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을 읽다보면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별'이란 표현이 나오는 경우가 있죠. 사실은 별이 먼저인데 어쩌다 보니 뒤에 나온 네인사인에 별이 비유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코카콜라가 새로 기획한 이 캠페인도 그런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우리가 SNS에서 무심코 쓰고 있는 Social, Follow, Group chatting, Save, Tag... 등등의 단어가 원래는 어떤 뜻이었는지, 그리고 그 단어들이 실생활에서는 어떤 질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광고입니다. 

술집 테이블에 휴대폰을 층층이 쌓아놓고 먼저 사용하게 되는 사람이 술값을 내자는 캠페인도 그렇고 SNS 없이는 못 사는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SNS를 줄이자는 얘기가 신선하게 들리는 현상 역시 씁쓸한 패러독스이긴 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 메시지조차 SNS를 통해 접하게 될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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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숀펜이 나오는 영화 [아버지를 위한 노래]를 보러 인사동에 나갔다가 내친 김에 서촌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창민 사진전]에 갔었습니다. 전에 페북에선가 이 포스터를 보고 감탄했던 기억은 나는데 이렇게 불현듯 사진전까지 보러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침 사진전 마지막 날이라 화랑에는 작가와 작가의 친구분들이 바닥에 앉아 간단하게 술잔을 나누고 계시더군요.

전시된 사진들은 놀라웠습니다. 포스터에 실린 <브레송에 헌정>이란 작품도 좋았고 <도촬_길거리 쵤영>이나 <우회 혹은 배려>같은 작품들은 똑같은 사물이나 현상도 보는 사람의 시선과 통찰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작품들이 아이폰으로 촬영된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늘 가지고 다니는 바로 그 스마트폰 말이죠.ㅠㅜ


저도 요즘 카메라를 배우기 시작한 참이라 그 충격의 강도가 남달랐습니다. 사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지나치는 길거리, 학교, 직장, 공원 어디에도 이야기는 널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때마다 카메라가 없죠. 그래서 우리는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하다가도 “에이, 운이 좋아서 저런 소재와 마주쳤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어지는 모양입니다. 그래야 사진가들은 특별한 사람들이고 나와는 뭔가 다른 사람이란 논리가 성립되면서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그런데 아이폰 카메라가 DSLR을 비웃기 시작한 겁니다. 아니, 새로운 생각이 고정관념을 비웃기 시작한 거라고 해야 더 정확하겠죠. 한창민은 아이폰 카메라를 들고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기도발이 잘 먹히는 계룡산 소백산처럼 이름난 산들은 많지만(정말 거기 가서 기도하면 하나님 부처님과 접속이 잘 되긴 할까요?) ‘사진발’이 잘 먹히는 장소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한창민 작가는 이미 SNS에서 유명인사라고 하더군요.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통해 많은 사진을 올리고 그 사진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텍스트를 제시하는 사람인 모양입니다. 이번 전시회도 지난 일 년간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에 올렸던 사진 3500여 장 중 64장을 골라 인화했다고 합니다. 뭔가 꾸준히 하는 사람은 역시 다르죠? 전시된 작품들 중 이미 팔렸음을 표시한 작품들이 많더군요.

 

저도 내일은 카메라를 들고 오늘 산책 나갔던 곳을 다시 한 번 나가봐야겠습니다. 찍고 싶은 장면들을 아이폰으로 대충 찍었지만 DSLR카메라로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아직은 노출도 셔터속도도 잘 모르지만 이제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건 알게 되었으니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 아이디어가  모든 것을 결정하죠.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으니, 아마 내일도 변함없이 그럴 겁니다.

  

역시 작가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끼게 해주는 사진이죠? 

 이 작가가 찍기 전에도 누군가가 이걸 먼저 찍었을 텐데.

 핸드폰으로 찍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고 강렬합니다.

 이 꽉 찬 구도!

 이 사진도 전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사진 찍다가 뺨 맞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은 못 찍겠죠. ^^

작가님과 작가의 친구분들. 구도는 어느 정도 제 의도대로 됐는데 촛점도 안 맞고 노출도 형편없는, 바보같은 제 사진 하나 덧붙입니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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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뭔가 일을 시작하면 좀처럼 다른 걸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워커홀릭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사실 우리가 일을 하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직업일수록 더 그렇지요. 그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어떡하지”,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하고 근심 걱정으로 보내는 시간이 전부입니다. 이건 일의 성과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그냥 제가 새가슴이라 그런 겁니다.

일을 회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술을 마시는 겁니다.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취해서 몸도 마음도 늘어지기 때문에 뭐든 포기가 빠르죠.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데’는 술만한 게 없습니다. 그런데 일이 싫다고 늘 술만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보면 일도 지지부진하면서 다른 것도 전혀 즐기지 못하는 오갈 데 없이 한심한 상태가 도래합니다.

이래저래 전 몇 달 간 전혀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영화도 죄다 놓쳐서 [건축학개론], [어벤저스], [은교] 등 못 본 영화가 지천으로 널렸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SNS나 블로그에도 글을 잘 올리지 못합니다. 일도 성에 차게 못하면서 다른 걸 한다는 게 맘에 내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데 프로그램은 별로로 짜면서 취미로 멋진 탁자를 만들었다고 칩시다. 저는 이렇게 반문할 것입니다.

 “그럼 넌 목공을 하지 왜 프로그래머를 하고 있는 거야?”

 

마음에 공황 상태를 메우기 위해서는 ‘잘 읽히는 책’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지리산]은 쉬운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병주라는 한 시대의 천재가 목숨을 걸고 쓴 대하장편소설입니다. 요즘처럼 인문학과 실용서만 주로 읽던 제겐 [지리산]처럼 유장하고 압도적인 스토리텔링이 있는 소설이 필요했습니다. 더구나 이 책은 전에 제가 어렸을 때 줄까지 쳐가며 읽었던 소설인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던 격동의 세월을 거스르며 살다 죽어간 한반도의 젊은이들의 이야기인 이 소설은 TV드라마로도 각색되어 방영된 적도 있지요. 생각해보면 [태백산맥]이나 [토지]에 비해 너무 일찍 완간된 불행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관부연락선]이랑 이어 읽은 기억이 나서 그것부터 읽을까 하다가 일단 책장에서 눈에 띄길래 이 책부터 집어들었습니다. 앞으로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고 티블로그에 독서일기를 연재할 생각입니다. 이미 끝까지 읽은 독자들이 수두룩한데, 이런 식의 독서일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하지만, 쥐가 자라나는 이빨을 시멘트 바닥에 갉아내는 기분으로 그냥 미련하게 한 번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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