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4.11 총선. 그 때쯤이면 대선.
이번 크리스마스는 과연 어떤 기분일까요.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심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2) 2013.04.11
선운사 동백꽃  (0) 2013.03.18
월조회의 추억  (0) 2013.02.03
일요일에 산 시집  (0) 2012.06.04
행복  (0) 2012.03.23
Posted by 망망디
,

행복

짧은 글 짧은 여운 2012. 3. 23. 13:27



행복은 사소한 곳에 있다.

'짧은 글 짧은 여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심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2) 2013.04.11
선운사 동백꽃  (0) 2013.03.18
월조회의 추억  (0) 2013.02.03
일요일에 산 시집  (0) 2012.06.04
멀리 보고 살자구요  (2) 2012.03.26
Posted by 망망디
,


법정 스님도 생전에 신용카드를 만드신 적이 있었을까. 영화 <화차>를 보면서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카드빚과 사채에 몰려 자신의 인생을 버리고 남이 되어 살아보려고 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다. 법정 스님께서는 누군가가 선물한 난 화분을 키우다가 무소유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다지만, 그건 도 닦는 분들이나 가능한 얘기고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은 사랑이든 건강이든 집이든 뭐든지 소유해야 행복을 느낀다. 아니 그래야 행복과 조금 더 가까워지리라 믿는다.


결혼을 앞두고 이제 막 나온 청첩장을 들고 예비 시댁을 찾아가던 선영과 문호. 그런데 휴게소에서 선영이 사라진다. 감쪽같이. 문호는 급하게 줄행랑을 친 흔적이 역력한 선영의 집안을 확인한 뒤에야 망연자실 한다. 전직 형사였던 사촌형 종근의 수사에 의해 선영의 사연이 점차 밝혀진다. 우선 선영이는 강선영이 아니라 차경선이란다. 그리고 전 직장도 가짜, 고향도 가짜. 어제까지 한 침대에 누워 신혼 살림을 꿈꾸던 여자에 대해 문호는 도대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화차>는 미야베 미유키 원작 소설을 변영주 감독이 5년이나 주물러 2012년 대한민국에 맞춰 재구성한 영화다. 이전 영화들이 좀 느슨했고 비교적 저예산에 김민희라는 카드도 그리 미덥지 않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아주 잘빠진 작품이 나왔다.

차경선은 아버지의 빚에 몰려 사채를 쓰게 되고 그 빚에 의해 개인파산을 당한 고아다. 세상에 의지할 데 하나 없는 그녀는 결국 자신과 비슷한 여자를 골라 살해하고 그녀의 신분을 차지해야만 살 수 있다. 물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에게 용서라는 말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잘못된 길임을 알면서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달려야 하는 사람의 내면은 얼마나 외로운가.

김민희의 순간 집중력은 놀랍다. 펜션 장면에서 김민희는 놀라운 연기를 펼치는데, 정작 본인은 그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기절했다고 한다. 얼만 전 서울아트시네마 ‘친구들 영화제’에서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 상영 후 변영주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에 나섰던 김민희는 “페이 더너웨이가 잭 니콜슨에게 뺨 맞는 장면을 더 일찍 봤더라면 <화차>에 응응할 수 있었을 텐테…” 라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그 마음가짐이 헛되지 않았나 보다. 이번 영화를 보면 누구든 그녀가 이미 연기파 배우의 반열에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을테니. 

미미 여사(미야베 미유키의 별명)의 원작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고 긴장을 늦추지 못한 것은 변영주 감독의 탄탄한 각본과 구성 덕분일 것이다. 거기다 조성하의 안정된 연기는 또 얼마나 영화를 빛내 주는가. 드라마 <대왕 세종>에서 왕세자의 스승으로 나올 때부터 정말 인상 깊었던 배우 조성하는 오락 프로그램 덕에 우연히 뜬 ‘꽃중년’ 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에서 여실히 증명해 준다. 하다 못해 용산역으로 급하게 달려가야 할 상황이 닥치자 주차장에서 후배 형사에게 “야, 너 나 알아 몰라?” 라고 묻고는 “알죠. 선배님.”이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열쇠를 낚아채고는 “그럼 됐어.”하고 차를 몰고 가는 장면조차도 조성하가 연기해서 쾌감이 더 큰 것 같았다. 그에 비하면 다소 경직되고 전형적이었던 이선균의 작품 해석력은 좀 아쉽다.


자크 라캉은 “욕망은 빈 공간이 만드는 환상이므로 바랐던 것이 채워지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라고 했다. 문제는 바랐던 것이 채워져도 결국 제로에 가까워지는데 그게 채워지지 않았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그건 차경선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회사 CEO 출신 대통령과 5년 간 살아온 대한민국 구성원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참 무섭다. 일요일 심야영화로 봐서 더 후회했다. 욕망을 싣고 달리는 지옥행 급행 열차, <화차>는 마음이 스산해지는 공포영화다. 
 


 

Posted by 망망디
,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왔다가 연극 배우의 사정에 의해 공연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음 아트'라는 서점에 들어와 책을 샀다. '한겨레21'의 기막힌 광고 카피를 매주 쓰던 고경태 기자의 책 '유혹하는 에디터'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추리 소설 매니아 물만두 홍윤의 '물만두의 추리책방'이다. 갑자기 독서 욕구가 솟구친 나는 책값도 치루지 않은 채 책방 구석에 있는 책상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책을 마구 읽고 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망망디
,



홍상수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면 술집에서 말다툼을 하다 급기야 몸싸움까지 하고 나오던 동창들 중 하나가 “야, 오늘 저 새끼 누가 불렀냐?”라고 투덜대는 장면이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잡코리아’ 광고 캠페인을 7개를 보면서 그 영화가 다시 생각났다. 이 광고를 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심리를 어쩌면 저렇게 명쾌하게 꿰뚫어 잘 표현했나 감탄하며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어느 회사나 일은 안 하고 얄밉게 구는 무능한 상사나 아니꼬운 동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은 “아유, 누가 저 인간 좀 안 데려가나” 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마련이다. 이 광고는 이 점에 착안해 직장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역으로 옆 사람을 보내버리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브랜드의 가치를 찾아낸 작품이다. 게다가 연기, 화면구성, 디테일까지 유머가 넘쳐난다.

‘국장인가 청국장인가’ 같은 언어 유희도 물론 출중하지만 진짜 통찰은 ‘보내버리고 싶은 그들에게 추천하라’라는 한 줄의 컨셉에서 나온다. ‘고급 경력직 6만 2683건 보유 중’ 이라는 카피가 곧바로 따라붙을 수 있는 건 제작진 중 누군가가 이런 훌륭한 인싸이트를 발견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Posted by 망망디
,



어젯밤에도 읽었던 윤준호의 <젊음은 아이디어 택시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윤준호 선생은 지난 30년 간 깊고 정갈한 카피를 많이 써 온 분이다. 윤제림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광고에 대한 책이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세상의 모든 이치들도 광고 크리에이티브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난 이 책을 읽던 도중 오래 전 책장에 박아 두었던 핼 스테빈스의 [카피캡슐]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뭔가 행동을 유발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명제를 믿는다면,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다. 이 책이 꽂혀있던 교보문고 서가에 때마침 발길이 멈춰 섰던 그 우연에 감사.

Posted by 망망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