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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눈이 내렸고 나는 일찍 집에 가서 눈을 치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밤에라도 가서 눈을 쓸어야 하지만 집에 있는 빗자루는 자루가 빠져서 쓸 수 없는 상황. 끝나고 나가면 철물점들이 모두 문을 닫으므로 저녁 7시 회의를 앞두고 회사 앞 철물점으로 가서 플라스틱 빗자루를 샀다. 플라스틱 빗자루 한 개에 6천 원이라는 것도 오늘에야 알았다.
회의를 마치고 아홉 시 경에 빗자루를 들고 버스를 탔다. 버스 승객들이 애써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좀 이상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오늘 집으로 가서 눈을 치워야 하는데. 빗자루를 타고 날아갈 수도 없는 일이고.
전철로 갈아타고 아내에게 카톡 메신저를 했더니 자기도 지금 광화문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안이라고 했다. 전철역에서 아내를 조금 기다렸다가 만나 같이 골목길을 올라왔다. 거의 다 올라와서 아내가 잠깐 서 보라고 하더니 기념사진을 찍어줬다. 집으로 올라와 옆집 총각과 함께 집안팍의 눈을 쓸고 치웠다. 털모자를 쓰고 한참 작업을 했더니 영하의 날씨인데도 땀이 나서 머리가 젖고 온몸이 후끈후끈했다. 오늘밤에라도 이렇게 눈을 치워놓지 않으면 내일은 눈이 얼어 빙판이 된 언덕과 골목길을 다녀야 한다. 아내 말대로 겨울의 산꼭대기 단독주택 생활이 '쫄기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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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고, 마음은 안타깝고, 피는 뜨겁다. 그래서 그 동네 술자리에선 싸움이 벌어지고 술판이 엎어지는 일이 흔했다. 죄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백수에, 건달에, 루저 주제에 서로에게 훈장질을 어찌나 해대는지, 사실 술자리가 엎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한 남자가 점잖게 충고를 한다. "니가 일을 그딴 식으로 처리하니 망조가 드는 거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니 내 말 들어라." 그러면 앞의 남자가 발끈한다. "너나 잘해라. 이 새끼야. 마누라한테 처맞고 다니는 주제에 어따 대고 훈장질이고." 그러면 어김없이 술판이 뒤집어지고 소주병이 날아다니고 주먹질이 이어진다. 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다시 또 술을 마시며 "어제는 미안했다." "미안은 무슨. 우리가 뭐 남이가." 이 난리를 치는 동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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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대로인데 변덕스러운 것은 나의 마음이다. 지난 밤 그렇게 절망스러웠던 세상의 색깔이 다음 날 아침이면 환해 보이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한 번밖에 살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결단에 따라서는 여러 번의 삶을 살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새로운 삶을 위한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또 한 번의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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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778350.html
생은 하나의 문을 닫으면 다른 문이 열린다. 매일 머리 아프게 걱정하며 사는 것보다는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 자신이 싫어하는 상황에 본인을 둘 필요가 없다. 인생의 한 부분이 끝나버렸다고 해서 (전체가) 다 끝난 건 아니다. 나는 영화 몇 편이 될 정도의 재밌는 삶을 살았다. 그런 삶이 ‘좋은 인생’이다. 늘 재밌는 일이 생겨 인생이 불안하지 않다.
일 년 전 오늘 아내가 소개해줘 읽고 공유했던 요리사 스스무 요나구니의 인터뷰. 머리가 복잡했던 당시에 많은 용기와 위로를 받았는데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좋다. 좋은 위스키처럼 킵해 놓고 가끔 꺼내 음미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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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제가 쓴 [거짓말이다] 리뷰를 첨부합니다. http://mangmangdy.tistory.com/346?category=470827
[채식주의자]
조용하지만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형식은 엄격하지만 내용은 늘 파격적인 소설을 쓰는 젊은 소설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한강입니다. 그의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는 이미 오래 전에 출간되었지만 작년에 이 작품이 번역자에게 주어지는 맨부커상을 수상함으로써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죠. 저는 수록되어 있는 세 작품 중 두 번째인 <몽고반점>의 끝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로 치면 이안 감독의 [아이스 스톰]을 볼 때의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올해의 책은 아니었지만 수상 이후 계속해서 팔려 '스테디 셀러'의 반열에 오른 작품입니다. 광주항쟁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혹시 안 읽으셨다면 나중에라도 꼭 읽으시길 권합니다. 단지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내가 이렇게 잘 쓴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되다니!'라는 감탄을 하실 거라 장담합니다.
[아무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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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다 가기 전에 이승우의 [사랑의 생애]에 대해 몇 자 기록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중 딱 한 권을 꼽으라고 하면 나는 한국 소설 쪽에서는 이 작품을 꼽고 싶으니까(외국 작품은 로런 그로프의 [운명과 분노]).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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