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광고 중 가장 뛰어난 건 역시 아이폰이 아닌가 합니다. 최근 ‘더 많은 추억을 담는다’ 편에 이어 어제부터 방송된 ‘일상 편을 보았습니다. 얼핏 보면 이 광고들은 아이폰의 여러 기능 중 하나인 카메라나 음악에 대한 제한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건 정말 엄청난 기업PR입니다.

 

 


'추억을 담는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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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편집, 연출 등 나무랄 데 없는 테크닉으로 구성된 ‘더 많은 추억을 담는다’ 편을 보시죠. 우리는 길을 가다가도, 조깅을 하다가도 뭔가 찍고 싶은 게 있으면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듭니다. 집안에서 장난칠 때도 찍고 콘서트장에서도 찍습니다. 여행길에 인증샷을 남기려 남에게 부탁할 때도 이젠 카메라 대신 아이폰을 건냅니다. 침대 위에서 재미있는 옷을 입고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혼자 웃는 어린아이의 모습 위로 “매일 더 많은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폰에서.”라는 카피가 흐릅니다. 아이폰은 이미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고 우리의 생활을 바꾸어놓는 가장 선명한 아이콘이 된 것입니다.

 

 

'생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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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편은 음악 이야기입니다. 운동 중에도, 길에서도, 연인끼리도 무심코 즐기는 음악. 이젠 오디션장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심지어 욕실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아이폰과 이어폰만 있으면 듣고싶은 음악을 고음질로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면 장면들이 너무나 쉬운 모습이고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그 위에 흐르는 “매일 더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깁니다. 아이폰에서.” 라는 카피에서는 "우리가 인류의 생활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켜 놓았는지 한 번 보아라" 라고 외치는 애플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죠.

 

 

정말 자신있는 사람은 새삼 크게 소리치거나 핏대를 올릴 필요 없이 작고 나지막히 얘기만 해도 다 통한다는 사실을 아이폰 광고는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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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백두대간 종주기
[희망을 걷다] - 박원순

 

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 이지훈

 

한 줄도 너무 길다
하이쿠 시 모음집 – 류시화 엮음

 

피로사회 – 한병철

 

미생 – 윤태호

 

우리 회의나 할까? – 김민철

 

책그림책 – 밀란 쿤데라/미셸 투르니에 외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 황인원

 

윤미네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 전몽각

 

영화처럼 – 가네시로 가즈키

 

 

 

 

강의를 나가면서 학생들에게 매주 책을 한 권씩 추천했다.
반응은 냉담했다. 도대체 책을 읽는 세대가 아니었다.


 

“솔직히, 책 살 돈이 없어요.”라고 솔직히 말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지난 시간에 어떤 학생이 내가 추천한 책들을
거의 다 찾아보았다는 말을 무심하게 하는 걸 들었다.

 

기뻤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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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은 촬영 전 자기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평소 입던 옷을 몇 벌 가져오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조감독이나 스텝들을 몰래 집으로 보내 그 배우의 옷장에서 영화에 어울릴만한 헌옷들도 더 골라오게 한다고 한다. 과연 꾸며진 이야기나 전형적인 연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홍상수 감독이 할 만한 짓이다. 그가 천착하는 ‘자연스러움’은 그런 세심한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는 것이다. 덕분에 홍상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연기에서도 자의식에서도 새로운 배우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준다.


홍상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 김태우와 예지원이 함께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제목은 [내가 고백을 하면]. 일요일 밤에 [SBS스페셜] ‘가면 뒤의 눈물’을 보고 나니 기분이 너무 꿀꿀해져서 견딜 수가 없어서 혜자를 꼬셔 IPTV로 보게 된 영환데, 둘 다 차츰 영화 속으로 빠져들어가 아주 흐뭇한 마음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던 작품이다. (사실은 비비아나킴 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처음 갔을 때 이 영화에 대한 칭찬을 마구마구 해놓은 걸 보고 ‘언젠가 한 번 꼭 찾아봐야지’, 하고 있긴 했던 영화다)

 


광화문에 있는 스폰지하우스의 극장주이며 영화제작에도 손을 대는 바쁜 몸이지만 주말이면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강릉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도 마시며 혼자 멍때리는 시간이 즐거운 영화감독 인성. 그리고 강릉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쭉 그곳에서 일해 왔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서울로 올라가 영화나 뮤지컬을 보며 문화생활을 만끽하는 게 유일한 낙인 간호사 유정.

 

두 사람에게 해결해야 할 거의 유일한 문제는 '주말 잠자리'인데, 인성은 매번 모텔 옆방에서 모르는 남녀가 질러대는 교성을 들으며 자는 것도 지겹고 호텔이 깨끗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좀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유정은 올라갈 때마다 머물던 서울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는 바람에 졸지에 찜질방에서 자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서로 엮일 게 별로 없을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은 둘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강릉의 단골 카페 주인의 주선에 의해 주말마다 서로의 집을 바꿔 쓰기로 합의한다. 얼핏 도입부만 따져보면 잭 블랙과 케이트 윈슬렛이 주연한 [로맨틱 할리데이]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게 술렁술렁 얘기가 진행되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유정은 집을 바꿔 써도 괜찮을 거 같다고 하는 지성의 제안을 번번히 거절을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생활에 침범하는 것이 귀찮은 것이다. 그러나 지성도 유정에게 딴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요즘 떠오르고 있는 '카우치 서핑'이나 '에어 비앤비'처럼 서로의 편의를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자는 것뿐인 것이다. 둘은 오랜 망설임을 거쳐 '서로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는다', '냉장고 안의 음식은 먹지 않는다', ‘이성 친구는 데려오지 않는다’ 등등의 조건을 합의한 후 집 바꾸기에 돌입한다.


주인이 없는 남의 집에서 자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물건에는 그 사람의 삶이 녹아있다. 서로 같은 공간을 사용하지만 동시에 머물지는 않는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서로의 물건을 살펴본다. 처음엔 냉장고 안. 책꽂이. 그리고 TV옆의 CD와 DVD들. 조심스럽게 열어본 책갈피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나 공감 가는 메모를 발견할 때면 시공간을 초월한 친밀감이 느껴지기 않겠는가.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순간을 매개로 둘을 갑자기 확 묶어버리거나 하지 않는다. 인성에게는 투자자의 입맛에 맞게 시나리오를 고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말썽쟁이 감독이 있고, 자신이라도 시나리오를 고쳐서 보여줘야 할 투자자가 있다. 피곤한 일상이다. 그러나 주말이면 어김없이 강릉으로 간다. 유정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출장 간호사도 겸임하고 있는데 암 말기 환자 부부를 돌보느라 다른 데 정신을 쏟을 여유가 없다. 자신과 불륜 관계였던 ‘김박’과의 정리도 아직 깔끔하게 끝내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주말이면 여전히 서울로 올라간다.

 

 

조성규 감독의 [내가 고백을 하면]은 반드시 극적인 사건을 등장시키거나 인물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서울의 달동네를 찾아 다니며 카메라에 담는 유정의 시선과 강릉의 바다를 바라보는 지성의 시선이 교차편집된 장면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선량하다.

 

그렇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오늘의 사건사고]나 [카모메 식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이 떠오르게 된다. 실제로 감독이 운영한다는 커피숍도 나오는데 이름이 ‘조제’다. 그리고 비슷한 느낌의 영화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도 있다. 그러나 [해가 서쪽에서…]가 어떤 감동을 위한 촘촘한 준비로 가득 찬 영화였다면 이 작품은 결론을 정하지 않고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입장을 취해서 더 자유롭고 좋다.

 

그래서 등장인물들도 참 자연스럽고 멋진 연기를 펼치는 모양이다. 잘생기고 지적인 역할에 잘 어울리는 김태우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생활연기를 보여준다. 너그러움과 조심스러움, 자유로움을 함께 갖고 있는 조인성 감독은 딱 배우 김태우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진다. 요즘 코믹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예지원은 초반에 너무 웃음기 없는 캐릭터라 좀 부자연스러운가 하더니 중간부터 완전 몰입해서 진짜 간호사 유정이 되어버린다. 노래방에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부르는 장면에선 가슴이 짠해진다. 그리고 안영미는 개그맨이 영화에 나와 희극 연기를 안 할 때 더 멋있게 보인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준다.

 


인성의 집에서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을 때 우리는 유정의 마음이 어느덧 인성에게 가 닿고 있음을 느낀다. 새로 준비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고치느라 고심하던 인성은 자신이 언제부턴가 유정에게 하고싶은 말과 행동들을 시나리오에 넣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늦은 밤 강릉으로 달려간다. 유정의 집앞까지 가서는 잠깐 숨을 고르고 전화를 건다.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어서 내려오라고. 유정도 반가워 한다. 한달음에 내려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막상 만나서는 술 대신 커피를 마시러 간다. 이런 싱거운 사람들. 하지만 이건 그런 영화다. 천천히, 사려깊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끝나가지만 두 사람은 이제 막 시작이다. 급할 거 없다. 그래서 둘은 술 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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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씬

혜자 2013. 6. 14. 12:46

 

 

 

 

 

A :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클리쉐가 아님을 증명하는 사진이오.  

B :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걸 증명해주는 사진이오. 

C : 벽지 색깔이 무척 탐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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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

혜자 2013. 6. 14. 12:41

 

 

뭔가를 할 때도, 바라볼 때도 온몸을 던질줄 아는 그녀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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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눈에 띄는 공익광고 하나가 TV에서 보이길래 '아이디어 참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얼마 전 231(2월31일)이라는 회사를 차린 후배 윤경선 실장의 첫 작품이더군요. 풀기 어려운 자살방지 캠페인을 '관심과 위로'라는 키워드로 따뜻하게 풀어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후배이자 친구이며 동료이고 한때 클라이언트이기도 했으며 이웃사촌 겸 술친구이기도 했던 윤경선의 계속된 선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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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넘게 서가 앞에서 서성이던 앳띤 고교생은 결국 ‘엠마누엘부인 시리즈 특집’ 이란 기사가 실린 [월간 스크린]을 내밀며 ‘누나, 이것 좀 싸주세요’ 라고 은밀하게 말했다.
 
막 사춘기에 들어섰던 나는 소문만 무성하던 그 영화 '엠마누엘 부인'의 스틸 컷 몇 장이 실린 잡지 표지에 이미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던 것이다. 서점 주인 누나는 알았다는 듯 씽끗 웃으며 코팅 포장지와 스카치테이프로 정성껏 책을 싸주었다. 그게 재희 누나와의 두 번째 만남이었던 것 같다.
 

1982년 겨울, 그때 나는 고등학교 일학년이었다. 당시 내가 살던 시커먼 동네 구파발엔 서점이 딱 한 군데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전철역 앞의 [진양서점]이었다. 기자촌 입구 쪽에 있는 헌책방 하나를 제외하면 도대체 책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여기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였겠지만 언제나 용돈이 풍족하지 못했던 나는 그 후로도 가끔 서점에 들러 한 시간이 넘도록 이 책 저 책을 집적거리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서너 번을 들러 야 겨우 소설책 한 권을 사는 게 고작이었는데, 어느 날 주인 누나가 한숨을 쉬며 차 한 잔을 타더니 난로가에 앉으라고 했다. 이젠 올 때마다 책을 안 사도 괜찮으니 언제든지 놀러 오라는 얘기였다.
 

누나의 이름은 재희였다. 서재희. 서른이 넘은 노처녀였으며 신춘문예 6수생. 그닥 예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진 선량하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매일 서점에 가서 놀았다. 책 얘기를 많이 했고 광주사태, 김대중, 계훈제, 전두환, 장영자 사건 등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했다.
 
 

“언니, 용이 아제가 죽었어. 흑흑…”
 
당시에 박경리의 <토지>를 열심히 읽던 동네 누나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오며 애석해 하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진양서점엔 나 말고도 단골손님이 많았다. 당연히 우리들은 쉽게 친구가 되었고 저녁이면 사랑방처럼 난로가에 둘러앉아 이런 저런 책 얘길 나누었다.
 
 
이외수의 <들개>, <훈장>, <장수하늘소>, 한수산의 <부초>, <해빙기의 아침>, 윤흥길의 <장마>,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내 마음의 풍차>, 김성동의 <만다라>, <기차길옆 오막살이>, 김홍신의 <난장판>, <인간시장>, 함석헌의 <씨알의 노래>, 황석영의 <객지>, <장길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아픔을 넘어>, 김주영의 <객주>, <아들의 겨울>,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김지하의 <오적>, 최인훈의 <광장>, <회색인>, 이병주의 <지리산>, <행복어 사전>…
 
춘천 거지로 유명했던 이외수, 여자보다 더 여성적인 문체를 만들어내던 한수산, 술과 여자가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한다던 이병주, 읽다 보면 정부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은 광주 희생자의 숫자가 까발려짐으로써 당국의 미움을 샀던 황석영, 김지하와 박경리의 거룩한 관계 등 우리는 서로 앞다투어 읽은 책들과 그 주변에 얽힌 뒷얘기들을 나누었고 또 읽고 싶은 책들에 대해 듣고 말하고 감탄했다. 
 
당시에 한 문학월간지에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막 연재를 시작했었는데 경상도 억양이 심한 재희 누나는 이 소설에서 쏟아지듯 펼쳐지는 전라도 사투리들을 그렇게 재밌어 했다.

염상진의 아내 죽산댁이 주재소로 끌려가 빨치산인 남편에게서 연락이 오면 신고하란 말을 듣고 ‘고로코럼은 못하지라!’’ 라고 하는 대사를 억지로 흉내 내는 걸 보고 우리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난 염상구의 쫀득쫀득한 전라도 사투리들 - ‘서울말 고것이 워디 붕알 단 남자덜이 헐 말입디여? 밑구녕 째진 것덜이나 헐 말이제. 밥 먹었니이? 잘 잤니이? 고 간사시럽고 방정맞고 촐싹거리는 말이 워디가 좋다고 배우것습디여?’ - 이 단연 좋았다)
 
 
아직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이었고 정광태가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를 부를 때였다. 어둡고 돈은 없었지만 또한 좋은 시절이었다. 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매일 술을 마시고 매일 담배를 피웠으며 연애를 했고 또 군대도 갔다. 이제는 그때 나를 가르치던 선생님들 보다 나이가 많아졌다. 그리고 책은 거의 인터넷으로 산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 초반을 진양서점과 함께 보냈다. 그곳에 모였던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재희 누나는 잘 있을까.
 
빠알갛게 달아오르던 연탄난로에 모여있던 사람들. 어제는 무슨 책을 읽었으며 이번엔 또 무슨 책을 읽을까 얘기하던 사람들. 이젠 가물가물해져 추억의 책갈피도 되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은 그립다. 토토가 어린 시절의 극장을 다시 찾아갔던 것처럼 나도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진양서점. (2008.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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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섹스를 두려워합니다. 물론 좋아하기는 하죠. 그런데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세상엔 그렇게 많은 성적 농담들이 존재하는 겁니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자꾸 섹스를 웃음의 소재로 삼는 거죠. 자신이 바람둥이임을 자랑하거나(나 어제 걔 먹었다), 그 친구를 부러워하는 동성 친구 얘기가 반복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너 걔 먹었구나? 나쁜 새끼!) – 레드 제플린의 노래도 있습니다. [Dyer Maker] “너 걔 먹었냐?”(Do you make her?)라는 뜻이죠.

 


잘 생기고 번듯한 직장도 있는 뉴욕의 여피족 브랜든은 외모나 지위에 어울리지 않게 하루 종일 포르노를 보고 틈만 나면 자위를 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 마디로 ‘섹스중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색이 섹스중독인데도 정작 여자랑은 섹스를 잘 못합니다. 클럽에 가서 놀 때도 보스가 껄떡이던 세련된 커리어 워먼은 술자리가 끝나고 결국 멋있고 매력적인 브랜든에게 옵니다. 하지만 그런 여자랑은 원나잇 스탠드로 끝내버리고 맙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그러니 회사든 집이든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수많은 변태 포르노를 쌓아놓고 보는 게 일인 거죠. 그것도 즐기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을 경멸하면서 말이죠.

 

그런 브랜든에게 여동생 씨씨가 찾아옵니다. 처음에 전 씨씨가 브랜든의 옛 애인인줄 알았습니다. 허락도 없이 집에 들어와 레코드를 크게 틀어놓고 샤워를 하는 씨씨를 도둑으로 오해한 브랜든이 야구배트를 들고 욕실로 쳐들어갔을 때 그녀는 태연하게 음모까지 노출하면서 브랜든과 얘기를 나누거든요. 그 이후에도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집안을 돌아다니구요. 그런데 알고 보니 여동생이더군요. 아무튼 씨씨는 빈티지 모자를 쓰고 다니며 뉴욕의 클럽에서 노래를 하는 자유로운 영혼인데 팔에는 자살하려다 실패한 면도칼 자국이 무수한 상 똘아이입니다.  

 

브랜든은 씨씨가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클럽에서 두 남매의 주제가나 다름없는 ‘뉴욕, 뉴욕’을 부른 뒤 그날 처음 만난 자신의 보스와 엉켜 집에 와서 같이 자지를 않나, 집에 있는 노트북을 켜서 브랜든이 평소에 음란채팅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내고 화를 내질 않나. 급기야 브랜든이 자위하는 장면까지 급습해서 훔쳐보고 마구 비웃기까지 합니다. 그러다가도 자기 마음이 약해지면 자고 있는 브랜드의 이불로 파고들어 무섭다고 춥다고 킹킹댑니다. 브랜든은 그런 씨씨가 미워서 냅다 소리를 질러 방에서 쫓아버리죠.

 


브랜든도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회사에서 ‘설탕을 좋아하는군요’ 드립을 통해 급 친해진 지적인 여성 동료와 섹스를 전제로 한 데이트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으로 그녀를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합니다. 브랜든은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멋있는 남자니까요.

그러나 역시. 섹스든 연애든 정말 잘 해보고 싶은 상대랑은 더 잘 안 되는 게 세상 이치인가 봅니다. 그녀와의 섹스에서 발기에 실패한 브랜든은 수치심에 떨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합니다. 물론 이럴 때 괜찮다고 하는 그녀의 위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돌아간 뒤 곧바로 콜걸을 불러 격렬한 섹스를 합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콜걸이 돌아간 뒤 모멸감이 두 배로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인 걸 알텐데 말이죠.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에서 주인공은 세상이 무서워서 계속 섹스 속으로만 도피하다가 결국 섹스 속에 파묻혀 죽어버리고 맙니다. 브랜든도 그런 전철을 밟아야 하는 걸까요? 부끄러운(쉐임!) 자신을 견딜 수 없어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브랜든은 또다시 창녀 두 명과 난교 파티를 벌이고 게이 클럽을 찾아가 남색까지 감행합니다. 밤새도록 길거리를 돌아다닙니다. 또다른 클럽에 가서는 모르는 커플에게 일부러 시비를 건 다음 그야말로 개처럼 얻어맞습니다. 뭘 해도 직성이 풀지 않습니다. 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지칠대로 지친 브랜든은 지하철 안에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달려가 또다시 자살을 시도한 씨씨를 욕실에서 발견하고는 간신히 그녀의 목숨을 구해냅니다. 그러나 병원에서 깨어난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는 수십만 광년 떨어져 있는 별처럼 보입니다. 제대로 된 여자와의 관계는 물론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동생과도 제대로 마음을 주고받지 못하는 브랜든. 결국, 뛰쳐나가 오열합니다.

 

변하고 싶지만 변할 수 없는 지옥 같은 생활. 지옥 같은 세상.

 

 

브랜든은 지하철 안에서 또다시 어떤 여자와 눈빛을 교환합니다. 약혼반지까지 끼고 있는 그 여자도 묘한 눈빛으로 브랜든을 끌어들입니다. 눈에 익은 장면이다 했더니 이 씬은 영화 첫 장면이랑 겹치는 부분이군요. 그 옛날 AFKN에서 봤던 앤소니 퍼킨스 주연의 영화 [콜렉터]의 마지막 장면 같기도 하구요. 이제 두 사람은 또 어딘가로 가서 미친듯이 섹스를 하겠지요. 당연히 그 누구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거구요. 어떤 여자하고도 진지한 관계로는 4개월을 넘겨 본 적이 없다는 브랜든이니까요.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에 이미 비주얼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린 스티브 맥퀸은 이전 작 [헝거]와 [쉐임] 단 두 편으로 어떤 경지에 오른 듯 합니다. 브랜든이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앤서링머신 소리를 듣는 첫 장면부터 시내에서 조깅을 하는 기나긴 쇼트까지 영화 곳곳에 그가 잡아놓은 차가우면서도 꽉찬 화면들은 보는 사람들의 시각과 감성을 압도합니다. 상상의 여지를 한껏 열어놓고 사람의 몸에만 천착하는 척하는 역설적 스토리텔링 기법도 신선하구요. 어쨌든 이 영화에 쏟아진 화려한 찬사와 수상 경력들이 아니더라도 그의 작품은 두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우량주’라고 생각합니다.

 

 

캐리 멀리건. 미국 영국 드리마 좀 보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예전부터 캐리 멀리건의 팬이었는데 말이야…”라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되는 묘한 매력의 배우죠. 이번 영화에서도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그녀만의 압도적인 표정과 목소리와 몸짓으로 소화해 냅니다.

 

마이클 파스벤더가 이 영화의 수훈갑이라는 건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캐릭터를 이만큼 소화해낼 배우가 또 있을까싶게 그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PR필름을 보면 파스벤더가 이 영화에 합류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주요 스텝들이 모두 기뻐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만큼 믿음이 가는 배우란 뜻이겠지요. 심지어 얼굴도 멋있게 생겼습니다. 저와 혜자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마이클 파스벤더는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제러미 아이언스처럼 될 거 같지 않아?”라고 하며 좋아했습니다.

 


일찍이 시인 유하는 ‘바람 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왜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고 했을까요? 거기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온갖 욕망과 이미지가 끓어넘치는 현대성의 블랙홀이었지만 정작 거기 가 보면 텅 빈 공허만이 있는 거니까요. 마치 ‘바다가 굉장한 건 거기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그런데도 우린 걸핏하면 지금도 압구정동으로, 바다로 달려가고 있지 않습니까. 슬슬 압구정동에 가도 소용없다는 걸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거 같은데요. 이젠 차라리 이렇게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바람 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도 소용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만 외로운 게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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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뚝섬유원지로 산책을 나갔었습니다. 저희 커플은 한강변에 사는 게 좋아서 평일 밤에도 강변을 따라 자주 걷고 또 주말이면 거의 매번 이곳으로 나와 역 광장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을 구경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특별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장터 한쪽 천막 안에서 윤호섭 교수님이 ‘그린 캔버스’라는 프로그램을 열고 계셨습니다. 윤호섭 교수님은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통해 환경운동을 전개하고 실천하는 에코 디자이너로 이름이 높은 분입니다. 저와는 IMF시절에 공익광고로 인연을 잠깐 맺은 적이 있죠. 어쩌다 보니 교수님이 아이디어를 내고 제가 거기에 카피를 쓰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땐 제가 연차가 너무 어렸고 또 같은 공간에서 작업한 게 아니라서 교수님은 기억을 못하실 겁니다.

 

 

 


윤호섭 교수님은 사람들이 가져온 티셔츠에 초록색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주고 계셨습니다. 그림을 받은 사람들은 옆에 있는 모금함에 환경운동 성금을 성의껏 내구요. 저도 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돌고래 제돌이에 대해 아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 예전 광고회사 다닐 때 얘기며 공익광고 얘기도 했습니다. 역시 기억을 하진 못하셨습니다. 광고작업을 손에서 놓은 지도 꽤 오래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티셔츠에 교수님의 그림을 받고 싶었지만 마침 운동복을 입고 나온 상태라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들고 온 카메라 가방을 여친에게 맡기고 집에 가서 흰 티셔츠를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집까지는 15분 거리. 왕복 30분을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습니다. 도중에 단골 수퍼 [신화마트]앞에 앉아있는 주인 아저씨를 만나 한참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아저씨가 일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인대수술을 받고 참 오랜만에 가게 앞에 나와계신 거였거든요.

 

집에 가서 흰 티셔츠를 찾아보니 마땅한 게 없었습니다. 의외로 흰색 티셔츠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눈에 띄는 티셔츠를 몇 가방에 챙겨 다시 뚝섬유원지역으로 갔습니다. 윤호섭 교수님이 그려주고 있는 그림은 돌고래 ‘제돌이’였습니다. 동물원에 갇혀서 재주를 부리는 돌고래는 행복하지 않다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말이죠. 교수님은 이전에도 샴프 안 쓰기나 자전거 타기, 냉장고 안 쓰기 등 환경운동을 실천하기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그 실천적인 면이 존경스럽기도 했구요.

 

 

제가 교수님에게 그림을 받으며 예전 공익광고 얘기도 하고 최근에 아이디어를 낸 ‘뒤집을수록 맛있어지는 패자부활전’ 얘기도 하고 그러는데 교수님은 별로 관심이 없으시고 그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옆에 있던 케이블 채널 TvN의 사진기자와 작가였습니다. 그들은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팀인데 마침 윤호섭 교수님 편을 찍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한테 윤호섭 교수님에 대한 인터뷰를 좀 하자고 해서 졸지에 카메라 앞에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이 하시는 환경운동에 대한 생각과 교수님에 대한 얘기를 좀 나누었습니다. 젊은 여자분인 작가선생이 “다음주 월요일 저녁에 방영될 것”이라고 귀뜸을 해주던군요. 

 

 

집에 와서 교수님이 그려주신 티셔츠를 다시 펼쳐보니 기분이 참 뿌듯하더군요. 왠지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초록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싱그럽게 만들어 주는 모양입니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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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종합소득세 신고가 뭔지 아시는 분?


네.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건 5월 31일까지 꼭 해야 한다는 거. 재작년에도 넋놓고 있다가 후배 차선야 양이 메신저로 얘기하던 중(그날이 아마 5월 31일이었나 봅니다) “지금 당장 택시 타고 세무서로 가서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해서 강남세무서에 갔었죠. 가서 줄이 아주 길게길게 늘어선(그날은 저 같은 바보들이 거기 많더라구요) 그곳에서 하루 해를 다 보내고 가까스로 어찌어찌 신고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종합소득세의 계절은 돌아왔습니다. 그 말은 저같은 ‘숫자 백치’, ‘관공서 부적응자’의 불행도 같이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회사를 다닐 땐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프리랜서가 되거나 백수가 되면 이것 때문에 도대체 괴롭습니다.

 

오늘 용기를 내서 지난번에 성동세무서장 명의로 된 ‘2012년 귀속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안내’라는 문서를 펼쳐보았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거기엔 ‘홈택스 가입방법’ 등이 친절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렌데 홈택스라면 제가 예전에 한 번 가입을 한 기억이 어렴풋이 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포털에서 검색을 해 홈택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로그인 버튼을 누르니 당장 아이디와 패스워드부터 입력하라는 차가운 메시지가 뜹니다. 제가 그런 걸 알 리가 없지요.

 

'아이디와 패스워드’ 찾기를 누르니 휴대폰으로 찾는 방법과 공인인증서로 찾는 방법이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건방지게도 ‘공인인증서 등록’을 누릅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 노트북엔 공인인증서가 없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뭔가를 깨달은 뒤 이동식 디스크를 찾아 노트북에 꼽습니다. 얼마 전에 “도대체 공인인증서를 회사 컴퓨처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놓고 퇴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여친의 핀잔을 듣고나서 다시 퇴직한 회사로 가서 공인인증서를 삭제하고 제 이동식 디스크에 저장을 해놓았거든요.

 

그런데 노트북은 여전히 제 공인인증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동식 디스크(F:)에 가서 ‘공인인증서 불러오기’를 하고 노트북 어딘가에 저장도 다 했는데 말이죠.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공인인증서가 뭔지 그 개념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차선책인 ‘휴대폰으로 찾기’를 누릅니다. 그랬더니 휴대폰 인증번호를 보내고, 받고, 기입하고 하는 복잡한 절차를 모두 마친 후 ‘인증서 휴대폰 저장 서비스’와 ‘Mobile key 휴대폰 저장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나오더군요. 인증서 휴대폰 저장 서비스’를 누르니 거기 필요한 스마트폰 앱을 다시 다운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 산 너머 산입니다. 다시 앱을 다운받아 실행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기가 막히게도 ‘만료된 공인인증서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도대체 알 수 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거의 모든 입금을 스마트폰으로 하고 그때마다 신한은행도 국민은행도 모두 공인인증서를 통해 스마트폰 안에서 들어가는데 뭐가 만료된 공인인증서라는 말입니까.


공인인증서로 찾는 건 일단 포기하고 다시 ‘아이디/비밀번호 찾기’를 시도합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국은 제 기존 아이디를 찾아냈고 새로운 비밀번호도 받았습니다. 저는 마침내 홈택스에 로그인 하는 데 성공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로그인해서 들어간 홈텍스 안에는 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라는 신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혼자 힘으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서 떳떳한 경제주체로 거듭나고 싶었지만, 결국 눈물을 머금고 홈택스에서 로그아웃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 하 차장님께 도움을 청하자. 작년에도 내가 곤경에 처해 바보짓을 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뻗치신 고마운 분이 아니신가. 약은 약사에게. 세금 문제는 하 차장님에게" 하 차장님, 점심 먹고 찾아갈게요. 제발 저를 뿌리치지 마시고 이번에도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족집게 과외’를 좀 해주세요. 제가 이번 토요일에 신혼여행을 가기 때문에 오늘 내일 사이에 이거 꼭 해놔야 하거든요.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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