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한림대 강의 가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마주친 결혼정보회사 광고입니다.

결혼을 원하는 타겟들의 심리를 부케라는 소재를 이용해 간단하지만 재미있게 표현했네요. 

요즘은 휴대폰 카메라도 참 쓸만하죠?. 반대편 좌석에 앉아서 당겨 찍었는데도 이 정도로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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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길위의 생각들 2013. 4. 1. 16:23

 

 

누구든 흔적을 남긴다. 어떻게 남기느냐가 다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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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건대앞에 있는 서점 반디앤루니스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우리동네를 가로지르는 구성수동골목을 지나다가 간판이 누워있는 식당이 눈에 들어오길래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마침 식당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나오시더니 제게 묻습니다.

 

"뭘 찍어요?"

"아, 네. 간판이 누워있는게 게 재밌어서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쟤도 나처럼 허리가 아파서 누웠어." 하고 농담을 하시는 것 아닙니까. "이 식당이 오래된 건물이라고 저번에도 사람들이 막 와서 사진 찍어가고 그랬어." 아주머니가 또 자랑을 하십니다. 먼저 질문을 던지셨던 젊은 아주머니는 "깔끔하지 않고 이렇게 지저분해도, 뭐 그런대로 괜찮죠?"라고 제법 멋스런 멘트를 날리십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는 저를 이상한 놈으로 보지 않고 편하게 대거리까지 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이 고마웠습니다. "다음엔 밥 먹으러 한 번 올게요." 라고 인사를 드렸더니 안 그래도 된다면서도 좋아하십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음주엔 꼭 가야겠네요. 그런데 제 사진 기술이 서툴러서 그런지 대낮에 찍었더니 분위기가 영 안 사는군요. 다음엔 저녁 어스름에 다시 한 번 찍어봐야겠습니다.

 

 

 

동네에서 빠져나와 영동대교 남단으로 걸어가면 보이는 식당입니다. 친구가 식당 한다고 하니까 "그럼, 나도 할래" 그래서 나도식당일까요, 아니면 전라도 식당인데 줄여서 그냥 나도식당이라고 하는 걸까요?

 

 

우리동네엔 곳곳에 진보세력들이 숨어서 활동 중이라고 전에 말씀드렸었죠? ^^

 

 

건대입구쪽으로 가다가 차이나타운을 발견했습니다. 양꼬치를 많이 파는 곳이더군요.

 

 

이런 한자들은 중국인거리에 오지 않으면 보기 힘들죠. 연남동 중국식당가도 생각나네요.

 

 

[연변신세기미용실]. 미용실 이름 죽이죠?

 

 

점을 보거나 무당을 찾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인간은 누구나 다 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인가 봅니다. 그게 보살집이든 타로까페든 앞날이 궁금하고 불안하다는 본질은 다 똑같은 걸테니까요. 그나저나 작두도령은 정말로 작두 위를 걸어다니는 겁니까?

 

 

서점에서 돌아오다가 보니 아파트 들어서는 골목에 있는 낡은 연립주택은 우체통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이삿짐센터나 하수구 수리점, 솜틀집 들은 그새 이걸 또 광고판으로도 활하구요. 처음엔 식용유가 담겼을 저 플라스틱통은 앞으로도 참 오랫동안 저렇게 매달려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겠죠? 편지나 고지서, 또는 찌라시라도 가슴에 품으면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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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들은 속수무책으로 떨어져내렸다. 그것들의 삶은 시간에 의하여 구획되지 않았다. 그것들의 시간 속에서는 태어남과 절정과 죽음과 죽어서 떨어져내리는 시간이 혼재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태어나자마자 절정을 이루고, 절정에서 죽고, 절정에서 떨어져내리는 것이어서 그것들의 시간은 삶이나 혹은 죽음 또는 추락 따위의 진부한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새로운, 절대의 시간이었다. 꽃잎 쏟아져내리는 벚나무 아래서 문명사는 엄숙할 리 없었다. 문명사는 개똥이었으며, 한바탕의 지루하고 시시껍적한 농담이었으며, 하찮은 실수였다. 잘못 쓰여진 연필 글자 한 자를 지우개로 뭉개듯, 저 지루한 농담의 기록 전체를 한 번에, 힘 안 들이고 쓱 지워버리고 싶은 내 갈급한 욕망을, 천지간에 멸렬하는 꽃잎들이 대신 이행해주고 있었다. 흩어져 멸렬하는 꽃잎과 더불어 농담처럼 지워버린 새 황무지 위에 관능은 불멸의 추억으로 빛나고 있었다.    

 

 밑줄을 긋는다는 것은 언젠가는 그 부분을 다시 한 번 읽어보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에. 불현듯 김훈의 [풍경과 상처]를 열어 맨 처음 밑줄 그었던 문장들을 읽는다. 도대체 떨어지는 벚꽃들을 이토록 찬란하게 추모해도 되는 일인가. 아닌밤중에  마음속에서 벚꽃들이 지랄염병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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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도시장에서 배우는 새로운 냉장고 단속법.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동네 분들은 좀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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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뚝섬유원지역까지 카메라를 메고 천천히 걸어다녔습니다.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고 길을 나서면 사람들이 차들이 보이더군요. 매일 보는 것들인데도 유심히 들여다 보면 또 다르게 보인다는 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 동네엔 주차의 달인들이 많이 사십니다.^^

 

낡았지만 정겨운 풍경들도 많구요.

 

고개만 들면 이렇게 파란 하늘인데, 자꾸 까먹습니다.

 

다시, 박대통령의 나라.

 

얘들아, 어른들은 슬픈 일이 많단다.

 

다들 왕년엔 힘 좀 쓰시던 분들.

 

100점 보다 훨씬 정겹다. 100명이라는 말.

 

현실 뒤에 숨어 있는 꿈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문은 열리리라.  

 

누가 좀 얘기해 주지 않을래? 천천히 가도 결코 늦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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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시나리오 작가 심산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대부]라고 썼을 때 그 밑에 “깡패영화 좋아하셔서 참 남자다우시겠습니다”라고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마음이 언짢았던 기억이 난다. 심산은 깡패영화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대부]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지를 얘기하고 싶은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는 힘이 세다. 거의 모든 ‘어른영화’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법, 주인공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 하는 법, 가슴에 남는 대사를 쓰는 법, 적재적소에서 캐릭터들이 복무하게 하는 법…한마디로 [대부]는 바보같은 깡패영화가 아니다.

 


그건 그렇고 우린 왜 자꾸 ‘깡패영화’를 보는 걸까? [신세계]를 보는 동안에도 온통 그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다. 나아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왜 단란한 가족이 휴일에 대공원에 가서 일부러 무서운 청룡열차를 타고 소리를 지르는가. 왜 귀신의 집에 들르는가. 왜 다정한 연인들이 손에 손잡고 극장에 가서 귀한 돈을 써가며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 죽는 걸 보고 질질 짜는가. 그러면 좀 낫기 때문이다. 아, 그래도 내가 저놈들보다는 덜 힘들구나. 적어도 나는 지금 당장 영화보고 나가다가 칼에 찔리거나 나이롱줄에 목이 콱 졸려 죽진 않겠구나.


이자성은 강과장이 오래 전에 ‘골드문’이라는 폭력조직에 심어놓은 스파이다. 경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조직의 중간 보스급이다. 이건 뭐 [무간도]를 비껴가기 힘든 설정이다. ‘적의 내부에 침투해 활약하다가 점점 그들에게 동화되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주인공’이란 공식이 딱 나오지 않는가. 경찰이 폭력조직의 후계자 문제에 적극 개입한다는 설정은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 시리즈와 흡사하다.

 

그런데도 박훈정 감독은 비껴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력한 캐릭터와 상황들로 기존 작품들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이자성을 다그치는 강과장은 [무간도]의 황반장보다 다섯 배는 더 싸늘하고 피를 나누지 않은 ‘브라더’ 정청은 [도니 브레스코]의 알 파치노보다 더 잔정이 많다. 그렇더라도 감독이 수많은 오해를 무릅쓰고 그런 야심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출연 배우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을 때 [베를린]을 보러 나갔다가 극장에서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최민식 황정민 이정재라는 셀러브리티들이 나란히 등장하는 ‘신종 듣보잡’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박훈정이라는 이름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미 시나리오 작가로 충분히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역시!’로 변했다.

 


황정민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연기를 잘 한다. 달라져 봐야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에서 얼마나 멀어지겠냐 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물을 만난 물고기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정청이 처음 등장할 때 비행기 일등석 슬리퍼를 신고 나오는 설정이나 이자성 대신 옆에 있던 부하 뺨을 때리는 장면 등이 모두 황정민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연기뿐 아니라 작품을 입체적으로 대하는 그의 열정을 짐작할 수 있는 일화다.

 

혹자는 최민식의 연기가 황정민에 비해 좀 아쉬웠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경찰이 깡패들에게 카메라를 빼앗길 때 홀연히 등장해 능청스럽게 대사를 치는 최민식을 떠올려 보라. [넘버 쓰리]의 마동팔 검사 이후 그런 정확하고 적확한 발음과 억양들이 아무한테서나 나오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날고 기는 황정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튀지 않음으로써 극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까지 충분히 해주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그림이 되는 배우 이정재. 연기력이 모자라던 [모래시계] 때처럼 정말로 ‘가만히’ 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베테랑이다. 그리고 거울 효과라는 게 있다. 이런 귀신 같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하면서 어떻게 연기가 좋아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연기자들이 또 있다. ‘연변거지들’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처음 등장할 때는 좀 억지가 아닌가 싶었는데 이건 갈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것이었다. 특히 송지효를 습격하다 한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지자 “소풍 왔넨?!” 이라 외치며 저돌적으로 쳐들어가던 무대뽀들이 장례식장에선 허겁지겁 음식을 집어먹다 이자성과 눈이 마주치자 쩔쩔매는 연기는 정말 압권이다. 연변 거지 삼인방의 이름은 김병옥 우정국 박인수. 미친 존재감이란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신선한 캐릭터들을 창조해 멋지게 써먹은 감독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영화엔 여자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자성의 아내도 나오고 송지효도 나온다. 그러나 그녀는 여자가 아니다. ‘빠져나갈 데가 없는’ 이자성의 처지를 설명해주기 위한 도구로 쓰일 뿐, 여성성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애초부터 이 영화엔 여자가 나오지 않아야 맞다. 마초 영화라서가 아니다.

 


정청은 오랜만에 이자성을 만나서는 “우리 어디 가서 떡이나 치자”고 조른다. 이건 명백히 파트너에게 섹스를 하러 가자고 조르는 남자의 멘트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말미의 6년 전 에피소드에서도 첫 살인 임무를 힘겹게 완수한 정청은 이자성에게 “우리, 목욕탕 가서 깨끗이 씻고 영화나 한 편 보러 가자”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슨 영화냐는 파트너의 질문에 “무슨 영화는. 떡영화지.”라고 대답한다. 실지로 섹스를 하진 않을 뿐 이보다 더 징그럽게 가까운 사이가 또 어디 있을까.

 


어제 본 인터넷 기사에서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를 ‘넥타이 매고 정치하는 영화’라고 설명하더라. 그러나 그건 너무 점잖다.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강과장이 비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피곤함을 대변해 주는 존재라면, “독하게 살아야 해”라고 죽어가는 순간까지 배신자를 감싸는 정청의 멘트는 존재의 본원적 외로움 때문에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깡패 영화의 탈을 썼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연약하고 지친 남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탄생한 아주 ‘징헌’ 멜로드라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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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엉엉 울어버리고싶은 봄날입니다. 까짓거, 시나 한 편 읽읍시다.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섬마을에서 살면 이런 감성이 나오나요? 그나저나 김용택 선생, 참 징하게 멋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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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이 점심 때 건대입구역에서 비즈니스 미팅이 있다는 말을 듣고 쭐레쭐레 쫓아가 롯데백화점 푸드코트에서 그녀가 비즈니스를 하는 동안 옆에서 꾸역꾸역 점심을 얻어먹고 혼자 지하1층 반디앤루니스에 들른 나는, 느닷없이 이 땅의 문화 부흥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야 한다는 일말의 책임감과 나의 페친인 류근 시인을 더욱 긍휼히 여겨야 한다는 갸륵한 마음이 두서없이 일어나 마침내 그의 시집을 찾아내고야 만 것이었다.

[상처척 체질]…”아 제목도 참 슬퍼…” 하다가 “아니지. 이런 건 류근 식으로 아 씨바 제목도 조낸 슬퍼…해야지” 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문제적 시집을 펼친 것이었다. 페이지마다 술냄새가 진동하는 이 퇴폐적인 시집은 뒤적뒤적할수록 읽을 만한 시들이 꽤 많이 나오지만 나는 특히 ‘유부남’이라는 야비한 시와 ‘가족의 힘’이란 뻔뻔한 시가 마음에 쏙 드는 것이었다. 일단 ‘가족의 힘’이라는 시를 소개한다.

 

 


가족의 힘

                          류근


애인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밤에
아내를 부둥켜안고 엉엉 운다 아내는 속 깊은 보호자답게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등 두들기며 내 울음을 다 들어주고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세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용기를 내서 울고
아내는 술상까지 봐주며 내게 응원의 술잔을 건넨다
아 모처럼 화목한 풍경에 잔뜩 고무된 어린것들조차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노래와 율동을 아끼지 않고
나는 애인에게 버림받은 것이 다시 서러워
밤늦도록 울음에 겨워 술잔을 높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연애에 대한 희망을 갖자고
술병을 세우며 굳게 다짐해보는 것이다

 

 

 

다들 류근 시인이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가사를 쓴 사람이란 것은 아실 것이다. 이 시를 읽고 ‘유부남’이라는 시의 내용까지 궁금해진 분들은 나처럼 돈을 내고 이 시집을 사시기 바란다. 물경 팔천 원밖에 안 한다. 그마저 비싸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알리딘 중고서점을 뒤져보는 것도 좋겠다. 류근의 시들이 야리야리하고 좀 슬프고 많이 웃기긴 하지만 연애편지에 인용하기에는 지나치게 궁상맞거나 자학적이라 다만 한 번 읽고 즉시 내다 판 놈들도 대략 많을 것이란 것이 나의 짐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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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면 월요병이 없을 거라 생각하시죠?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그리 만만한가요? 저는 내일 출근을 안 해도 제 여친은 여전히 출근을 하죠. 그러니 제가 놀든 말든 여친의 월요병은 그대로란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저 때문에 더 커졌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일요일 저녁인 지금 한숨을 폭폭 내쉬고 있는 여친 옆에서 눈치 없이 개콘을 틀어놓고 희희낙낙할 순 없는 노릇이죠.

사실, 월요병은 백수들한테도 있습니다. 경험상 그렇습니다. 오래 전 회사를 그만 두었을 때 저는 월요병을 극복해볼 요량으로 ‘월조회’라는 모임을 만든 적도 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조조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는데, 당연히 회원은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마다 조조를 보는 쾌감을 누려도 월요병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죠. 전쟁통에 손가락을 잃은 병사가 가끔 없어진 손가락에서 가려움증을 느낀다는 걸 어디선 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월요병이란 놈도 그것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우린 이미 ‘월화수목금토일’이라는 시스템에 인이 박혀버린 것입니다. 억울했습니다. 예전엔 월요일을 만든 놈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인류에게 일요일이 생긴 이후로 늘 월요병은 존재했을 거 같더군요.

그러니 너무 심란해 하지 마십시오. 백수라고 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닙니다. 세상에 공평하게 다 행복한 일은 드물지만 공평하게 다 거지같은 일은 가끔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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