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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봄,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여러모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최초 대결이었으니까요. TV와 인터넷으로 대국을 지켜본 저희들은 마침 한국방송공사에서 공모하는 <경쟁위주 사회문화> 공익광고 모델로 이세돌 씨가 적역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그보다 더 큰 경쟁을 한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고 시안을 공모전에 보내기 전에 이세돌 씨 측에게 연락해 공익광고의 취지를 설명하고 출연 허락을 구했습니다. 이세돌 씨는 지나친 경쟁위주의 사회문화를 진단하고 반성해 보자는 저희들의 생각을 단박에 이해하고 무료 출연까지 약속해 주었습니다.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고마운 일이었죠. 이세돌 씨의 약속에 힘입어서 그랬는지 저희들의 아이디어는 무사히 공익광고 본선을 통과해 당선작이 되었습니다.


막상 이세돌 씨가 공익광고 모델로 정해지고 나니까 저희회사는 물론 한국방송광고공사 담당자들도 다들 욕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더 좋은 광고를 만들자는 하얀 욕심이었죠. 그래서 다시 머리들을 모았습니다. 카피를 새로 쓰고 회의를 거듭 했습니다. 


마침 우리 회사 막내 카피라이터가 자신이 듣고싶은 이야기라며 쓴 '경쟁에서 이기라는 말보다는 넌 이미 잘 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카피가 좋아서 그걸로 최종 안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촬영장에 가서 이세돌 씨에게 경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진 뒤 그 이야기들을 모으고 골라서 한 편을 더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촬영장소는 상수동의 '이리카페'였습니다. 


조금 위험한 결정이었죠. 그런데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저희가 미리 여섯 가지 정도의 질문을 작성해서 가져가긴 했지만, 역시 이세돌은 그냥 이세돌이 아니었습니다. 경쟁에 대한 남다른 이해력과 통찰력이 있었고 대인배다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세돌 어록'이 괜한 말이 아니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명카피들이 그의 입에서 마구 흘러 나왔습니다. 공익광고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지만 결국 이세돌 9단이 출연한 공익광고는 A안, B안 이렇게 두 편으로 온에어가 결정되었습니다(오늘은 A안만 보이더군요. B안도 지켜봐 주십시오). 


'지금 우리는 지나친 경쟁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저희가 공익광고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 한 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이세돌의 입을 통함으로써 더 큰 공감과 파급력을 얻은 듯합니다. 물론 지겨운 경쟁사회를 반성해보자는 뜻으로 기획된 이 광고 역시 치열한 '경쟁PT'를 통해 뽑히고 만들어졌다는 점이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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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 그게, 다 희망사항대로 돠는 경우는 없잖아요?

 

곽수종 : 제가 말씀드린 것은 말씀하신대로 다 희망사항이구요.

            요새 뭐, 맛있는 복집이 행복복집이고 맛있는 전집이 패자부활전집이라면서요?

            그래서 드렸던 말씀입니다...

 

오늘 점심 먹으면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팟캐스트로 다시 듣고 있는데 '오감경제'라는 코너에서 우리 경제 전망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던 진행자 손석희 교수와 칼럼니스트 곽수종 교수가 지나가는 말로 "맛있는 국민행복집, 패자부활전집" 얘기를 하더군요.

 

비록 끝까지 제작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회사를 나오긴 했지만 제가 '패자부활전이란 이름의 전집' 아이디어를 냈고, 또 운 좋게 그 안이 경쟁PT에서 뽑혀  공익광고로 전파를 타게 된 이후 이렇게 다른 매체에서까지 언급되는 것을 들으니 기분이 참 좋더군요.^^ 역시 광고는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최고의 미덕 아니겠습니까?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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