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받은 삶은 계란에서 작고 길쭘한 포트를 발견한 젊은이. 혹시나 해서 유심칩을 거기에 집어넣어보니 계란이 고양이로 변하고 고양이가 로보트로 변합니다. 창밖으로 뛰어난간 로보트를 가까스로 잡아타니 순식간에 들소로 변하고 이어 상어로, 수륙양용 스포츠카로로 또 레일 위를 달리는 로켓추진체로....칩을 넣을 때마다 스마트폰이 원하는 것으로 변한다는 무협지 같은 거짓말을 특수효과로 박진감 넘치게 표현했네요. 


뻥을 치려면 이 정도는 쳐야죠...ㅋㅋㅋ 보다보다 처음보는 독일 '보다폰'의 귀여운 과장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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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뉴욕을 사랑하는 작가 우디 앨런은 근 십 년 동안 유럽을 떠돌며 영화를 찍어야 했다. 갑자기 뉴욕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미국에서는 자신의 영화에 돈을 댈 투자자들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헐리우드는 전세계가 사랑하는 시네아티스트 우디 앨런조차도 살아남기 힘든 블록버스터의 왕국인 것이다. 


[매치 포인트] [스쿠프] [환상의 그대]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등등에서 스칼렛 요한슨, 페넬로페 크루즈 증 새로운 뮤즈들과 함께 유럽에서 소소하지만 자유로운 작업을 진행했던 우디 앨런은 회심의 역작 [미드나잇 인 파리]의 엄청난 흥행으로 인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이름만으로도 위엄이 서는 ‘여왕’ 케이트 블란쳇과 함께 새 영화를 찍게 된다. 그게 바로 [블루 재스민]이다. 



케이트 블런쳇은 말한다. “우디는 사실 이 역할을 자기가 직접 연기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재스민이 여자라서 할 수 없이 나를 시킨 것이다.” 케이트의 통찰력 있는 지적이 아니라도 그 동안 우디의 영화들은 모두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부자 남편을 만나 뉴욕에서 상류생활을 즐기던 재스민(자넷이란 이름도 상류상회에 어울리게 재스민으로 바꿨다)은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여동생집에 얹혀 살게 된다. 돈은 한 푼도 없지만 여동생한테 갈 때도 일등석을 타고 간다. 루이비똥 가방에 놀라는 여동생에게”이건 다 예전에 산 거고, 내 이니셜이 들어가 있어 중고는 팔기도 힘들어서 그냥 들고 온 것”이라 변명한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한 법이다. 재스민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칫과의 사무원으로 취직을 하기도  하지만 자기는 이것보다는 더 뭔가 의미 있고 대단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 전부터 사람들이 나한테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어보라고 했어. 인터넷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워야지. 그러려면 먼저 컴퓨터 강좌부터 들어야겠네…"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마음에도 안 드는 칫과의사가 사귀자고 덤비질 않나, 여동생이랑 사는 ‘루저’가 오히려 자길 업신여기질 않나.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은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에르메스 백, 그리고 거짓말뿐이다. 



나는 우디 앨런의 영화가 해피엔딩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비극적으로 끝나는 경우도 본 기억이 없다. 모든 것을 잃은 재스민은 길거리에서 혼잣말을 하며 끝을 맺는다. 재스민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거의 차이밍량의 [애정만세]에 버금가는 엔딩씬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거기엔 묘한 쾌감이 있다. 나이 80이 넘은 이 악동 할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섣불리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식의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너만 외롭고 힘든 게 아니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는 역설의 카타르시스를 던져준다. 그래 좋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우디 할아버지도 힘들단다. 그러니 우리 모두 힘을 내자.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까지는  아닐지라도 뭐, 조금 위로는 되는 법이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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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가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한 번은 야유회를 간 적이 있습니다. 광고회사답게 야유회도 늘 재밌게 진행이 되기 마련이었죠 그 해에는 아예 이벤트회사를 불러 행사 진행을 했고 응원전을 도와주기 위한 컴페니언걸들도 왔었습니다. 선수들이 청백군으로 나뉘어 운동 경기를 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응원단이 되어 짧은 치마를 입은 컴페니언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응원을 하다가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다들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임원들이 앉아있는 자리로 어여뿐 컴페니언걸들이 지나갈 때 회오리바람이 불어 그녀들의 치마가 확 올라가지 뭡니까. 순간 저는 보았습니다. 응원석에 앉은 우리들은 물론 임원석에 앉은 점잖은 임원들의 눈동자까지 일제히 그녀들의 앙증맞은 팬티에 가서 꽂히는 것을. 

 어차피 치마 속에 뭐가 있는지 티셔츠 안에 뭐가 있는지 다 알면서도 왜 우리들은 치마가 올라가거나 티셔츠 사이로 가슴골이 보이기만 하면 반드시 쳐다보게 되는 걸까요? 아마도 본능이기 때문이겠죠. 남자들은 여자의 나체사진을 보는 순식간에 동공이 두 배로 확대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하긴 치마가 올라가도 다들 무덤덤하면 곤란하겠죠. 다들 도 닦는 스님들만 살면 이 세상에 사랑도 번식도 그만큼 줄어들 테니까요. 


 ‘치마가 올라가면 눈이 돌아간다’는 인간의 속성을 이용한 광고들. 참 짓궃으면서도 귀엽네요. 역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한 아이디어들이 눈에도 띄고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아디다스가 만든 바이럴 영상을 보면서 바람 불면 치마가 올라가는 팬티 옥외광고가 생각나서 인터넷으로 그 사진도 오랜만에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치마가 올라가는 아이디어라 그런지 금방 찾아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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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아티스트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구나 이소룡 피규어를 만들어 많은 골수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 어니 킴 단 한 명뿐일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도 그 아티스트가 나랑 꽤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피규어 아티스트 어니 킴(김형언)은 내가 활동하던 대학 서클뚜라미의 일년 선배다. 동네가 비슷해 학교 다닐 때도 전철에서 자주 만났고 취미도 비슷해 집에서김형언의 혼자 듣는 음악실같은 걸 녹음하며(내가 게스트로 출연하면둘이 듣는 음악실로 제목이 바뀌었다) 키득키득 놀기도 참 많이 했다. 미대를 나온 어니 형은 대개의 아티스트들이 그렇듯 음악에도 소질이 많아서 기타와 피아노를 참 잘 쳤고 대학 일학년 때부터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다가 한때 프로 뮤지션으로 앨범을 내기도 했었다. 일찍이선우라는 광고 프러덕션에서 조감독을 거쳐 나중에 감독까지 했으니 나의 광고 인생 선배이기도 하다.

 

대학교 일학년 때 동기 여자애들이서클실에 들어가 보면 얼굴이 창백한 미소년이 와서 기타를 치는데, 분명 한 대의 기타에서 두 대의 기타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 미소년은 다름아닌 어니 형이었고 그의 기타 주법은쓰리핑거였다. 통기타 음악동아리에 들어가면 대부분 쓰리핑거 주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어니 형의 쓰리핑거는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스승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기타 선생은 다름 아닌 폴 사이먼. 그렇다. 어니 형의 음악적 뿌리는 ‘Simon & Garfunkel’이었던 것이다. 어니 형은 자신의 소년 시절 열렸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전설적인센트럴파크 공연 실황비디오 테이프를 매일 슬로우 비디오로 돌리고 또 돌려보면서 기타 주법을 사숙했던 것이다. 도대체 몇 번을 봐야 기타를 전혀 못 치던 소년이 폴 사이먼처럼 기타를 치게 되는 걸까? 이건 정말 미친 짓이며오타쿠의 전형이다.(노약자나 청소년 여러분, 따라 하려면 따라 해 보라).

 

사이먼 앤 가펑클이 1981년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약 50만 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무료 공연은 이렇듯 한 소년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이 바꾸어 놓은 인생이 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감흥을 잊지 못한 사람은 여기저기 참 많았던 것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폴 사이먼의 기타를 좋아했고 그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좋아했으며 아트 가펑클의 청아한 목소리에 매료된 것 등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이먼 앤 가펑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침내 여 모임을 만들게 되었고 서로 그들의 곡을 부르고 연주하면서 그들만의순결한 감성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을 기리는트리뷰트 공연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2013년 가을밤, 추석 연휴 마지막 일요일 홍대앞 디딤홀에서 사이먼 앤 가펑클을 기리는 ‘Old Friends Concert’가 열렸다. 어니 킴과 홍정우, 안진영, 안태영 형제 등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공연을 펼친 것이다. 센트럴파크 공연 때처럼 ‘Mrs. Robinson’이 먼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미소를 머금기 시작했고 ‘Homeward Bound’, ‘April, Come She Will’을 차례로 들으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타임머신을 타고 각자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뮤지션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홍정우 씨는 목소리가 짱짱하고 청아하며 특히 존 덴버의 노래를 잘 한다. 그날도 콘서트 중간에 존 덴버의 ‘Calypso’와 빌리 조엘의 ‘PianoMan’, 김광석의먼지기 되어등을 불러 흥을 돋구었다. 안진영, 안태형 형제 같은 경우는 참 특이했는데 둘 다 기업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성당의 성가대 등을 통해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사는 분들이었다. 어니 킴 형의 결혼식에서도 이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날은 참 많은 곡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사랑해요라는 노래를 히트시켰던 고은희 이정란 누나들도 뚜라미 선배들인데 이날은이정란/이윤선커플로 출연해 옛노래와 새노래를 들려주었다.

 

무협영화를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날아다니는 게 당연하듯이 여기서는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도 무대에만 올라오면 다들 기타를 잘 쳤고 노래를 잘 불렀다. 신기한 일이었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어 가족을 공양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능숙하게 악기를 다루고 음악을 즐기며 타인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산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이들은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어니 킴은 공연 중간에 자신의 아내와 나눈 얘기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있는데 왜 이렇게 돈도 되지 않는 공연을 하느냐?”고 묻는 아내에게 얼른 속시원한 답변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형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꿈을 꾸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마음 속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접혀 있고 이루지 못한 꿈들이 숨어 있다. 그런데 그 꿈을 가끔이라도 다시 꺼내 반짝반짝하게 닦아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야 더 정확한 문장이 될 것이다. 자신의 생계와는 관계없이 무엇인가 소중한 가치를 나누는 사람들우리는 이런 사람들을진짜 부자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비록 그들이 몇 평짜리 집에 살고 있는지,  통장에 얼마의 액수가 찍혀있는지는 알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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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 보이가 어떻게 페인트 업계를 뒤흔들었는지 아는가? 이건 너무 간단해서 무서울 정도다. 그들은 깡통을 바꿨다. 더치 보이는 운반하기 쉽고, 페인트를 붓기 쉽고, 닫기 쉬운 페인트 용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용기에 가해진 몇 개의 뻔한 변화가 더치 보이 매출을 엄청나게 끌어 올렸다." 


오랫만에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를 들춰보니 두세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길을 가다 보면 도처에 콜럼부스의 달걀이요, 마시다 보면 도처에 원효의 해골물이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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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먼저 본 이야기를 연극으로 다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연극 [클로저]를 보러 가면서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난 영화를 두 번이나 봐서 줄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캐릭터도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고 있다. 그러니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입장료는 영화를 볼 때보다 훨씬 비싸다. 단지 연극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텍스트를 관객들이 대학로까지 가서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클로저]는 1997년 5월 런던에서 초연된 후 유럽, 일본, 호주 등 전 세계 50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지금도 공연되고 있는 인기 작품이다. 영화 또한 백전노장인 마이크 니콜스 감독에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나탈리 포트만 등 대 배우들이 출연했던 화제작이다. 



“Hello, Stranger”라는 유명한 대사로 시작하는 이 연극(영화)는 신문사에서 부고 기사를 쓰는 소설가 지망생 댄과 스트립 댄서 앨리스가 우연히 교통사고로 만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차에 치어 쓰러졌다가 일어나면서 “안녕, 낯선 사람”이라 인사를 건넸던 앨리스는 젊고 매력적인 댄과 금방 함께 사는 사이가 되고 댄은 그런 그녀와의 동거생활을 소재로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런데 댄은 소설의 표지사진을 찍으러 가서 만난 사진작가 안나에게 대뜸 키스를 하며 사귀자고 유혹한다. 이건 뭐 아주 개새끼가 아닌가. 


그런데 영화에서 하필 댄 역을 맡은 배우가 주드 로였다. 원래도 잘 생겼지만 그때 당시엔 정말 ‘전세계 남녀 배우를 통틀어 최고의 미모’라는 소리까지 듣던 막강 포스였다. 그러니 ‘개새끼를 개새끼라고 부를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만 것이다. 더구나 주드 로와 입술을 맞대던 세련된 사진작가 안나는 바로 줄리아 로버츠였다. 그들의 지적인 매력에 격조 높은 연출력, 게다가 하필 데미안 라이스의 마약성 농후한 불멸의 미친 곡 ‘Blower’s Daughter’까지 배경음악으로 겹쳐져 우리는 이 막장 드라마를 마치 꽤 세련된 영화라고 착각하기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연극은 좀 달랐다. “안녕, 낯선 사람”이라 인사를 건네며 시작하는 것은 같지만 분위기도 달랐고 대사도 달랐다. 앨리스 역을 맡은 이윤지는 새처럼 자그만 몸집에 아이 같은 도발성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돋구었고 명민한 배우 김혜나는 자신의 욕망을 따르기 두려워하는 안나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잘 표현해 주었다. 댄 역을 맡은 이동하도 물론 좋았지만 최고의 캐릭터는 피부과 의사 래리 역을 맡은 배성우였다. 능수능란한 대사 구사력과 타이밍, 찰진 욕설 구사력까지, 이 연극을 이만큼 살아 숨쉬게 하는 데 이만한 일등 공신이 없었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용서를 구하다가도 또 배신하고,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근데 걔랑 잤어 안 잤어?”하고 묻는, 홍상수 영화의 등장인물들보다 더 찌질하고 끈적한 네 사람은 간결한 세트와 자막, 오밀조밀한 구성 등을 선보인 연출자 추민주의 능력에 의해 연극에서 확실한 생명력을 얻었다. 우리와 같이 연극을 보았던 페친 안재만 대표도 “영화에서는 미처 다 이해할 수 없었던 주인공들의 행동을 이제야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자잘한 유머들(채팅창에 성기 사이즈 18cm를 18m라고 잘못 쓰고 욕을 내뱉는다든지 하는)이 그 우아했던 드라마에 막장의 개연성과 더불어 페이소스까지 더해 주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영화와 연극의 차이는 무엇일까? 혹시 완벽한 반복과 변주의 차이는 아닐까? 예전에 슬픈 결말이 너무 안타까워서 한 번쯤은 해피엔딩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고 매일 똑 같은 영화를 보던 소녀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노래 가사였던가?). 


영화는 늘 똑같지만 연극은 그날그날의 캐스팅과 컨디션에 따라서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그러니까 영화는 매번 똑같은 맛에 보고 연극은 매번 다른 맛에 본다는 얘기가 된다. 선택은 자유다. 만약에 영화 속 배우가 하던 연기를 집어치우고 스크린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오면 어떻게 될까, 라는 기발한 상상을 실천에 옮긴 우디 앨런의 [카이로의 붉은 장미]도 있지 않았던가. (아, 그러고 보니 그 영화에 나왔던 멋진 남자 주인공이 지금 [뉴스 룸]에서 앵커로 나오는 그 제프 대니얼스로구나) 



연극 [클로저]에는 영화와는 또다른 찰진 이야기들과 에피소드가 드글드글 하다. 그러니 이 가을에 기필코 연극을 한 편 봐야겠다고 결심한 분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클로저]를 선택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연기도 연출도 고루 좋다. 12월 1일까지 대학로에서 계속 상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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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음에 떠오르는 그림을 그려보라"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도화지 위에 계속 까만색만 칠하는 초등학생. 과도한 집중력으로 계속 도화지를 까맣게 칠하기만 하는 아이를 보고 어른들은 당황하게 되고 급기야 정신과 의사들에게 상담까지 받게 합니다. 그러다 한 간호사가 우연히 깨닫게 되죠. 나중에 그 아이가 아주 커다란 고래를 그리고 있었다는 것을.... 


'아이의 꿈을 북돋아 주려면 상상력을 발동하라'는 이 광고는 도식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출과 연기 덕분에 아직도 광고회사마다 회의 시간에 '감동적인 광고' 나 '반전이 있는 광고' 얘기를 할 때 반복해서 거론되곤 합니다.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역시 유투브에 있네요. 편리한 세상입니다. 예전엔 자료 찾기 참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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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오늘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본 옥외광고 두 편만 소개하죠. 





말이 필요없는 압축이죠? 







3M의 강화유리 광고는 더 죽입니다. 

실제로 가짜 돈 300만 달러를 넣어 놨다네요. 

누구나 지나가다 한 번 깨보고 싶어지겠죠? 

그러나 3M 강화유리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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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두 권. 

[별들은 따뜻하다]도 두 권. 

[새벽 편지]도 두 권.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도 두 권. 

[어느 날 나는 흐른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도 두 권. 

[햄버거에 대한 명상]도 두 권. 



동거를 한다는 것은,

결혼을 한다는 것은, 

두 남녀가 만나 산다는 것은, 


두 권의 책이 

서로 몸을 밀착하고 

책꽂이에 서 있는 것과 

같은 것인가 봅니다 


그나마 우린 

같이 서 있기 위해 

많은 땅을 처분했습니다 


박경리의 [토지] 

마흔두 권 중 

스물한 권은 

다른 이에게 양도를 했거든요 



저 책들을 반으로 나눠  

베고 한 세상 살아 볼까요 


수저 두 벌, 

베게 두 개만 남기고 


그렇게 

단촐하게 

배 뚜들기며 

살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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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어머니와의 저녁. 나는 일 섬의 이야기를 했다. 

-상상해 보세요. 해변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부를 때 “밥 먹을 시간이다”라고 하는 대신 영어로 이렇게 소리치는 거예요. “랑슬로! 엘루아! It’s miam-miam’s time!” 

  우리는 같이 웃는다. 그러고 나서 어머니는 내가 회피하고 싶은 주제를 건드린다. 

-그래, 클레르는 여전히 만나니? 

-아니요. 우린 만나기만 하면 늘 서로 욕하곤 했어요. 헤어진다는 결심을 하지 못했을 뿐이죠. 다른 이야기해요. 그 여자 미쳤어요. 이젠 아무 흥미도 없어요. 전혀 관심 없어요. 우리 사이는 완전히 끝났어요. 

-아아…… 네가 그렇게도 그녀를 좋아하니……






-자네 요즘 피곤한 모양이지? 

-태어난 이래로 쭉 그렇습니다. 



카피라이터의 비뚤어진 일상을 다뤘던 소설 [9,990원]의 한 장면입니다. 베그베데의 소설은 대사가 아주 감칠맛 나죠. [9,990원]과 [살아있어 미안하다] 등을 썼던 프랑스 작가 프레데리크 베그베데의 소설 [로맨틱 에고이스트]를 읽고 있습니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베그베데는 역설적이고 위악적인 문장을 다루는 데는 아주 천재적인 사람이죠. 이 책은 올해 초 한림대학교 교내 서점에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오기 뭐해서 할 수 없이 산 책이었는데, 서점 주인 아줌마가 천 원인가 깎아준 기억이 납니다. 오랫동안 묵혀 두었다가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책은 참 고마운 존재죠? 제가 다가서기 전까지는 늘 똑같은 마음으로 책꽂이에서 진득하게 기다려 준다니까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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