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 뚝섬유원지공원을 산책하다가 희한한 버스를 한 대 만났습니다. 알록달록 반짝반짝. 슬쩍 봐도 몹시 ‘키치적’인 버스가 사람들의 호기심 속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희도 뭔가 하고 다가가 보니 어떤 아저씨가 스티커를 잔뜩 붙인 버스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버스 옆구리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KBS생생정보통’ 같은 프로그램의 이름과 ‘200만 개 돌파’ 등의 글씨들이 씌어 있었구요. 맙소사. 버스에 붙인 스티커가 백만 개라는 말인 모양입니다.

 

 

 

버스 기사이자 주인인 아저씨에게 가서 사연을 들어보니 어느날 차 천정을 꾸미고 싶어서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한 게 방송을 타면서 점점 더 재미를 붙여 현재 230만 개에 달하는 스티커를 붙였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냥 붙이는 게 아니라 버스 천정은 붙인 스티커 위에다 하나하나 스테이플러를 덧박았고 바깥면은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게 순간접착제를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닥에 비닐을 까는 것은 물론이구요. 이 정도면 집착을 지나 거의 착란 상태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다가 ‘아무런 기대를 안 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런 버스를 만나면 황당해서라도 좀 웃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오늘 내가 이상한 버스를 만났는데…”라고 얘기 보따리를 펼쳐 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잠깐을 위해 이백만 개의 스티커를 붙이라고 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실행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이런 건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해야하는 거니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버스 안도 구경시켜 주고 원하는 아이들에겐 직접 스티커를 붙여볼 수도 있게 해주는 이 아저씨는 자신의 옷과 신발에도 스티커가 빼곡합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좋아서 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전 좋은 의미든 그렇지 않든간에 아무튼 뭐든 백만 개 이상을 한 다는 건 ‘백만돌이 에너자이저’만큼이나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해를 기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똘끼를 발휘하는 이런 ‘무해한 똘끼’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내는 숨구멍 역할을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밉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무해한 똘끼’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까지 해봅니다. 아저씨, 언제나 운전 조심해서 다니세요. 건강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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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가 왕년의 스타 가수 린다 로스태트의 백밴드였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일설에는 화끈한 성격의 린다 로스태트가 고마운 마음에 이글스 멤버 전원과 차례로 잠자리를 같이 해줬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확실한 것은 그 때에도 이미 이글스는 실력이 뛰어난 밴드였다는 것이다. 얼마 전 임재범이 우리나라에서 리바이벌시킨 노래 'Desparado’도 원래 린다를 위해 그 때 돈 헨리가 만든 곡이었다. 이글스는 지금도 라이브 무대를 통해 미국에서 그 해 돈을 가장 많이 번 밴드로 이름을 올리곤 한다. 놀라운 그룹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역시 요절 가수 김현식의 백밴드로 시작했었다. 마치 오래 전에 이글스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며칠 전 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25주년 콘서트를 보았다. 요즘 결혼식을 앞두고 좀 쪼들리는 형편이긴 하지만 마침 여자친구가 페이스북 콘서트 할인 이벤트에 응모했던 게 덜컥 당첨되는 바람에 가게 된 것이다.

 

 

 벌써 25주년이라니.

 

 

하지만 무대 위로 튀어 올라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김종진의 모습은 흰 머리카락이 많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참 멋졌다. 나이가 들어 배가 나온 뮤지션을 보면 왠지 나태해 보이고 ‘가요무대스러워’ 보이기 마련인데 김종진은 적당히 마른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고 일렉기타를 잡은 모습도 아직 늠름했다. 그리고 전태관은 여전히 조용하고 믿음직스러웠다. 경쾌한 율동과 함께 파워 있는 화음을 선보이던 세 명의 여자 코러스도 실력이 좋았다. 나는 요즘 잘 안 봐서 모르는데 코러스 멤버 중 하나가 요즘 [보이스 오브 코리아]에 나오는 이시몬이라고 한다.

 

예전에도 봄여름가을겨울 콘서트 때마다 들었던 연주곡 ‘거리의 악사’를 시작으로 ‘내가 걷는 길’, 그리고 늘 데뷔곡처럼 느껴진다는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신인 시절 한영애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관객들이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따라 부르는 걸 보고 엄청난 감동과 용기를 느꼈었노라고 김종진이 말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무대 위로 한영애가 나타났다. 오늘의 게스트인 셈이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한영애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건널 수 없는 강’과 ‘누구 없소’를 부르고 내려갔다.  

 

 

"저기서 지금 기타를 치는 저 친구는 1990년 12월 30일에 봄여름가을겨울 콘서트를 보고 '아, 나도 저런 음악가가 되어야지'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젠 저보다 더 뛰어난 실력자가 되어 오늘 함께 무대 위에 선 기타리스트이자 음향회사 사장님이십니다"

 


김종진이 세컨 기타를 치는 뮤지션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아, 김종진과 전태관은 25년 전에 벌써 음악을 통해 '어떤 이의 꿈'을 만들어 주고 있었구나.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는 나의 청춘과 정확히 겹친다. 나의 청춘엔 ‘산울림’도 있었고 ‘사랑과 평화’도 있었고 ‘벗님들’도 ‘조용필’도 있었지만 나의 20대를 온전히 지배한 음악은 역시 ‘시인과 촌장’과 ‘봄여름가을겨울’이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길래 하품을 하는 척했다. 많이 힘들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용기를 냈다던 옛날 애인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지금 옆에 있는 여자친구 말고(여친이여, 용서하시라). 브라보, 브라보, 아름다운 나의 인생아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 시절 난 워크맨에 [봄여름가을겨울 1집] 테이프를 넣고 다니며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노래는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특정 시간은 물론 그때의 장소 상황, 냄새까지 모두 기억나게 한다. 신기한 일이다.

 

 

 

 

눈물겨운 콘서트였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흐뭇한 시간이었다. 이것은 문화의 두께다. 이젠 우리에게도 25년 된, 그러나 전혀 늙지 않은 밴드가 있다. 우리는 기념 T셔츠도 챙기고 CD도 샀다. 싸인 이벤트에도 참석했다. 나는 봄여름가을겨울이 무대 위에서 마지막 앵콜송을 부를 때 가방에서 못쓰는 봉투를 꺼내 뒷면에 우리 이름과 사연을 메모해놨다. 좀 더 싸인을 빠르고 쉽게 받기 위해서였다. 친절하고 섬세한 종진 씨. 우리 뒤에 줄이 길게 서 있는데도 내 메모를 보고 “아유, 누구 글씨가 이렇게 이뻐요?” 라고 천천히 묻고 진심어린 결혼 축하도 해준다. 활짝 웃고 있는 내 여자친구에도 “그래서 그렇게 표정이 밝았군요.”라고 말을 건내며 CD에 한자로 ‘祝結婚’이라고 써주는 성의까지 보여줬다.

 

‘철없는 여친’ 덕분에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왔다. 그곳엔 푸르던 시절의 내 청춘이 있었고 가난하지만 풍요한 현재가 있었다. 그리고 25년이 지나도 여전히 기대를 품을 수 있는 한 밴드의 미래가 있었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이렇게 그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브라보 봄여름가을겨울.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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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 그게, 다 희망사항대로 돠는 경우는 없잖아요?

 

곽수종 : 제가 말씀드린 것은 말씀하신대로 다 희망사항이구요.

            요새 뭐, 맛있는 복집이 행복복집이고 맛있는 전집이 패자부활전집이라면서요?

            그래서 드렸던 말씀입니다...

 

오늘 점심 먹으면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팟캐스트로 다시 듣고 있는데 '오감경제'라는 코너에서 우리 경제 전망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던 진행자 손석희 교수와 칼럼니스트 곽수종 교수가 지나가는 말로 "맛있는 국민행복집, 패자부활전집" 얘기를 하더군요.

 

비록 끝까지 제작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회사를 나오긴 했지만 제가 '패자부활전이란 이름의 전집' 아이디어를 냈고, 또 운 좋게 그 안이 경쟁PT에서 뽑혀  공익광고로 전파를 타게 된 이후 이렇게 다른 매체에서까지 언급되는 것을 들으니 기분이 참 좋더군요.^^ 역시 광고는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최고의 미덕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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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라죠? 남의 아이와 나의 아이도 받침 하나 차이로군요. 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심플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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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CF에서 보기

 

비오는 날엔 시동을 끄고 30초만 늦게 내려볼 것

태양아래서만 진가를 발휘하던 썬루프의 전혀 다른매력을 발견할테니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 SONATA

 the Brilliant HYUNDAI -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

 

 

 

 자동차 광고는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비싼 제품이기도 하고 관여도가 높은 제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젯밤 TV에서 이 광고를 보고 더 놀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동차에 감성을 더하다'라는 캠페인 슬로건은 이미 들어본 거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 이렇게 감성적으로 차분하게 광고를 풀어갈 줄은 정말 예상 못했었거든요. (1분짜리는 더 좋더군요)

 

게다가 다른 모든 첨단 기능들을 뒤로 숨기고 '썬루프에 대한 재해석'에만 집중한 점이 좋아보였습니다. 마치 아이폰5의 최신 광고가 카메라 기능에만 집중해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문화로 포장한 것처럼 말이죠. 욕심을 버리고 단순함을 추구하면 이렇게 좋아진다는 걸 알면서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욕심을 버린다는 것 자체가 더 큰 욕심이라는 아이러니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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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재섭이

 

 

제 친구 중에 재섭이란 애가 있습니다. 이놈은 어렸을 때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현재 세계적으로 이름난 외국계 IT회사의 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또 인간적으로도 비교적 선량하며 아이를 넷이나 낳아 잘 키우고 있는 착실한 가장인데도 친구들 사이에선 매번 구박을 받는 캐릭터입니다. 본인으로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죠. 그러나 어쩝니까. 만나면 나도 모르게 또 구박을 하게 되는데. 도대체 뭐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재섭이의 가장 큰 단점은 무슨 얘길 하든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얘길 들어도 금방 까먹거나 무심코 흘려듣고 나중에 딴소리를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또 그 얘기가 나오면 마치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얘긴 처음 들어본다는 듯이 “아~그래? 그랬어?” 하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재섭인 참 좋을 거야. 뭐든 게 새로우니…”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포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은 다 쉽게 이해하는 유머나 특이한 일화일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몇 년 전 여름 휴가를 함께 갔을 때 일입니다. 모임 멤버 중 유난히 싱거운 농담을 잘 하는 H라는(이분도 큰 유통회사의 부사장님이십니다만) 분이 계십니다. H가 술을 마시다가 ‘흥부가 형수에게 뺨맞은 얘기’를 하며 좌중을 웃기고 있었습니다. 내용인즉슨 배고픈 흥부가 놀부네집으로 찾아갔다가 때마침 혼자 있는 형수에게 “형수, 나 흥분돼(흥분데)”라고 말하는 바람에 주걱으로 뺨을 한 차례 얻어맞고 다시 “형수, 그러지 말고 사정(?) 좀 합시다”라고 말했다가 또 뺨을 얻어맞았다는, 다소 싱거운 음담패설입니다. 그래도 저녁 술 분위기상 사람들은 아주 즐거워하며 웃었습니다. 가장 많이 웃은 사람은 다름아닌 재섭이 부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분위기가 가라앉자 재섭이가 옆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근데 ‘흥분데’라고 말하는데 왜 뺨을 때려?”라고 묻는 게 아니겠습니까. 경악한 사람들은 그걸 모르면서 왜 그렇게 웃었냐고 물었더니 남들이 웃길래 그냥 웃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 대학 서클 동기 몇 명이 만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재섭이 부부도 나왔더군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놀다가 분위기가 좀 처지는 거 같아서 제가 ‘원두막 삼행시’ 얘기를 해줬습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밖에서 원두막 삼행시를 듣게 되었습니다.

 


원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두 : 두 쪽 다 빨개
막 : 막 빨개

 


이걸 들은 할아버지는 재밌다고 생각하고 집에 가서 식구들에게 이 얘기를 다시 들려주기 위해 기억을 단단히 하고 귀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앉아서 밥을 먹을 때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할아 : 얘들아, 내가 오늘 ‘원숭이 삼행시’를 들었는데…
손녀 : 뭔데요, 할아버지? 원!

할아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손녀 : 숭!

할아 : 숭하게 빨개.
손녀 : 이!

할아 : 이게 아닌데…?

 


다들 웃었습니다. 물론 재섭이 부부도 많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또 술을 마시며 놀았습니다. 그런데 헤어질 때쯤 돼서 재섭이가 제게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야, 근데 두 번째 ‘숭’이 뭐더라?”

 

‘두 번째 숭이 뭐…? 아아, 재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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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파트 앞엔 [신화마트]라는 수퍼가 하나 있습니다. 다른 가게처럼 일용잡화를 팔고 밤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모여 간단한 안주에 맥주도 한 잔씩 하는 그런 평범한 수퍼죠. 우리 커플도 이사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들어갔다가 뻔데기통조림이나 골뱅이에 한 잔 한 뒤로는 단골이 되었습니다. 우리 말고도 그런 손님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골들끼리 친해져서 인사도 나누게 되고 가끔은 누군가 집에서 가져온 ‘사제 안주’를 나눠먹으며 작은 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강남 부자 동네와는 좀 다른 정서죠.

 

 

그런데 이 가게가 얼마 전부터 한쪽 공간을 막더니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사장님께 물어보니 가게를 반으로 줄이고 새로 생긴 공간에 작은 치킨집을 열 생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녁마다 찾아오던 단골 청년들 중 둘은 벌써 며칠째 공사를 맡아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을 거 같았습니다. 이 가게는 바로 옆 토끼굴을 지나 수십 미터만 나가면 한강변이고 뚝섬유원지역도 걸어서 13분 거리입니다. 뚝섬유원지는 여름이면 치킨배달이 엄청 성행하는 곳이죠. 수퍼마켓만 하는 것보다 훨씬 신나는 일일 거 같았습니다. 우리도 뭔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사장님 부부도 반색을 하며 좋아하셨습니다.

 


치킨집이라…일단 신화마트가 사업을 확장한 거니까 ‘신화치킨’을 생각하기가 쉽겠죠. 그러나 그건 “아, 신화마트가 치킨집을 냈구나”라는 몇몇 지인들의 반응 말고는 뾰족한 게 없습니다. 별 의미가 없는 네이밍이란 말이죠. 게다가 치킨집 특유의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유머나 특징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닭컴'부터 시작해서 코스닭, 후다닭, 쏙닭쏙닭, 토닭토닭까지 차고 넘치는 게 치킨집 이름이었지만 그래도 치킨집 이름은 그래야 하는 거니까요.

 

 

 

“닭터 어때? 닭터 치킨!” 제가 여친에게 물어봤더니 그거 괜찮은데, 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성이 오 씨니까 닭터오 치킨으로 하자. 그리고 닭터라는 상호명은 이미 많을 테니 ‘성수동 닭터오 치킨’으로 하자는 얘기까지 급속도로 발전이 되었습니다. 표기는 ‘닭터5’와 ‘Dr.5’를 병행하면 패러디 아이덴티티도 더 살릴 수 있을 거 같았구요.

 

 

아울러 윤혜자 양은 ‘닭터오 특별 메뉴’까지 즉석에서 제안했습니다. 한 마리가 아니라 닭고기 다섯 조각으로 이루어진 오천 원짜리 특별 상품을 마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치킨이 생각나도 만사천원이나 만육천 원쯤 하는 치킨 한 마리를 혼자 시켜먹기엔 부담이 있습니다. 이럴 때 오천 원짜리 ‘닭터오 스페셜’이 있으면 좋지 않겠냐는 것이죠. 기분 좋게 결론을 낸 우리는 내일 빨리 이 이름을 알려드려야겠다고 조바심을 내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 간단한 네이밍 기획서를 써가지고 [신화마트]에 갔더니 일단 아주머니가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옆에서 공사를 하던 청년들에게도 보여줬는데 다들 좋다고 한 마디씩 하더군요. 닭터5스페셜 메뉴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사장님은 며칠 전 다리를 다쳐 네이밍 후보안을 보지 못하셨습니다. 오늘 수술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름이 확정되면 간판과 스티커 디자인도 같이 일하던 친구나 동료들에게 부탁해볼 생각입니다. 같은 이름이라도 디자인이 좋으면 더 효과가 좋아지겠죠.

 


뿌듯한 일입니다. 아주머니가 얼마를 내야 하냐고 물으시길래 “저희 비싼 애들이에요. 정식으로 돈 내시려고 하면 너무 비싸니까, 관두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요. 동네에서 그럴 순 없죠. 근데 이름값을 치킨으로 다 받으면 도대체 몇 마리나 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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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에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를 발명한 이후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은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였다. 적어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을 들고 나오기 전까지는. 이젠 ‘비디오가게 점원 출신의 영화 천재’라는 수식어는 골백 번도 넘게 들어서 식상할 만도 하지만 그래도 타란티노가 변함없이 천재라는 사실에 쉽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천재들, 특히 예술 쪽 천재들의 특징을 한두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자유분방함’과 ‘싸가지’가 될 것이다. 억울한 일이다. 그놈들은 아무렇게나 꾸며대는 거 같은데도 저절로 플롯이 생기고 디테일이 살아난다. 어딘가 혼자 처박혀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결정적 증거를 내놓는 탐정처럼 무심하게 이야기를 툭 던지는 건방진 놈인데도 여자들은 그 앞으로 달려가 콧소리를 낸다. 왜냐하면 그놈들은 하고싶은 대로 해도 좀처럼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니까. 당장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입체적으로 조명해 보면 그게 다 필요한 그림이었고 꼭 필요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니 나 또한 그녀들과 같은 입장이 된다. 생각해 보라. 타란티노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일단 흥분이 되지 않던가. 이번엔 또 어떤 얘기로 우리를 낄낄거리게 만들지, 어떤 의외의 캐릭터로 우리의 뒤통수를 칠지 전두엽 근처가 간잘간질해지지 않던가.

 

 

타란티노의 최신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남북전쟁 발발 이 년 전 시점의 서부극이다. 그렇다. 놀랍게도 서부극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코엔 형제가 그렇듯이 이제 타란티노도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증거를 대볼까? 지금 당장 헐리우드에서 타란티노가 부르면 누구든 달려온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왔고 사무엘 L. 잭슨이 왔다. 윌 스미스는 물망에 올랐다가 너무 매끈하게 생겼다는 지적이 이는 바람에 주연 자리를 제이미 폭스에게 넘겨야 했다. 크리스토프 왈츠는 작년에 [바스터즈;나쁜 녀석들]에 이어 연이은 출연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단지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타란티노의 영화에 출연하는 걸까? 아니다.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데쓰 프루프] 시나리오를 쓸 때였던가? 보통 사람들은 글이 안 풀려 호텔방에서 물구나무를 섰네, 머리를 쥐어뜯었네 어쩌구 하고 있을 때 타란티노는 “어서 이걸 써서 사람들한테 들려줘야 할텐데.”라는 조바심을 가지고 손가락에서 불이 나게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타란티노의 시나리오는 한 마디로 재밌다. 나는 [저수지의 개들]의 그 유명한 오프닝 시퀀스가 지금도 너무너무너무 좋다. 정장을 차려입고 은행을 털러 가기 전 커피숍에 주르르 앉아서 웨이트리스에게 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한심한 문제로 마돈나의 [Like A Virgin]까지 들먹이며 싸우는 갱들이라니.

 

그런데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도 똑 같은 장면이 나온다. KKK단원들이 모여 장고와 슐츠 박사를 공격하기 직전에 말 위에 앉아 흰 복면에 뚫린 눈구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문제로 불만과 수다를 끓여붓는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만 봐도 이건 타란티노표 영화임에 틀림없다. 또 디카프리오가 흑인 노예의 두개골을 들고 골상학 운운하며 깜둥이들의 노예근성을 설명하는 장면은 어떤가. 이 장면은 가난하던 시절 타란티노가 시나리오를 써서 토니 스코트에게 팔았던 [트루 로맨스]에서 크리스찬 슬레이터의 아버지 데니스 호퍼가 “이탈리아 놈들은 모두 깜둥이의 자손”이라며 크리스토퍼 월큰을 약올리던 모습 그대로다. 생각해 보면 타란티노는 변한 게 없다. 그런데도 늘 새롭고 재밌다. 오죽하면 꼬장꼬장한 아카데미 심사위원들도 이번만큼은 별다른 고민 없이 타란티노에게 시나리오상을 안겨 줬을까.

 


타란티노가 서부극을 만들면 어떤 얘기가 될까? 아무래도 존 포드보다는 세르지오 레오네쪽이겠지. 그런데 이건 그 정도가 아니다. 일단 주인공이 흑인이다. 디카프리오는 난생 처음 악역이다. 게다가 백인들은 모두 흑인들에게 병신 취급을 받다가 결국 몰살당한다. 꿈 같은 얘기라고?  그렇다면165분간의 불량식품 같은, 그러나 영양가까지 풍부한 롤러코스터를 지금 당장 타보시라. 당신이 놀러 간 역사공원이 순식간에 놀이공원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짐 크로스의 [I Got A Name]을 비롯한 탁월한 선곡들도 놓치지 마시라)

 


아, 참. 타란티노가 사랑스러운 점 한가지 더. 그도 가끔 자기 영화에 출연을 한다. 이번에도 나온다. 그러나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기 때문에 언제나처럼 찌질한 역으로 잠깐 출연한다. 이번엔 허리춤에 다이나마이트를 잔뜩 두르고 있다가 어이없이 폭발해 죽는 역이다. 이건 타란티노가 팬심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더 CSI의 에피소드 ‘무덤 속의 위험’(Grave Danger)에서 범인이 자살하던 것과 똑같은 방법이다. 유머 넘치는 구라는 물론 깨알 같은 디테일까지, 역시 타란티노는 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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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서 오줌을 누고 물을 한 잔 마셨는데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있다. 어제처럼 모듬전에 소주를, 그러나 아주 조금, 아주 간단히 마시고 살짝 졸린 김에 얼른 쓰러져 잔 경우가 그렇다. 계속 자리에 누워있어 봤자 더 자기는 틀렸고 나아가 대한민국 창조경제나 동아시아 문제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여친이 깰까봐 조심조심 깨끔발을 하며 마루로 나왔다.

 

 

책장앞을 오래도록 서성이다 고른 게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잽싸게 자기 소설 제목으로 써먹는 바람에 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했던 소설가 이기호의 단편집이었다. 그나마 마음에 들어했던 [원주통신]이나 [나쁜 소설]을 다시 한 번 읽을까 하다가 ‘그래도 표제작을 읽어줘야지, 이 새벽엔’ 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단편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이미 짐작은 했지만) 이 소설도 전에 내가 읽은 소설이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다시 읽어도 이렇게 재미가 있는 건지. 예전엔 별로 안 웃고 넘어갔던 대목까지 다시 읽어보니 새롭게 웃기네. 이거 이거. 아하하하. 어슴프레 밝아오는 여명을 배경삼아 미친놈처럼 낄낄거리며 책을 읽다 보니 문득 배가 고파졌다. 다행히 부엌엔 그저께 점심에 사다 놓은 유기농 모닝빵이 다섯 개나 남아 있었다.

 

 

커피를 끓일까 하다가(양에 맞춰 커피를 갈고, 비알레떼 주전자에 곱게 넣은 뒤 가스레인지에 얹어 끓이고, 에스프레소 원액에 뜨거운 물을 붓기 전에 재빨리 뜨거운 주전자를 씼어 개수대 위에 널어 말리고 하는 과정을 상상하니, 모든 게 너무 귀찮았다. 더구나 이 새벽에!) 포기하고 씽크대를 뒤져보니 차가 있었다. 그래 우아하게 차를 한 잔 하는 거야. 무심코 손에 잡힌 ‘다미안’이란 차를(뭐가 다 미안한지는 모르겠지만) 한 잔 마시며 책을 마저 읽었다.

 

 

이기호의 소설은 재밌다. 그리고 이기호는 소심하고 찌질하면서도 그 찌질함을 자양분 삼아 전혀 다른 소설을 쓰고야 말겠다는 젊은 소설가로서의 원대한 포부를 펼칠 줄 아는 멋진 사나이다. 그러니 이기호여, 빨리 새 책을 내라. 내 당신 책은 돈 아끼지 않고 엄벙덤벙 사줄테니.

 

 

여친은 자고, 나는 책을 읽고. 해도 뜨지 않은 신새벽부터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는 다시 자야지. 아, 시도때도 없이 즐거운 나는 아무래도 타고난 백수 체질인 모양이다. 백수체질…아냐, 뭐 다른 말이 없을까? 문화인. 그래, 문화인 체질이 훨씬 낫네. 새벽부터 문화인이 된 나는 이제 슬슬 다시 자러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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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베호벤 감독은 대량 살육의 쾌감을 만끽하고 싶어서 [스타쉽 트루퍼스]라는 영화를 만들었노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을 죽이는 걸 화면에 담으면 누구에게나 끔찍하고 잔혹하게 보이지만 그 상대가 우주괴물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지치도록 베고 쏘고 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중세의 ‘마녀사냥’에서 그런 비뚤어진 심리의 힌트를 얻은 바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 죽이고 싶다. 방법은 간단하다. 마녀라고 밀고를 하면 된다.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항변을 하더라도 마녀의 변명일 뿐이므로 그건 거짓말이 된다. 그러다 모진 고문에 못이겨 거짓자백을 하면 그때부터는 진짜 마녀가 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비념]은 1948년에 제주에서 정부와 미군들에게 마치 ‘마녀’처럼 몰려 떼죽음을 당했던 4•3항쟁 희생자들과 현재 강정마을에서 정부와 미국의 이해관계에 대항해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한 줄 위에 놓고 바라보는 다큐멘터리영화다.

우리에게 제주란 무엇인가? 구름•돌•바람이 많아 삼다도라 불리던 섬이었고, 최성원의 노래처럼 ‘신혼부부 몰려와 똑같은 사진 찍’던 관광지였다. 지금은 장선우 감독이나 예전 동아기획 식구들이 ‘이민’을 가서 사는 천혜의 휴양지, 그리고 올레길과 크고 작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모여있는 이국적인 섬일 뿐이다. 적어도 4•3항쟁의 비극적 진실을 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임흥순은 제주 사람이 아니다. 그냥 제주에 놀러 오는 흔한 관광객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같이 일하는 프로듀서의 할머니가 4•3때 남편을 잃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걸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굉장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던 이 작업은 당시의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기록자로서의 의무감을 갖게 되었고 아울러 현재 강정마을 구럼비바위 폭파 현장을 지켜보면서 상관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하나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입체적인 역사의식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1948년 11월 미군정하에 있던 남한정부는 제주해안선 5Km 바깥의 모든 주민들을 폭도로 간주하고 사살하라는 소개령을 내렸다. 미녀사냥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 폭도로 몰린 도민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군인들과 서북청년단들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가 총살을 당했다. 한라산으로 도망간 사람들은 잡히지 않으면 대부분 굶어죽거나 얼어죽었다고 한다.

 

 

2007년 6월 강정마을 해군기지 조성 공사 후 주민들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져 대립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 여태까지 잘 어울려 살던 이웃들은 물론 가족끼리도 원수가 되고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는 공사방해금지 명목으로 주민과 종교단체 환경단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감독은 64년 전 일이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강정마을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은 1948년 당시 제주의 모습을 재현하는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을 전공했던 임흥순 감독은 좀 색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보통 다큐멘터리처럼 인터뷰어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카메라가 항상 인터뷰이의 얼굴을 따라가지도 않는다. 4•3사건에 대한 증언이 흘러나올 때 카메라는 제주의 풍경이나 하늘, 감귤나무 같은 고정된 사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기 일쑤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어둡고 거친 밤길을 헤매기도 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누군가 맨발로 눈길을 허정허정 걸어가는 장면을 보고 비로소 감독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도민들이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조금이라도 짐작하는 방법은 직접 그들처럼 밤길을 헤매보고 눈길을 헤치며 걸어보는 것뿐이라는 다소 무식한(?) 통찰이 가슴에 와닿았던 것이다.

 

 


‘비념’이란 제주에서 행해지는 작은 규모의 굿을 뜻한다. 감독은 타인에 대한 연민이나 애도의 행위야말로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본성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4•3때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는 굿을 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엔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아름다운 자연 뒤에는 피로 물든 4•3사건이 숨어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빼어난 자연경관 뒤에는 해군기지라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숨어있다. [비념]은 이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기 보다는 스스로 볼 수 있도록 눈을 열게 해주는 영화다.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이는 영화고 알고 나서 다시 보면 더 깊어지는 영화다. 당신이 올해 블록버스터 영화를 세 편쯤 보았다면 이젠 이런 영화도 한 편 보시는 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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