도시적이면서도 쓸쓸한 자화상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씁쓸합니다. 아무런 맥락 없이도 옷을 사고 아무런 스토리 없이도 첫 키스를 할 수 있는, 우리 현대인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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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도 아니다. 그렇다고 뮤지컬도 아니다. 무대 위에 이러저러한 소도구들이 보이고 연기자들이 손가락으로 연기를 시작하면 한 사람이 그걸 진지하게 ENG카메라로 찍고 나머지 사람들은 부지런히 다음 장면에 등장할 소도구들을 준비한다. 카메라에 찍힌 장면들은 무대 위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 영화처럼, 뮤직비디오처럼 실시간 투사된다.  


지젤이라는 여자가 어느 기치역 벤치에 앉아 있다(그녀는 레고인형으로 표현된다). 우선 어렸을 적 13초 간 만났던 첫사랑의 남자부터 회상해 본다. 뒤이어 또 다른 남자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는 지젤이라는 여성이 평생 사랑하고 떠나보내고 잊어야 했던 다섯 명의 남자들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모든 이야기가 연기자의 얼굴과 몸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표현된다. 손가락은 마치 벗은 몸처럼 느껴지고 두 손가락이 엉킬 땐 매우 에로틱하기까지 하다. 손톱을 기른 손가락은 그대로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된다. 손가락이라는 기관이 얼마나 섬세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놀라운 건 손가락 연기만이 아니다. 카메라 웍도 장난이 아니다. ‘접사’라는 방식이 이렇게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정말 몰랐다. 아주 작은 소도구들, 물 속에서 퍼지는 잉크, 책상 위의 비닐이나 모래 등이 접사를 통해 순식간에 거대한 회오리와 바다, 해변, 기억 속의 마을 등으로 변한다. 그리고 탁월한 음향효과는 물론 한 곡 한 곡 들을 때마다 감탄하게 만드는 끝내주는 선곡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황홀경에 빠트린다.  아울러 감독이 직접 듣고 낙점했다는 유지태의 사려 깊고 귀족적인 나레이션도 정말 멋지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식탁해서 시작된 이 ‘손가락 공연’은 친구들의 수 많은 아아디어와 공감각적인 장치들이 더해져 이젠 가는 곳마다 전 세계인들을 놀래키는 공연이 되었다. '키스 앤 크라이'라는 제목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연기를 끝내고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를 기다리는 공간을 뜻한다. 인생의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곳은 사랑과도 많이 닮은 것 같아서 이 작품 제목으로 정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물원]이라는 범상치 않은 소설집을 냈던 작가 토마 귄지그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토토의 천국]과 [제 8요일]의 자코 반 도마엘이 감독이다. 그의 부인은 안무 담당자. 아마 맨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일 것이다. 손가락으로 하는 장난 같은 공연인데 열 명이 넘는 어른들이 아주 진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도 이상한 감동을 준다. 공연을 보면서 저 아이디어 중 어느 하나만 베껴서 CF에 써먹어도 대박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직접 베끼면 안 되겠지만. 거기서 영감을 얻어 창조적으로 변형을 해야겠지만. 아, 안다 알아. 그냥 너무 멋진 장면이나 장치들이 많아서 하는 소리지. 최근에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시집을 읽었다. 크리에이터들은 이 공연을 보고나면 정말 몇 주일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이다. 아니, 배가 고파질 것이다. 아니, 목이 마를 것이다. 그러니 이 공연을 꼭 봐라. 아니, 보지 마라. 아니, 당신 마음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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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는 집에

엄마의 마음을 잇자


빈 집에

여행간 주인을 잇자


부모님 집에

손주의 재롱을 잇자


집에

새로운 생활을

이어주자





저는 이 광고가 차라리 전처럼 코믹 어프로치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누군가 말싸움을 하고 있는데 TV화면에서 제3자가 나타나서 훈수를 둔다든지, 아니면 부모 몰래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아빠가 TV 안에서 헛기침을 한다든지…그래서 “에이, 그런 게 어딨어?!”라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 내용은 다 이해가 가는 그런 광고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요. 


왜냐하면 이 광고는 놀랍게도 ‘따뜻하고 훈훈한 내용’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 있는 엄마가 아이에게 멀리서도 모정을 전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신혼여행 가서도 집에 있는 고양이의 상태를 살필 수 있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어린 아들의 재롱을 큰 사진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전 이게 불편합니다. 이거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아이는 엄마가 직접 집에서 보듬어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고양이도 직접 쓰다듬어줘야 정이 더 생기구요. 할머니에게 손자 얼굴을 벽걸이 TV로 어루만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시골에 놀러 가야죠. 물론 이 광고처럼 하며 살 수도 있습니다. 편리하니까요. 안 하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그러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닙니다. 그건 분명합니다. 광고주가 “왜 남의 돈으로 하는 캠페인에 딴지를 거는 거냐?”고 화를 내거나 광고회사가 “그럼 니가 한 번 해봐라” 하고 화를 내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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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닳고 단 명제를 살짝 뒤집으니 이렇게 멋진 자유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군요. 일본 구직사이트인 리쿠르트의 최신 광고 ‘인생은 마라톤이다’편은 기존의 통념을 뒤집음으로써 통쾌한 자유와 함께 개인의 자존감까지 되씹어보게 해줍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하지만, 정말 그럴까?”


결승점을 향해 성실하게 달려가는 마라톤 대열이 보이다가 갑자기 주인공의 입에서 이렇게 반문하는 카피가 나온 뒤부터는 전혀 새로운 해석이 펼쳐집니다. 그렇게 정해진 코스대로 달리기엔 인생이 너무 재미 있고 또 다양한 가능성으로 넘친다는 것 때문이죠. 마라톤 코스를 달리던 선수들이 제멋대로 이탈해서 보여주는 새로운 길은 호수, 운동장, 침대 위, 바다, 창공, 눈밭 등등 참 다양한 곳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불꽃놀이를 하는 언덕에서, 누군가는 교실에서, 또 누군가는 요트 위에서 각자의 꿈을 불태우는 것입니다. 리쿠르트는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는만큼 다양한 꿈이 있고,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라고 말합니다.  



길은 하나가 아니야

결승점은 하나가 아니야 

그건 인간의 수만큼 있는 거야 

모든 인생은 훌륭하다 


누가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했나? 

리쿠르트 포인트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취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 불안하고 조급하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무능력에 좌절하기도 하고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괴로워하게 되죠. 그럴 때 어떤 구직전문 회사가 젊은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져준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요? 아마도 마포대교를 걷다가 마주친 “밥은 먹었어?”라는 전혀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생명보험회사의 자살방지용 카피보다는 훨씬 더 타겟의 마음속 깊게 파고 들어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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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를 보면 ‘나, 그거 인터넷으로 찾아봤어’라고 하는 말로 아예 “I googled it.”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죠. 그럴 정도로 구글은 이제 전 세계인들 검색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이 ‘대단한 검색 엔진’의 광고를 당장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 놓인다면 과연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요? 더구나 광고주께서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은 구글에서 찾는다(찾았다)’라는 식의 뻔한 서술형 광고 말고 누구나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이성적인 방법이면서 동시에 따스한 감성까지 팍팍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광고라야만 하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그리고 유명인을 쓰거나 화려한 해외 로케로 해결할 생각 말고 오로지 멋진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광고를 한 번 만들어 보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주문을 늘어놓는다면 과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아마도 이 광고야말로 그 ‘말도 안 되는 주문’을 거의 충족시킨 광고가 아닌가 합니다. 2010년 슈퍼볼 경기에 등장했던 구글의 캠페인 ‘parisian love’ 편입니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공부를 하려는 청년이 있습니다. 당연히 항공편을 알아보겠죠. 그리고 파리로 건너갑니다. 거기서 어떤 소녀를 하나 만나게 됩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하겠죠. 소녀가 아까 자기한테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검색을 해봅니다. 그리고 프랑스 소녀와는 어떻게 데이트를 해야 하는지도 검색해 봅니다. 젊은이들답게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집니다. 

초콜릿 가게를 찾아 소녀에게 선물도 하고 그녀가 특히 좋아한다는 누벨바그 감독 프랑소와 트뤼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봅니다. 어느덧 사랑이 깊어집니다. 이제 더 이상은 떨어져서 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결국 둘은 프랑스에 있는 작은 교회를 찾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곧 아기가 태어납니다. 행복에 겨워 아기 침대를 조립하는 아빠의 해맑은 미소로 영상이 끝납니다. 

 그런데 이 광고엔 제가 말한 그 어떤 장면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누군가 키보드를 두들기며 구글 검색바에 입력하는 장면과 간단한 효과음, 그리고  목소리들이 들릴 뿐입니다. 놀랍지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우린 순식간에 어떤 젊은이들의 국경을 넘는 사랑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엔 ‘구글 검색엔진’이라는 딱딱한 용어가 팔짱을 끼고 서 있습니다.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참 많은 것을 보여주는 2010년도 구글 캠페인.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 봐도 참 경탄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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