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플 광고를 좀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특히 이번 광고는 언급을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군요. 바야흐로 전 세계인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세상입니다. 애플의 새 광고에 나오는 주인공 소년도 마찬가지군요. 크리스마스를 맞아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에도 이 아이만 혼자 떨어져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이건 요즘 어느 집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죠. 

그런데 잔잔하던 피아노 음악이 멈추는 순간, 반전이 일어납니다. 소년이 아이폰5와 애플TV를 무선으로 연결하자 아이폰에 담겨있던 가족의 사진들이 아주 감성적인 편집과 훌륭한 음악을 깔고 가족들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알고 보니 소년은 그 동안 누구보다도 더 간절하게 가족들간의 시간을 잘 담아내려고 애쓰고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광고의 제목이 ‘오해’였던 것이군요. 


 ‘논리적 감성’이라는 형용모순이 허락된다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아이폰5는 성능이 좋아서 찍은 사진을 쉽게 편집하는 것은 물론 
 거기에 배경음악까지 깔아 즉시 애플TV로 연결해 볼 수 있어요. 그것도 무선으로.” 

 라는 내용을 자랑하듯이, 직접적으로 말하는 광고였다면 우리에게 이런 감동이 전해질까요? 치밀한 디테일을 통해 할 얘기를 다 하면서도 보는 이들의 감성까지 흔드는 애플의 광고들. 이상하게도 애플 광고를 만드는 광고회사 직원들은 참 착한 사람들일 거라는 선입관을 갖게 됩니다. 물론 그것도 오해겠지요. 모든 개그맨이 다 유쾌한 건 아니듯이. 그리고 모든 동화작가가 다 순진한 건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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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이 나온 [이누스 비데 올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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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와 삼천포가 나온 [피지헛] 광고

   


 요즘 '응사'가 엄청 인기죠?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이 히트하면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을 광고에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청 새롭거나 여러말 하지 않아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방송에서 애써 구축해 놓은 캐릭터를 정작 광고에서는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까운 모델비만 낭비하고 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요즘 나오는 많은‘응사 캐릭터 광고’중 이 두 편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윤진(도희)이 출연하는 [이누스 비데 올림]은 그녀의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와 슬랩스틱 연기의 조합이 제품의 속성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요, 해태(손호준)와 삼천포(김선균)이 나오는 [피자헛 점심피자]는 가격에 민감한 촌뜨기들이 오히려 너무 싼 가격에 놀란다는 역발상을 담아냄으로써 푸근한 웃음을 만들어 냅니다. 

'이누스 비데 올림’ 광고 밑에 “윤진아, 첫 광고가 비데라니....지못미....” 라는 열혈팬의 댓글을 보고 웃긴 했습니다만, 일단 광고에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의 현재 인기를 반영하는 증거 아닐까요? 그래서 연예인들이 토크쇼에 나오면 광고모델 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하는 거구요. 그러나 연예인 여러분, 평소에 열심히 캐릭터 구축해서 제대로 된 광고 많이 찍읍시다. 괜히 성매매 같은 데 재수 없게 연루돼서 인생 조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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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광고는 참 만들기 힘듭니다. 이것저것 제약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들어놓고 보면 너무나 쉬워 보입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인터넷으로 [방향지시등 캠페인 : 깜빡하지 말고 깜빡깜빡하세요] 편을 보았습니다. 역시 이해하기 쉽고 내용이 참 단순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칭찬을 하기 보다는 “에이, 기왕이면 좀 더 잘 찍지....연기도 쫌 더 잘 하면 좋잖아...”하고 어느새 트집을 잡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한 편 내는 게 얼마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면서도 말입니다. 

남이 해놓은 건 다 쉬워 보입니다. 세상은 늘 ‘컬럼부스의 달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다시 보니 방향지시를 ‘윙크’로 치환한 아이디어, 참 훌륭하군요. ‘깜빡하지 말고 깜빡깜빡하세요“라는 메인 카피도 참 좋구요. 잠깐 반성해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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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가 카피라이팅 실습 강의를 하는 한림대 학생들과 함께 하이쿠를 지어본 적이 있다고 했었죠? 하이쿠는 일본에서 생겨난 문학의 한 형태인데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는 표현이 제일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인 시의 형식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특히 유럽에는 하이쿠 시인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금도 매년 영어로 쓰여진 하이쿠 시집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 타임즈는 어느 해 일 년 동안 뉴욕 시민을 대상으로 교통과 계절을 주제로 한 하이쿠 공모전을 실시해 날마다 신문 한구석에 싣기도 했다고 하고요.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아마 하이쿠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시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시커멓게 타버린 숯을 보고도 흰 눈이 얹힌 푸른 나뭇가지였던 시절을 상상하는 시인의 눈은 위대합니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이싸 



시도 굉장합니다. 하이쿠를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방랑시인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건강도 좋지 않았을 테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들이었겠죠. 여름에 모기한테 한 방 물리고 “아, 올해도 안 죽고 또 한 계절을 맞는구나” 라고 기뻐하는 것에서 소탈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시인의 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하이쿠는 이것입니다. 



‘난 혼자요’라고 말하자 

여인숙 주인이 숙박부에 그렇게 적었다 

이 추운 겨울밤


이싸




정말 쓸쓸하지요? 몇 글자 안 되는데도 순식간에 북풍한설처럼 쓸쓸한 정조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멋진 시입니다. 


말이 길어졌군요. 우리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하이쿠를 써보라고 했습니다. 되도록 짧게 세 줄 안에 내용을 담고 자연이나 계절, 시간적 요소를 집어넣으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들이 쓴  작품들을 몇 편 소개해 보겠습니다.  





밖에 풀벌레 운다 

이 새벽, 

나만 잠들지 못하는 게 아니로구나 


조유X




흘러가는 시간아 

저 물처럼 

좀 얼어봐라 


장유X




온몸을 꽁꽁 싸매고 잤더니 

모기가 발만 무네 

양말도 신고 자라고 


박진X




과제가 너무 많다 

이불 뒤집어쓰고 무한도전 보면서 

귤이나 까먹고 싶다 


방슬X




집에서 보내준 김치가 

딱 맛있게 익었다  

엄마 보고싶다 


방슬X




눈이 오는 날엔 

경춘선 끝칸으로 간다 

혹시라도 너가 있을까  


안기X




전우여 기억하오? 

이 눈을 쓰레기라 부르며 

넉가래 행진을 하던 날들을   


안기X





가을 정취에 이끌려 

홀린 듯이 한참을 떠돌았다 

아이고 옷을 거꾸로 입고 다녔네   


이은X





잔여 무료통화 350분 

잔여 무료문자 220건 

안 생겨요  


강지X





작년 겨울 내내 입었던 코트에 

무심코 손을 넣었다가 

네가 준 감기약을 발견했다   


강지X





잉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샤프심이 모자란 것도 아니다 

쓸 말이 없다   


김선X





매일 밤마다 

심장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   


김선X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고민하다 볶음밥을 시켰다 

짬짜면 시킬 걸    


손아X




다들 잘 하지요? 미친 감성들이 춤을 춥니다. 

수업시간에 저도 몇 편을 써보았습니다. 




저녁 내내 화난 척을 했는데 

사실은 

술을 마시고 싶어서였다 


편성X



신호등이 바뀌어도 

급할 것이 없다 

갈 곳이 없기에


편성X



TV를 끄고 

책을 펼치니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구나


편성X




신문을 펼치니 

마음이 어지럽구나 

예전엔 밑씻개로 썼는데 


편성X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또 쳐다본다 

눈이 오는 날 아침에 


편성X




길고양이가 

자동차 밑으로 들어간다 

서리 내린 이 아침에 


편성X




거꾸로 타는 

보일러도 있는데 

인생은 왜 


편성X




형광등이 깜빡인다 

요즘 나도 그렇다 

나이가 들었다


편성X





저도 처음 써보는 거라 마음대로 잘 안 되네요. 

여러분들은 어떤 하이쿠가 제일 마음에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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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서칭하다가 예전 일본 우유광고를 찾았습니다. 전에 본 건데 다시 봐도 역시 재밌네요. 

(특히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레터]를 패러디한 작품은^^) 가끔은 이런 경쾌한 유머와 과장이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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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리나라 '뉴트리나 건강백서'가 베꼈다고 해서 화제가 된 '팬더치즈' 광고입니다. 누군가 팬더치즈를 먹자고 할 때 삐딱한 반응을 보이면 갑자기 팬더가 등장해 '개꼬장'을 부리는 유머광고로, 패러디도 많이 되었죠. 


그런데 뉴트리나 광고를 보니 기본 정서나 분위기를 베끼긴 했어도 팬더치즈보다 아이디어의 타당성에서는 오히려 앞서는 거 같은데요? 베꼈다는 혐의를 받는 것 자체가 일단 문제겠습니다만. 그러니 광고인 여러분. 자나깨나 표절 조심, 겹침 조심합시다.




팬더치즈 광고 '병원' 편, '이집트 식당' 편, '사무실' 편입니다. 






유투브에 주요 시리즈를 다 모아놓은 게 있길래 가져왔는데, 

모듬 편에선 '수퍼마켓'편이 꽤 재밌습니다.


   


 


그리고 '뉴트리라이트 생활백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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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받은 삶은 계란에서 작고 길쭘한 포트를 발견한 젊은이. 혹시나 해서 유심칩을 거기에 집어넣어보니 계란이 고양이로 변하고 고양이가 로보트로 변합니다. 창밖으로 뛰어난간 로보트를 가까스로 잡아타니 순식간에 들소로 변하고 이어 상어로, 수륙양용 스포츠카로로 또 레일 위를 달리는 로켓추진체로....칩을 넣을 때마다 스마트폰이 원하는 것으로 변한다는 무협지 같은 거짓말을 특수효과로 박진감 넘치게 표현했네요. 


뻥을 치려면 이 정도는 쳐야죠...ㅋㅋㅋ 보다보다 처음보는 독일 '보다폰'의 귀여운 과장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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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가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한 번은 야유회를 간 적이 있습니다. 광고회사답게 야유회도 늘 재밌게 진행이 되기 마련이었죠 그 해에는 아예 이벤트회사를 불러 행사 진행을 했고 응원전을 도와주기 위한 컴페니언걸들도 왔었습니다. 선수들이 청백군으로 나뉘어 운동 경기를 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응원단이 되어 짧은 치마를 입은 컴페니언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응원을 하다가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다들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임원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어여뿐 컴페니언걸들이 지나갈 때 회오리바람이 불어 그녀들의 치마가 확 올라가지 뭡니까. 순간 저는 보았습니다. 응원석에 앉은 우리들은 물론 임원석에 앉은 점잖은 임원들의 눈동자까지 일제히 그녀들의 앙증맞은 팬티에 가서 꽂히는 것을. 

 어차피 치마 속에 뭐가 있는지 티셔츠 안에 뭐가 있는지 다 알면서도 왜 우리들은 치마가 올라가거나 티셔츠 사이로 가슴골이 보이기만 하면 반드시 쳐다보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본능이기 때문이겠죠. 남자들은 여자의 나체사진을 보는 순식간에 동공이 두 배로 확대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하긴 치마가 올라가도 다들 무덤덤하면 곤란하겠죠. 다들 도 닦는 스님들만 살면 이 세상에 사랑도 번식도 그만큼 줄어들 테니까요. 


 ‘치마가 올라가면 눈이 돌아간다’는 인간의 속성을 이용한 광고들. 참 짓궃으면서도 귀엽네요. 역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 아이디어들이 눈에도 띄고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아디다스가 만든 바이럴 영상을 보면서 바람 불면 치마가 올라가는 팬티 옥외광고가 생각나서 인터넷으로 그 사진도 오랜만에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치마가 올라가는 아이디어라 그런지 금방 찾아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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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 보이가 어떻게 페인트 업계를 뒤흔들었는지 아는가? 이건 너무 간단해서 무서울 정도다. 그들은 깡통을 바꿨다. 더치 보이는 운반하기 쉽고, 페인트를 붓기 쉽고, 닫기 쉬운 페인트 용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용기에 가해진 몇 개의 뻔한 변화가 더치 보이 매출을 엄청나게 끌어 올렸다." 


오랫만에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를 들춰보니 두세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길을 가다 보면 도처에 콜럼부스의 달걀이요, 마시다 보면 도처에 원효의 해골물이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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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음에 떠오르는 그림을 그려보라"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도화지 위에 계속 까만색만 칠하는 초등학생. 과도한 집중력으로 계속 도화지를 까맣게 칠하기만 하는 아이를 보고 어른들은 당황하게 되고 급기야 정신과 의사들에게 상담까지 받게 합니다. 그러다 한 간호사가 우연히 깨닫게 되죠. 나중에 그 아이가 아주 커다란 고래를 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아이의 꿈을 북돋아 주려면 상상력을 발동하라'는 이 광고는 도식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출과 연기 덕분에 아직도 광고회사마다 회의 시간에 '감동적인 광고' 나 '반전이 있는 광고' 얘기를 할 때 반복해서 거론되곤 합니다.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역시 유투브에 있네요. 편리한 세상입니다. 예전엔 자료 찾기 참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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