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32&aid=0002416141&sid1=001







요즘 가장 핫한 전시는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사진전일 것이다. 라이언 맥긴리는 약관의 나이에 ‘똑딱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천재다. 그는 사진을 찍기 전에 자신의 모델들과 수많은 얘기를 나누고 같이 술 마시고 여행하고 놀고  하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사진 컨셉을 설계한다. 이미 친구가 되어 싫컷 놀다 진력이 날 정도로 서로에게 완전한 믿음이 생겼을 때 모델들은 비로소 옷을 활활 벗어던지고 라이언의 카메라 앞에 선다. 라이언은 유명한 스타이거나 엔터테이너이거나 현재 활동 중인 젊은 예술가들인 그들을 마음껏 찍음으로써 사진가로서의 명성을 더욱 높여 간다. 



오늘 신문에서 서동진 교수가 쓴 문화비평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사진전을 보고나면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뜨리는 관객들이 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 처제 금모래 양(아내의 사촌동생)도 아내와 같이 가서 이 사진들을 보고 나오며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그만큼 울림이 큰 것이다. 


그런데 “‘속았다’라고 생각하며 바라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서동진 교수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이 불편하고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아니, 그는 팝스타 뺨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스타 포토그래퍼의 ‘스타성’ 강한 사진에 대책없이 열광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유행한 초상 사진들은 지치고 망가진 젊음의 초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마치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한 점의 얼룩도 없는 젊음을 그리는 사진들이 눈앞에 도착했다.

내가 ‘속았다’라고 생각하며 바라보는 사진들을 젊은이들은 선망과 감격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그 사진에서 본 것이 과연 젊음이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서동진 교수는 라이언이 설계해 낸 청춘의 눈부신 자유들은 실제가 아니라 ‘가짜’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의 연장선에서 틈만 나면 청춘을 소비하라고 외치는 자본주의는 결국 격정, 저항, 모험, 떠돎, 창의성 등 진짜 청춘이 누려야 할 자유는 주지 않고 ‘그래도 이 세계는 니가 선택할 수 있는 거야’라는 환상만 심어준다고 비판한다. 


서동진 교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라이언과 그의 친구들이 창조해낸 세계는 이상향이다. 마치 60년대 히피들이 꿈꾸었던 세계처럼 거침없고 걱정없고 순수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렇다고 정말 우리 젊은이들이 라이언의 사진에 열광하면 안 되는 걸까? 이게 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선망’이나 ‘미지의 세계로의 도피’이기만 한 걸까? 


그렇게 우리의 젊은이들을 일반화내지는 하향편준화시켜 버리는 것은 너무 씁쓸하고 쓸쓸한 일인 것 같다. 아무리 우리가 “지난 반세기를 통틀어 우리는 최악의 시절을 살아야 할 청년세대를 가지게 되었다”지만, 그저 잠깐 이렇게 대책없이 자유롭고 영악한 기획력 앞에서 대책없이 감탄 한 번 해보는 것도 어느덧 우리에겐 그토록 사치가 되었단 말인가. 나야말로 괜히 신문을 읽는 사치를 부렸다. 그 시간에 일이나 할 걸. 휴일날 회사에 나와서 밤늦도록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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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가방

길위의 생각들 2013. 7. 8. 22:51

가방의 상표는 중요하지 않다.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가가 진짜다. 그 안에 현자들이 쓴 수상록이 한 권 들어있다면, 까무러칠 정도로 재밌는 소설책이나 면도칼처럼 예리한 시집 한 권이 들어있다면, 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의 단초를 메모한 종이조각이 한 장 들어있다면 비닐쌕이라도 명품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비싼 가죽가방이라도 그 안에 화장품, 핸드폰, 카드명세서, 피임기구 같은 잡동사니들만 가득차 있다면 그 가방은 '수고한 자신을 위해 스스로에게 선물한' 사치품에 지나지 않는다. 가방 안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 당신의 가방은, 당신이다.

 

 

 

(*오늘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불현듯 생각나 페북에 올렸던 글. 그러나 페북에 올린 글은 흘러가기 십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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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에 뚝섬유원지공원을 산책하다가 희한한 버스를 한 대 만났습니다. 알록달록 반짝반짝. 슬쩍 봐도 몹시 ‘키치적’인 버스가 사람들의 호기심 속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희도 뭔가 하고 다가가 보니 어떤 아저씨가 스티커를 잔뜩 붙인 버스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옆구리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KBS생생정보통’ 같은 프로그램의 이름과 ‘200만 개 돌파’ 등의 글씨들이 씌어 있었구요. 맙소사. 버스에 붙인 스티커가 백만 개라는 말인 모양입니다.

 

 

 

버스 기사이자 주인인 아저씨에게 가서 사연을 들어보니 어느날 차 천정을 꾸미고 싶어서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한 게 방송을 타면서 점점 더 재미를 붙여 현재 230만 개에 달하는 스티커를 붙였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냥 붙이는 게 아니라 버스 천정은 붙인 스티커 위에다 하나하나 스테이플러를 덧박았고 바깥면은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게 순간접착제를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닥에 비닐을 까는 것은 물론이구요. 이 정도면 집착을 지나 거의 착란 상태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아무런 기대를 안 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런 버스를 만나면 황당해서라도 좀 웃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오늘 내가 이상한 버스를 만났는데…”라고 얘기 보따리를 펼쳐 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잠깐을 위해 이백만 개의 스티커를 붙이라고 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실행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이런 건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해야하는 거니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버스 안도 구경시켜 주고 원하는 아이들에겐 직접 스티커를 붙여볼 수도 있게 해주는 이 아저씨는 자신의 옷과 신발에도 스티커가 빼곡합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좋아서 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전 좋은 의미든 그렇지 않든간에 아무튼 뭐든 백만 개 이상을 한 다는 건 ‘백만돌이 에너자이저’만큼이나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해를 기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똘끼를 발휘하는 이런 ‘무해한 똘끼’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내는 숨구멍 역할을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밉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무해한 똘끼’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아저씨, 언제나 운전 조심해서 다니세요.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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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신사동 가는 버스를 타고 멍때리다가 그만 한남대교를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남오거리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터덜터덜 걷다가 '영진설비’라는 간판과 마주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박철 시인의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라는 시에 나오는 바로 그 이름이었죠. 그래서 그 시를 다시 한 번 읽어봤습니다. 언제 읽어도 읽을 때마다 술이 땡기는 시,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박 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수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국 쑥국 쑥국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한 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가 문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

어느 한쪽,

아직 뚫지 못한 그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숲속 깊은 곳에서 쑥국새는 울고 비는 내리고

홀로 향기 잃은 나무 한 그루 문밖에 섰나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내겐 아직 멀고 먼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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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길위의 생각들 2013. 4. 1. 16:23

 

 

누구든 흔적을 남긴다. 어떻게 남기느냐가 다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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