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짧은 여운'에 해당되는 글 54건

  1. 2016.04.26 시간이 없어서
  2. 2016.03.22 아내가 없는 밤
  3. 2016.03.04 타인의 삶
  4. 2016.02.05 별똥별
  5. 2015.12.10 사소한 저주
  6. 2015.12.01 자백
  7. 2015.08.04 우연 1
  8. 2015.05.07 할리 데이비슨
  9. 2015.02.11 비틀즈의 인 마이 라이프
  10. 2014.07.06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면접 4





시간이 없어서 영화를 못 봤다

시간이 없어서 TV를 못 봤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었다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썼다

시간이 없어서 전화를 못 했다


시간이 없어서...


내 입으로 얘기할 때는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남의 입으로 들으니 참 없어보이는구나 


앞으로

시간이 없어도

할 건 다 해야겠다


시간이 없어도 책 읽고 

시간이 없어도 글 쓰고 

시간이 없어도 사랑하고

시간이 없어도 사람 만나고

시간이 없어도 놀아야겠다 


시간이 없어도

하고싶은 건 하고 살자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매달리기  (0) 2016.07.28
배워야 할 것은  (2) 2016.06.24
아내가 없는 밤  (0) 2016.03.22
타인의 삶  (0) 2016.03.04
별똥별  (0) 2016.02.05
Posted by 망망디
,




나는 평생 결혼이라는 걸 안 하고 살 줄 알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결혼생활이 나하고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또 혼자 살아도 별로 외롭거나 비참한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있는 게 좋았다. 이게 대인기피증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게, 평소에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거나 노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혼자 소파에 늘어져서 다리 까딱이며 신문을 보거나 멍때리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려지고 이내 그 상태가 몹시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심지어 예쁜 여자가 혼자 우리집에 놀러와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밤 어찌어찌 잠자리를 가질 때까지는 좋았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면 ‘근데 쟨 집에 안 가나?’라는 한심한 생각이 나도 모르게 뱃속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것이었다. 사정이 그러다 보니 남들이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상대를 만날 때도 나는 여자들에게 객적은 농담이나 픽픽 날리고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를 꺼리는 한없이 가벼운 연애상대나 그냥 '아는 오빠'로 비춰지고 있었다.


그래, 가끔 이렇게 연애나 하며 살지 뭐, 결혼은. 이렇게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름 정리하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몇 개의 우연이 겹치는가 싶더니 마치 교통사고 당하듯 생각지도 않게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무엇에 홀린듯 사귀고 동거하고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게 되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상하게 아내와 있으면 힘들거나 지겹지 않고 '혼자 소파에 늘어져서 다리 까딱이며 신문을 보거나 멍때리고 있는 나의 모습'도 더 이상 그려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한다. 어떤 얘기를 하냐고? 많은 커플이 그렇듯 우리도 '오바마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이나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어떤 판단을 내릴까' 같은 심오한 얘기는 잘 나누지 않는다. 그저 각자의 회사에서 있었던 소소한 얘기나 TV 프로그램 얘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자잘한 뒷담화 등을 나눈다. 그리고 서로 힘든 얘기를 거침없이 나눈다. 이게 중요하다.


슬픈 일을 당한 사람일수록 화를 자주 내거나, 무서워하거나, 무감각해지는 등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감정들을 어딘가에, 또는 누군가에게 표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심리학자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슬픔이나 외로움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그런 걸 모두 말한다.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멍충한 짓을 했는지, 얼마나 창피한지. 아무리 바보 같은 얘기를 해도(하다못해 출근하다 바지에 똥싼 얘기를 해도)...그녀는 다 받아준다. 다 받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부자로 만든다.


(*사진의 전당포는 총신대입구역 사당우체국 근처에 지금도 실제로 있는 가게입니다. 예전에 침맞으러 갔다가 찍어놨던 사진인데, 이 글과 잘 맞는 거 같아서 올렸습니다)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워야 할 것은  (2) 2016.06.24
시간이 없어서  (0) 2016.04.26
타인의 삶  (0) 2016.03.04
별똥별  (0) 2016.02.05
사소한 저주  (0) 2015.12.10
Posted by 망망디
,



SNS가 활발해지면서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며 살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보면 사람들은 남들의 삶에 별 관심이 없다. 그저 관심 있는 척 할 뿐이다. 나부터 그렇다.그래서 멀쩡해 보이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살을 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의절을 하면 그때서야 아, 그런 일이 있었어? 라고 놀라는 척하고는 이내 또 자신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러니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더라도 걔는 잘 살고 있어, 또는 걔 밥은 먹어, 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진 말자. 누구나 사는 건 쉽지 않으니까. 멀쩡해 보인다고 다 멀쩡한 건 아니니까.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이 없어서  (0) 2016.04.26
아내가 없는 밤  (0) 2016.03.22
별똥별  (0) 2016.02.05
사소한 저주  (0) 2015.12.10
자백  (0) 2015.12.01
Posted by 망망디
,







꿈에 별똥별을 

보면서 생각했다.


별은 아내를 주고 

똥은 내가 가져야지. 


그래도 별이 하나 남네.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가 없는 밤  (0) 2016.03.22
타인의 삶  (0) 2016.03.04
사소한 저주  (0) 2015.12.10
자백  (0) 2015.12.01
우연  (1) 2015.08.04
Posted by 망망디
,



야근하는 목요일, 같이 술 마시자 꼬시는 친구들의 카톡방을 나오며.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의 삶  (0) 2016.03.04
별똥별  (0) 2016.02.05
자백  (0) 2015.12.01
우연  (1) 2015.08.04
할리 데이비슨  (0) 2015.05.07
Posted by 망망디
,

자백

짧은 글 짧은 여운 2015. 12. 1. 15:02



자백



어려서는
학교 가기가 싫었고
커서는
회사 가기가 싫었다

학교 다닐 땐
공부를 잘 못했고
회사 다닐 땐
일을 잘 못했다

유흥비를 벌면
놀 시간이 없었고
놀기 시작하면 
유흥비가 곧 떨어졌다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돈은 없지만
마음만은 부자다,

라는 거짓말을
하며
살고 있다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똥별  (0) 2016.02.05
사소한 저주  (0) 2015.12.10
우연  (1) 2015.08.04
할리 데이비슨  (0) 2015.05.07
비틀즈의 인 마이 라이프  (0) 2015.02.11
Posted by 망망디
,

우연

짧은 글 짧은 여운 2015. 8. 4. 13:32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소한 저주  (0) 2015.12.10
자백  (0) 2015.12.01
할리 데이비슨  (0) 2015.05.07
비틀즈의 인 마이 라이프  (0) 2015.02.11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면접  (4) 2014.07.06
Posted by 망망디
,




지난 주 함께 여행을 갔던 친구가 남해에서 말했다. 
"저는 할리 데이비슨을 모는 게 꿈이에요."

내가 말했다. 
"빨리 사세요. 오십견 오면 핸들에 팔도 안 올라가니까."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백  (0) 2015.12.01
우연  (1) 2015.08.04
비틀즈의 인 마이 라이프  (0) 2015.02.11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면접  (4) 2014.07.06
심야택시에 두고 내린 옛사랑들  (0) 2014.06.01
Posted by 망망디
,
 


비틀즈 역사상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이 곡이라는 외신 기사를 본 기억이 납니다.마침 은희경의 단편소설 '인 마이 라이프' 도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어느 겨울 신촌에서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지루한 영화를 혼자 소리내어 울며 보던 여주인공이 3층에 있는 카페 '인 마이 라이프'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손님 중 한 남자가 기타를 치며 비틀즈의 '인 마이 라이프'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세 번 목격하게 되는 이야기. 


내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소가 있지. 
어떤 곳은 변하고 어떤 곳은 영원하고 
어떤 곳은 사라지고 어떤 곳은 남아 있어도 
이 모든 장소는 그들만의 순간을 지니고 있네. 


이 모든 친구와 사랑하는 이들 중에서도 
당신과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당신과의 사랑은 나날이 새로워
지나버린 추억들은 모두 의미가 없네 


함께 한 친구들 지나간 세월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네 
때로 걸음을 멈추고 그때를 생각하겠지 
그러나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 뿐이라네
인 마이 라이프, 아이 러브 유 모어 


 은희경이 2001년에 쓴 이 수필 같은 소설 속에서 직접 번역한 '인 마이 라이프'의 가사입니다. 어때요, 난로가 빨갛게 타고 있는 그 카페에서 몇 명이 빙 둘러 앉아 작은 노래를 부르고 듣던 그 겨울이 기억나지 않나요.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연  (1) 2015.08.04
할리 데이비슨  (0) 2015.05.07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면접  (4) 2014.07.06
심야택시에 두고 내린 옛사랑들  (0) 2014.06.01
여기 처녀가 어딨어?  (0) 2014.04.09
Posted by 망망디
,



저희 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일사후퇴 때 단신월남해서 갖은 고생을 다하고

인천사범을 졸업한, 당시엔 드문 인텔리 여성이셨죠 


시집 와서 애 넷을 낳았습니다 

하나는 교통사고로 죽었고 

하나는 교통사고로 거의 죽다 살아났습니다

(그 놈이 바로 접니다)


평생 교사로 일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물론 퇴근 후엔 집안일도 해야 했습니다 

가끔 가정부나 파출부를 쓰는 일도 있었지만 

아시다시피 옛날 여자들은 

억척같이 안팍을 다 살피며 살아야 했으니까요


세탁기가 없던 시절이라 퇴근 후에 손빨래를 해야 했습니다 

장마때 연탄아궁이가 막히면 그걸 국자로 퍼내기도 했었죠

재봉틀로 간단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고 

겨울이면 아이들 옷과 모자를 털실로 짜서 입혔습니다



좋은 엄마였습니다

빵 만드는 기계를 사다가 빵을 만들어 주기도 했고 

칼국수 만드는 기계도 사서 국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도우넛이나 돈까스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중에 얘기하시더군요

그땐 젊어서 그랬겠지만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하고 살았나 몰라…


식기세척기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살았죠

매일 아침 세 아이의 도시락을 싸야 했습니다

(저희 형은 반찬으로 국도 싸갔습니다) 


아이들은 돌아가며 끊임없이 속을 썩였고 

남편은 바깥 사람들만 좋아하는 호인이었습니다 

그래도 늘 유머가 있고 웃음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분이었습니다 





재작년 겨울에 돌아가셨습니다 





오늘은 참 엄마가 보고싶군요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Posted by 망망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