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17.09.02 남편이라는 직업 2
  2. 2017.08.16 커피 한 잔
  3. 2017.05.13 1분
  4. 2017.05.05 휴일 오전의 여유
  5. 2017.03.13 초췌 버전 1
  6. 2017.01.16 왜 웃었을까?
  7. 2016.10.05 옥상 윤 여사
  8. 2016.06.20 혜자의 생일 전날
  9. 2016.04.29 한라산
  10. 2016.02.29 스탠리 큐브릭을 존경하는 아내 2

남편이라는 직업

혜자 2017. 9. 2. 11:57




아내는 가끔 집에서 내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내가 "여보,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라고 물으면 그럼 내가 당신한테나 소리를 지르지 누구한테 가서 이렇게 소리를 질러보겠냐고 하며 계속 소리를 지른다.

아내는 가끔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을 나에게 할 때가 있다. 내가 "여보, 그런 엉터리 같은 소리가 어디 있어?"라고 물으면 아니, 그럼 내가 당신한테나 이런 소리를 하지 어디 가서 이런 바보 같은 얘기를 해보겠어, 라고 반문한다.

남편은 참 재미있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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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혜자 2017. 8. 16. 18:05



< 커피 한 잔>

오래 전 이병주의 [행복어사전]을 읽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주인공들이 점심 먹고 회사에 들어가기 전 다방에 가서 커피를 한 잔 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지금처럼 스타벅스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야밀로 옛날식' 70년대 다방이다.

한숨 돌리는 커피 한 잔.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는 그게 어른들의 세계인 것만 같아서 참 부러웠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한숨 돌리러 커피숍에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얘기를 하러, 누군가를 만나러, 아니면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러 가긴 해도(아니면 혼자 아이데이션을 하러 가거나) 그냥 한숨 돌리러 커피숍에 가는 일은 좀처럼 없는 것이다.

이젠 적어도 그 정도의 사치는 좀 누리면서 살아도 되는 게 아닐까.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픈 아내가 몸 상태를 회복하면 동네 커피숍에 같이 가서 싫컷 노닥거려야겠다. 다행히 우리 동네엔 '성북동 콩집'이라는 아주 맛있는 커피를 파는 집이 하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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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혜자 2017. 5. 13. 14:56




왕가위의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은 장만옥에게 아무 것도 묻지 말고 그냥 일 분만 같이 시계 초침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일 분이 흐르자 그윽한 눈빛을 하고는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멘트를 날린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리는 일 분 동안 함께 했어. 난 잊지 않을 거야. 우리 둘만의 소중한 일 분을."

생각해보면 아비는 요즘 우리가 얘기하는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다. 참 유치하지만 난 이 대사가 너무나 절묘해서 오래 전부터 날짜에서 시간까지 죄다 외우고 있었다. 

갑자기 비가 후두득 떨어져 안으로 들어온 토요일 오후의 성북동 소행성. 신디 로퍼의 ‘At last’앨범을 틀어놓고 각자 책을 읽던 아내와 나는 빗소리에 마음이 움직였다. 창 밖을 바라보던 아내는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 좋은데.” 

그래서 나는 우리 둘만의 일 분을 남겨보기로 했다. 컴컴한 하늘에선 사나운 비가 내리고 오디오에선 신디 로퍼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내는 [음식의 언어]라는 책을, 나는 [오래된 생각]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다. 그녀는 내가 이런 동영상을 찍은 걸 아직 모른다. 방금 또 천둥이 쳤다. 뭔가 깊은 산장에 둘만 갇혀 있는 느낌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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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오전의 여유

혜자 2017. 5. 5. 10:22

어린이날 오전에 일찍 아침밥을 차려먹고 小幸星 마당에서 독서 중인 윤혜자 여사. 지금 읽고 계신 책은 김금희의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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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췌 버전

혜자 2017. 3. 13. 11:31



(몸살이 나서 한약을 지어 먹었던 윤혜자 여사의 초췌 버전. 날짜를 보니 3월3일이다. 성북동 스타벅스에서) 아내는 몸살이 나도 아프다는 소릴 잘 안해서 내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다. 미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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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웃었을까?

혜자 2017. 1. 16. 21:13

왜 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도 아내가 이렇게 웃고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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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윤 여사

혜자 2016. 10. 5. 21:26


택배로 도착한 문어를 한 시간동안 밀가루로 세척하신 후 비로소 옥상에 올라와 도도하게 차를 한 잔 하시는 윤혜자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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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의 생일 전날

혜자 2016. 6. 20. 11:25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서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지리산 요리학교에 다녀오는 길이다. 터미널 상가에 있는 '베테랑칼국수'에 가서 칼국수와 만두를 먹고 전철을 타고 돌아오다가 한강 벤치에 앉는다. 


보름달이 떴고 강바람이 시원하다. 강변에 나란히 놓인 벤치마다 사람들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아내 말로는 미국에서 가장 행복감을 많이 느끼는 날이 6월 20일쯤이라고 한다. 여름 휴가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학생들은 학기가 끝나 긴 방학으로 들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란다. 한국에서 6월 20일에 태어난 아내는 행복한 아이였을까. 우리 엄마는 이렇게 더울 때 나를 낳았구나, 라고 아내가 중얼거린다. 


능소화가 참 예쁘게 피어서 아까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 이젠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 글을 쓰다가 하늘을 다시 쳐다보니 그새 달이 더 크고 환해졌다.



(* 일요일인 어제 집으로 돌아오다가 벤치에 앉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인데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 여기에 한 번 더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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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혜자 2016. 4. 29. 10:12



어제 성북동에서 뭔가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나서 아내는 이 동네에서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지고 했다. '섭지코지'라는 횟집에 들어가 모듬회와 한라산을 시켰는데 마침 한라산 병과 아내의 옷 컬러가 비슷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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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갔던 시립현대미술관. 

그러고보니 남들이 생선전 부칠 때 우린 큐브릭전을 부치고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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