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너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길래 회의실에 있는 책꽂이에서 아무 책이나 꺼냈습니다. 일과 상관 없는 책을 읽다보면 엉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제 손에 잡힌 건 공지영 작가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라는 산문집이었습니다. 전에도 제목의 의미가 뭔지 궁금해서 한 번 들여다 봤던 책이었습니다. 


그런다가 '창을 내는 이유'라는 소제목이 붙은 챕터에서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한 줄에 나란히 놓인, 거의 똑같은 문장인데 어떤 건 띄어 쓰고 어떤 건 붙여 쓰는 게 아니겠습니까. '재미없고'는 붙이고 '의미 없고'는 띄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는 겁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맞춤법검사기를 돌려봤더니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없다'는 형용사로 띄어 씀이 원칙이다. 그러나 어이없다, 쓸데없다, 아낌없다, 거리낌없다, 가량없다, 가없다, 다름없다, 느닷없다, 끊임없다, 틀림없다, 상관없다, 거침없다, 변함없다, 빠짐없다, 힘없다, 어림없다, 아랑곳없다는 붙여 쓴다


아, 정말 세상 사는 게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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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의 역작 [쿨하게 생존하라]라는 책에서 제가 특히 좋아했던 부분은 ‘배드뉴스’에 대한 해석입니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인생엔 굿뉴스와 배드뉴스가 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곡선이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누구에게나 닥치는 굿뉴스와 배드뉴스. 우리는 그놈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요.


지금 저희 집사람에게 배드뉴스가 왔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길에서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뎠는데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그만 새끼발가락뼈가 부러진 것입니다. 다음 날 정형외과에 가서 응급처치로 반깁스를 했고 오는 화요일에는 다시 통깁스를 해야 합니다. 아내는 심란해 합니다. 발은 계속 부어오르고 제대로 걷지도, 씻지도 못합니다. 남편 밥을 차려주는 건 고사하고 당장 살림에 대한 이해력이 느려터진 남편에게 냉장고에 뭐가 어느 칸에 들어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아프고 심신이 지칩니다. 그리고 당장 다음 주부터 회사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 기회에 병가를 내고 한 달간 새로운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합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아내에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모양입니다. 당장 회사에서 한 달간 휴가를 내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고, 설사 휴가를 낼 수 있다 해도 무급휴가를 쓰면 그만큼 비게 되는 생활비도 걱정입니다. 더구나 요즘 회사 내에서 기획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아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다가 혹시 잘리는 건 아닐까 하는 소심한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난감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배드뉴스’를 더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사람 만나고 다니는 게 일인 아내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술을 마실 수 없고 급기야 차를 마시러 나가기도 당장은 어렵습니다. 반면에 그만큼 자신만의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당분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라고. 집에서 혼자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멍때리며 공상에 잠길 수도 있습니다. 밀린 드라마나 TV프로그램을  첫회부터 마스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꼭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집으로 불러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될 것입니다(어제만 해도 저희 집으로 두 분이 찾아오셔서 병문안 겸 업무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이유로 회사에서 잘린다고 하면 오히려 지금 잘리는 게 낫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는 아내의 실력을 판단하기엔 좀 이르다는 생각이 첫 번째 이유이고, 또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고 당장의 성과만으로 결정을 내리는 곳이라면 차라리 지금 관두는 게 낫다는 게 두 번째 생각이기 때문입니다(도대체 회사에선 아무런 소리도 안 했는데 우린 왜 이러는 걸까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무수한 ‘배드뉴스’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젊었을 때 정말 좋은 여자와도 어이없는 바보짓을 하는 바람에 헤어져 봤고 회사도 열 번 가까이 그만둬 봤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특유의 뻔뻔함과 성실함으로 위기를 버텨왔습니다. 인복도 많았습니다. 정말 결정적일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나타나 저를 도와주었으니까요. 길은 있습니다. 대책이 안 설 때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낙관론을 불러오면 됩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절망적이거나 가시밭길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아내도 저도 [쿨하게 생존하라]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혜자야, 걱정 하지 마. 일단 더 안 다치고 그만 하길 얼마나 다행이야. 그리고 이번 일 때문에 더 좋은 일이, 더 좋은 기회가 반드시 올 거야.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일단 좀 쉬어. 남들은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정신 가다듬을 계기가 없다고 ‘차라리 감방에 들어앉아서라도 책을 읽고싶다’고 하는 마당에 이런 기회가 왔으니 오히려 얼마나 좋아. 남편이 좀 더 열심히 일할 테니 생활비 걱정 말고 정당하게 이 기간을 마음가는대로 잘 요리해 봐. 배드뉴스는 똑똑하고 긍정적인 태도 앞에서는 언제라도 굿뉴스로 변하는 거니까. 안 그래?"







https://www.youtube.com/watch?v=h3ETX6Pv2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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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90100&artid=201506192049365



칼럼을 쓴 조운찬 소장처럼 저도 이만수 감독의 독서목록에 감탄했지만 그보다 더 놀랐던 것은 명창 안숙선 선생이었습니다. 국악인이면 창 연습이나 하고 판소리 대사나 반복해서 외우겠지, 라는 저의 안일한 생각을 단숨에 깨부수는 깊이 있는 리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위고의 '장발장'(레 미제라블)과 고전 '춘향가', 그리고 한운사의 '대야망' 등에 대한 해석은 통찰력이 대단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게 깊이 읽는 것이란 점을 깨닫게 해주는 분들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222242325&code=960205&s_code=ac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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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힘든 이유는 누구에게나 기쁜 날보다 힘든 날이 월등히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퇴근 후에 허름한 술집에 모여 직장 상사를 욕한다. 아니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시댁 사람들 흉을 본다. 휴가를 가서 멋진 여행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단골 바에 가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유난히 기분 나쁘고 우울한 날엔 어떤 음악을 듣는 게 좋을까. 얼핏 신나는 음악을 듣고 마구 춤이라도 추면 나아질 것 같지만 심리학자들은 오히려 그럴 땐 슬픈 음악을 듣는 게 더 낫다고 조언한다. 신나는 리듬과 볼륨으로 자신의 감정을 속이면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런 ‘자기기만’은 현실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무엇 하나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티가 끝나고 나면 다음날 더 쓸쓸해지는 ‘파티 증후군’을 생각하면 쉽게 수긍이 가는 얘기다.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입시 준비나 직장 생활, 구직 생활 등등 무엇 하나 잘 풀리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 시달리다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 한 번 하기로 한 사람들이라면 신나게 달리고 때려부수는 블록버스터나 샤방샤방한 로맨틱 코미디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당의정에 싸인 예쁜 알약은 잠깐의 진통효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끔은 입에 쓰지만 약효가 서서히 퍼지는 보약처럼 우리 마음에 자양분이 되는 영화들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지난 주에 개봉한 [산다]가 바로 그런 영화다.



강원도 건설현장에서 잡부로 일하는 주인공 정철은 매순간 벼랑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정도로 위기와 고통의 연속을 사는 인물이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이 대한민국 지방도시에서 정규 직장 없이 살고 있는 30대 남자. 부모는 산사태로 집이 무너질 때 흙더미에 깔려 돌아가셨고 옆에는 정신이 좀 온전치 못하고 행실도 헤픈 누나와 그녀가 낳은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 어린 조카, 그리고 착하긴 한데 약간 모자라 보이는 친구 명훈이 있을 뿐이다.


기댈 언덕 하나 없는 척박한 세상에서 하루하루 밥을 벌기 위한 정철의 고군분투는 우직하고 눈물겹다. 첫장면에서 정철 혼자 가시덤불을 자르고 나무를 베는 장면이 한참 나온다.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그저 계속 일을 할 뿐이다. 그 장면이 지나간 다음에도 왜 그 일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박정범 감독은 강원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로케이션 헌팅을 하다가 그 장소를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그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이 첫 장면은 그 후로 계속되는 공사장, 벌목장, 메주공장(그리고 메주공장 사장집에서의 가사노동까지!) 등에서 펼쳐지는 고된 노동현장을 압축해서 보여준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박정범 감독은 놀라운 사람이다. 혼자 영화를 기획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연기도 한다. 전작인 [무산일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경우는 시나리오를 무려 50번이나 고쳤다고 하니 영화에 대한 그의 집념이 놀랍다. 신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여자 아이 이야기를 다뤘던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처럼 현실적인 주제의 이야기를 고안하고 그 위에 실제로 메주공장을 운영했던 자신의 가족사를 얹으니 영화가 씨줄날줄로 튼튼해질 수밖에 없다. 흔히 독립영화라고 하면 습작처럼 어둡고 거친 화면과 녹음, 허술한 내러티브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런 선입견을 가볍게 배신한다. 물론 돈이 없어서 조명을 거의 쓰지 못한 듯한 촬영 상태는 좀 아쉽지만 능수능란한 화술과 시제를 적절히 뒤섞은 편집은 165분 동안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대사들도 훌륭하다.



정철은 자신과 동료들의 돈을 떼어먹고 서울로 도망간 공사장 십장의 집을 찾아간다. 밖에서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아이 혼자 라면을 끓여먹으려 하고 있던 집 창문을 부수고 들어간 정철 일행은 그 집 현관 철문을 떼어들고 나온다. “현관문 다시 찾으려면 아빠한테 돈 들고 오라고 해.”라는 말을 어린 아이에게 남기고. 잔인하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영화는 정철을 멋진 남자나 정의로운 사람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저 살아가기 위해 뭐든 다 하는 무색무취한 사람으로 보여줄 뿐이다. 툭하면 가출을 하고 고속터미널에서 아무 남자나 끌고 가 섹스를 한 뒤 돌아와서는 자해를 하는 누나를 어쩔 것인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빠를 찾고 싶다며 교회 헌금통에서 훔친 돈과 명훈이 알려준 쪽지만 들고 무작정 서울의 공장까지 올라간 조카 하나를 어쩔 것인가. 돈 떼어먹은 십장과 내통했다고 자신을 찾아와 린치를 가하는 동료들이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악다구니를 쓰는 된장공장 기존 노동자들의 질시를 어쩔 것인가.



이런 이야기일수록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관건인데, 마침 이 영화는 정철을 연기하는 박정범은 물론 그의 바보 친구을 연기하는 박명훈의 연기도 믿음직하다. 연극판에서 이미 검증된 배우 이승연의 열연 또한 눈이 부시다. 나는 동생에게 붙잡혀 트럭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트럭문을 열고 그냥 도로로 굴러떨어지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아마 정철의 누나가 대학로에서 오디션 보는 장면에서는 거의 모든 관객들이 전율을 느껐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연기가 처음이라는 하나 역의 신햇빛과 메주공장 사장딸 역의 박희본까지 모두 제 역할에 충실하고도 남는다. 다만 메주공장 사장의 연기만 조금 어색했는데, 알고보니 그 분은 감독의 친아버지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시종일관 무겁고 답답한 것만은 아니다. 간간히 유머코드도 있고(‘우리 같이 잤잖아’,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공장에서 함께 밥을 나눠먹는 메주공장 노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들도 눈물겹지만 트로트적인 감성이 깔려있다. 난 특히 뭐든 곁에서 도움이 되고싶다는 명훈에게 “그럼 수퍼에 들어가서 저 무우 하나 훔쳐봐”라고 말한 뒤 그렇게 못하겠다는 명훈에게 시범을 보이려 일부러 무우를 훔쳐나와 땅바닥에 패대기 치던 정철의 모습과, 술에 취해 버스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여자친구 진영을 찾아가 행패부리던 장면이 특히 좋았다. 해가 진 저녁, 터미널에 멈춰있는 고속버스 안에서 손님들과 함께 조하문의 ‘이밤을 다시 한 번’을 부르던 진영은 갑자기 버스 안으로 들어온 정철 때문에 당황한다. 그리고 곧 손님들에게 린치를 당하는 정철. 취해서 저항도 제대로 못한다. 그리고 그런 정철을 감싸는 진영. 너무 가난하고 힘들면 사랑하기도 힘들다. 가슴 아픈 장면이지만 따스한 장면이기도 하다.



버스 안에서 주인공이 창밖을 바라보다가 정류장이 다가오자 좌석으로 허리를 낮추어 몸을 숨기던 [무산일기]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툭하면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던 절실한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도 메주공장 사장이 “자네, 닭 잡을 수 있나?”라고 물었을 때 박정범의 “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기시감처럼 튀어나와 나의 뇌리에 박혔다. 이것은 뭐든 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 않으면 당장 밥을 굶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들의 일자리라도 빼앗지 않으면 가족들을 건사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답이 보이지 않는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비참한 이야기 속에서도 희망의 빛은 피어난다. 가출한 누나를 위해 조카 하나와 함께 집앞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장면이 그렇고 한밤중에 철문을 짊어지고 가서 다시 아이에게 현관문을 달아주는 정철의 전기드라이버 소리가 그렇다. 165분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영화였고 불이 켜지고 일어나면서 꼭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영화였다.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강추한다. 놓치지 마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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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주년, 그래서 우리는 제주로 갔다>



아내와 만나기 시작한 날이 5월 23일, 내 생일이 5월 24일, 그리고 결혼기념일이 5월 25일. 우리는 이 정도면 ‘기념일 폭풍주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겠냐는 데 서로 동의했다. 그래서 아내는 작년 12월에 소위 ‘취소가 불가능한’제주도행 평일 항공편 티켓을 싼값에 끊은 것이리라. 일 년 삼백육십오 일 늘 바쁜척하며 사는 내게 아예 쐐기를 박은 것이다. 물론 나도 회사에 미리 사정 얘기를 했다. 평소에 더 열심히 일 할 테니 해마다 5월말 휴가만큼은 좀 보장을 해다오. 그러나 시집 가는 날 등창 난다고 휴가를 하루 앞둔 날이 하필 경쟁PT 준비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었다. 결국 휴가 전날 새벽 한시가 넘어야서 회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 시간이 낮 2시 45분이니 좀 천천히 일어나도 되겠지 생각했지만 막상 일어나 짐 챙기고 밥 먹고 씼고 공항까지 가서 발권하고 검색대 통과하고 하는 시간을 생각하니 도저히 느긋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멀미를 심하게 하는 나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 멀미약까지 챙겨 먹어야 했다.



1일차


오후 늦게 제주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탄 우리는 협재 근처 한림 금능리 ‘추의작은집’이라는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체크인을 했다. 추소명 씨라는 젊은 여주인이 운영하는 이 곳은 안채와 바깥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깥채가 다이닝룸으로 꾸며져 따로 식사나 차를 즐기기 좋았다. 우리가 들어올 때는 주인장이 없어 전화로만 얘기를 했는데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밖에 키가 큰, 머리를 질끈 동여맨 젊은 여자가 얼핏 보이는 것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간 나는 텃밭에서 뭔가 하고 있는 여자분에게 주인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하면서 아래층에도 남자분이 하나 계시던데요, 라고 한다. 그 남자가 바로 접니다, 방금 옥상으로 올라왔어요, 라고 대답하니 그녀가 웃는다. 나는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별 의미 없는 하늘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다시 일층으로 내려갔다.


우리는 짐을 부려놓고 아내의 페이스북 친구인 윤수훈 씨에게 연락을 했다. 윤수훈 씨는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와서 혼자 ‘연미당’이라는 떡볶이집을 하고 있는 솔직담백하고 멋진 여자였다. ‘추의작은집’에서 걸어가면 금방인 연미당에 도착한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마침 수훈 씨 여자 후배 하나 씨도 같이 있길래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수훈 씨가 안내한 곳은 한림읍에 있는 ‘칠돈가’라는 곳이었다. 제주흑돈을 두껍게 썰어 연탄불에 올려 구워주는 집인데 고기 맛이 아주 좋았다. 그들은 제주도에 와서 돈을 더 내고 구태여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귀뜸한다. 제주도에서 파는 돼지고기는 하나같이 품질이 좋기 때문이란다. 손님이 고기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구워주는 시스템이므로 우리가 할 일은 잘 익은 돼지고기를 골라 자신의 접시에 갖다놓고 그때마다 술잔을 들어 입으로 털어넣는 것뿐이었다. 수훈 씨가 뉴질랜드를 마다하고 제주도에 와서 장사를 하게 된 이야기, 서울에 사는 오랜된 남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하나 씨의 이야기, 우리가 5월에 제주여행을 하게 된 이야기 등등 일차에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주고받으며 즐거워 하던 우리는 여세를 몰아 이차로 숙소의 다이닝룸에 와서 와인을 더 마셨다. 수훈 씨가 소주를 못 마시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술이 올랐다. 아내는 이제 그만 들어가 자자고 했고 나머지 술꾼들은 편의점에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결국 아내를 뺀 세 명만 편의점으로 가 싸구려 와인 한 병을 더 사서 플라스틱컵에 따라 마셨고 숙소로 들어간 아내는 ‘남편은 젊은 여자들과 술 마시러 가고 늙은 나는 잔다’라는 글을 남겼다.



2일차


아침에 둘 다 일찍 깼다. 매일 아침 일곱시 경이면 아침밥을 차려먹는 습성 때문이었다. 배가 고프지만 아침식사는 아홉 시부터라고 한다. 둘 다 하기가 져서 어쩔 줄을 모른다. 마루에 나가서 테이블에 쌓여 있던 책 중 [안도현의 발견]을 집어들었다. 안도현 시인이 한겨레에 연재하던 원고지 3.7매의 글들을 모은 책이다. 나도 한겨레를 보던 시절 즐겨 읽던 쪽칼럼이다. 책표지 안쪽에는 ‘추소명 씨에게 드립니다’라는 안도현의 친필싸인이 있었다. 책을 뒤적이다가 눈에 익은 시를 발견했다. 이제하 시인이 고등학교 때 써서 학원문학상 장원으로 뽑힌 '청솔 그늘에 앉아'라는 시다. 워낙 유명한 시였고 우리 집에 있는 [시의 고향]이라는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 작품이라 더 반가웠다. 천재의 작품이다. 도대체 고등학교 때 처음 쓴 시가 교과서에 실리다니, 뭐 이런 기분나쁜 천재가 다 있단 말인가.


아침에 추의작은집에서 차려준 샌드위치와 요구르트, 커피 등으로 허기를 채우고 오전 내내 금능리 해변을 어슬렁거리다 최상식 씨를 만났다. 상식 씨는 제주도에서 캠핑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인데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우리에게 길안내와 캠핑을 도와주기로 했다. 상식 씨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아내의 친구 부부인 윤주 씨와 상완 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본격 투어의 시작이다. 


아내가 제일 먼저 정한 곳은 국제학교 근처에 있는 이태리식당 ‘포르체타’였다. 여기 주방장이자 주인장인 김효중 씨는 서울에서도 요리를 꽤 잘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삼 년 전 제주도로 내려와 이태리식당을 여는 모험을 감행했다고 한다. 제주도 현지 음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이 식당에서 리조또와 피자, 파스타 등을 주문했는데 모두 수준급 이상이었다. 특히 리조또의 맛에 아내는 혀를 내둘렀다. 보통 리조또를 시키면 너무 달거나 반죽이 질척질척하게 나오기 쉬운데 포르체타는 밥알이 고슬고슬하고 양념도 과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맛있었다. 요리를 들고 나온 주인장께 물어보니 드물게 제주에서 생산되는 쌀이 있는데 그걸 쓴다고 했다. 제주에 오면 돼지고기, 갈치, 생선회를 무시할 수가 없는데 그걸 피하고 이태리 음식을 하려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택한 길은 자신의 메뉴를 고집하되 약간 싸게, 그리고 양도 약간 많이 내는 것이었다. 음식을 다 내고도 주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식탁 옆 벽난로에 한쪽 팔을 올리고 계속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는 김효중 씨를 보니 사람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요리 좋아하는 그의 인품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아무튼 제주에 와서 뻔한 음식 대신 고급한 식사를 한 끼니 하고 싶다면 주저 않고 추천할 만한 식당이다.


점심을 먹고 영아리오름에 올랐다. 오를 땐 약간 숨이 찼지만 올라가 보니 바람이 엄청 시원하게 불었고 전망도 기가 막혔다. 와인 한 병을 들고 가 바람을 맞으며 마시면 정말 천국일 듯했다. 이타미 준 건축가의 바람미술관, 물미술관, 돌미술관, 두손미술관 등이 있는 ‘비오토피아’도 방문했다. 이 곳은 연예인이나 성공한 사업가들이 별장처럼 쓰는 회원제 타운하우스라 입장부터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비오토피아 레스토랑을 예약한 후 여기서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구경을 해야했다. 현대예술은 뭐든 컨셉이 중요하다. 이곳 역시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 건축물을 자연과 결합시킨 머리 좋은 건축물들이 그 가치를 드높이는 것 같았다. 근처에 있는 방주교회도 가서 잠깐 구경한 후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있는 ‘수모루국수’에 갔는데 여기가 완전 대박이다. 좁은 가게에서 직접 뽑아 내는 국수도 흘륭하지만 수육은 정말 최고였다. 자신있게 강추한다. 서귀포 올래시장에서 회를 조금 사고 이마트에서 와인을 산 후 하도리 해변으로 이동 후 해변에서 캠핑을 했다.



3일차


아침에 일어났더니 온몸이 쑤신다. 좀은 텐트 안에서 낡은 슬리핑백을 깔고 덮고 자서 그렇기도 하지만 바닥이 좀 고르지 못해 더 잠을 설쳤던 것 같다. 상식 씨가 준비해준 커피와 빵을 먹으며 해변의 정취를 천천히 즐긴 우리는 아침 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그러나 너무 형편없는(?) 식당이라 언급하지 않겠다. 식재료 좋기로 이름난 제주에서 아침부터 고춧가루 듬뿍 들어간 조림을 먹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동안 여러 고객에게서 괜찮은 평가를 받은 식당이었겠지만 아침 메뉴를 옥돔조림(분명 중국산 냉동옥돔였을 것이다)으로 선택한 것은 분명 우리의 실수였다.


식사 후 재작년도 갔던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에 다시 갔다. 마침 그날이 김영갑 선생이 돌아가신 지 10주년 되는 날이었다. 김영갑은 제주의 산천에 반한 후 오직 제주의 오름 사진을 찍기 위해 부모형제도 애인도 모두 버리고 제주로 이주한 기인이다. 그리고 필름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을 모으는 일 말고는 아무 것에도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사진을 찍는 일에만 구도자처럼 매달린 예술인이었다. 루게릭병에 걸려 죽기 전까지 이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평범한 사람이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고독해져야하는지 알려주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주는 결혼 기념일 선물로 김영갑 선생의 작품이 담긴 액자를 하나 샀다. 물결치는 억새밭을 찍은 사진이다. 3만 원밖에 안 하는 저렴한 사진액자다. 그러나 앞으로도 결혼기념일 선물은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뜻깊은 것을 주는 것을 구입하기로 했다.


아침이 좀 무거웠던지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점심은 ‘자연속으로’라는 카페 겸 식당으로 가서 토마토 비빔국수와 콩국수를 먹었다. 이 집 역시 구태여 찾아가서 먹을 만한 집은 아니었다. 적당히 코스가 그 지역이고 거르기 애매한 점심식사를 해야 한다면 가보길 바란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용눈이오름, 숲길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햇빛에 비친 나뭇잎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비자림을 거쳐 숙소인 구좌읍 ‘성산가는길’에 갔다. 2년 만에 찾은 성산가는길은 여전히 깨끗하고 정원은 더 아름다워졌다.


저녁은 숙소에서 가까운 세화리의 ‘천하일미’라는 고기집에서 먹었다. 돼지고기 모듬에 오리고기, 전복까지 포함된 세트 메뉴로 고기가 대단히 좋은 집은 아니었으나 그런대로 평균점은 줄 수 있다. 저녁을 마치고 성식 씨와 헤어진 뒤 숙소로 가서 어제 남은 와인과 소주 한 병을 마시며 늘어지게 수다를 끓여부었다. 우리도 닭살 부부지만 윤주 상완 부부도 장난이 아니다.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된 커플이지만 여전히 이 사람들은 틈만 나면 ‘물고빨고’를 멈추지 않는다.



4일차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 보니 온세상에 촉촉하게 비가 오고 있었다. 숙소 사장님께서 준비해 주신 반찬과 아내가 타이머를 맞춰놨던 전기밥솥이 지은 새 밥으로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순한 쌀밥과 배추된장국에 우리를 금방 행복해졌다. 옆방의 부부는 아침도 안 먹고 더 자겠다고 했다고 한다. 아마 ‘아침 물빨’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가 오는 숙소의 정원은 아름다웠다. 사모님이 월정리까지 태워주시겠다고 해서 염치불구하고 두 부부가 그 차를 타고 바닷가를 달렸다. 자고 일어나면 땅값이 오르고 있다는 제주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곳 중 하나가 월정리라고 했다. 우리는 이 년 사이 몰라보게 번화한 월정리 해변을 조금 구경하고 이 동네 기인께서 운영한다는 ‘빌레못카페’에서 차도 한 잔 마셨다. 주인은 서울로 놀러 갔다는데도 3층에 있는 카페 문은 열려 있었고 사모님이 전화를 해보니 그냥 올라와서 차 마시고 놀다 가도 된다고 허락을 했다고 한다. 주인이 수작업으로 제작했다는 음악 CD까지 얻은 뒤 시간이 남은 친구 부부는 그 주변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고 우리는 사모님과 작별한 뒤 시외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 오는 길엔 제주시내 제일교사거리에서 내려 사거리에 있는 ‘맛짱김밥집’에 들어가 급한대로 김밥을 먹었다. 간판에 ‘1200원 김밥의 위용’이라고 써있었던가. 김밥이 무척 맛있었다. 배가 고파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김밥집인데 의외로 김밥 맛이 아주 좋았다. 내용물보다 밥의 간이 아주 잘 맞아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김밥이 한줄에 1200원. 택시기사분 말씀이 ‘찾아와서 먹는 집’이란다. 운이 좋았다.



결론


5월에 두 사람만의 ‘애니버서리 주간’ 휴가를 내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중요한 일은 중요하게 여기고,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 그것을 추구하는 것.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내년엔 일본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다만 이번 여행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는 얺을 것 같다. 우리 둘은 평상시도 그렇지만 여행지에서는 특히 더 게으른 커플이니까.




(* 이 글은 아내 윤혜자가 공항에서 핸드폰으로 틈틈히 메모한 것을 받아 남편 편성준이 정리한 글입니다. 아래에 저희들이 다녔던 맛집과 숙소 중 추천할 만한 곳을 몇 군데 적어놓았으니 참고하시길)

_추천 맛집 : 월드컵공원 근처 수모루국수 / 한림 칠돈가 / 이태리식당 ‘포르체타’
_추천 명소 ;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 영아리오름 / 비오토피아
_추천숙소 : 성산가는길(제주시 구좌읍 상도리657 010-5549-9908) / 추의작은집(010-8878-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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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마종기 



목판을 사서 페인트 칠을 하고 벽돌 장씩을 포개어 책장을 꾸몄다. 윗장에는 시집, 중간장에는 전공, 아랫장에는 저널이니 화집을 꽂았다. 책을 뽑을 때마다 책장은 아직 나처럼 흔들거린다. 그러나 책장은 모든 사람의 과거처럼 집안을 채우고 빛낸다.


어느 혼자 놀던 아이가 책장을 밀어 쓰러뜨렸다. 책장은 희망 없이 방에 흩어지고 전쟁의 뒤끝같이 무질서했지만 그것은 이상 흔들리지 않는 가장 안전한 자세인 것을 알았다. 그러나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


나는 벽돌을 쌓고 책을 꽂아 다시 책장을 만들었다. 아이는 이후에도 쓰러뜨리겠지. 나는 그때마다 번이고 정성껏 쌓을 것이다. 마침내 아이가 흔들리는 아빠를 때까지, 흔들리는 세상을 때까지.





쉽게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오늘 아침에 신문에 실린 마종기 선생의 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좋은 글은 누구나 볼 수 있는 현상을 마치 신기한 것 보듯 하는 눈에서 시작하는구나. 

그리고 거기서 끝나는구나. 좋은 문장이나 멋진 수식은 죄다 개뿔이었구나.

다른 시선 하나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구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24205929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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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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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Week와 Interbrand가 선정한 세계 100대 슬로건입니다.

정말 불세출의 슬로건들이군요. 막연할 때 들여다보면 도움이 될듯 합니다. 

 

 

 

The Advertising Slogans of the Business Week / Interbrand Top 100 Global Brands

 

 

1.COCA-COLA     Life tastes good.

 

2.MICROSOFT     Where do you want to go today?

 

3.IBM     And that's when it hits you. You're ready for IBM.

 

4.GE     We bring good things to life.

 

5.NOKIA     Connecting people.

 

6.INTEL     The centre of your digital world.

 

7.DISNEY     Come and live the magic.

 

8.FORD     Better ideas. Driven by you.

 

9.McDONALD'S      Did somebody say McDonalds?

                    Now... ''We love to see you smile'

 

10.AT&T     Boundless

 

11.MARLBORO     Marlboro Country.

 

12.MERCEDES     Follow whoever you are.

 

13.CITIBANK     Where money lives.

 

14.TOYOTA     The car in front is a Toyota.

 

15.HEWLETT-PACKARD     Invent.

 

16.CISCO SYSTEMS     Empowering the Internet generation.

 

17.AMERICAN EXPRESS     Don't leave home without it.

 

18.GILLETTE     Innovation is Gillette.

 

19.MERRILL LYNCH     Ask Merrill

 

20.SONY     Change the way you see the world.

 

21.HONDA     Independent thinking. (also: 'Simplify.')

 

22.BMW     The ultimate driving machine.

 

23.NESCAFE     Awaken your senses.

 

24.COMPAQ     Inspiration technology.

 

25.ORACLE     Oracle software powers the internet.

 

26.BUDWEISER     True. (Also 'This Bud's for you.')

 

27.KODAK     Share moments. Share life.

 

28.MERCK     It's your future. Be there.

 

29.NINTENDO     Feel everything.

 

30.PFIZER     Life is our life's work.

 

31.GAP     Gap Denim. Wear it now.

 

32.DELL     Connecting to your needs.

 

33.GOLDMAN SACHS     Minds. Wide open.

 

34.NIKE     Just do it.

 

35.VOLKSWAGEN     Drivers wanted.

 

36.ERICSSON      Make yourself heard.

 

37.HEINZ     Mine's gotta have Heinz.

 

38.LOUIS VUITTON     The spirit of travel.

 

39.KELLOGG'S     Have you woken up to Kellogg's corn flakes?

 

40.MTV     We're watching.

 

41.CANON     Imaging across networks.

 

42.SAMSUNG     Everyone's invited.

 

43.SAP     The best-run e-businesses run SAP.

 

44.PEPSI     The joy of Pepsi.

 

45.XEROX     The digital doc-ument company.

 

46.IKEA     Make a fresh start.

 

47.PIZZA HUT     Great pizzas. Great times.

 

48.HARLEY-DAVIDSON     The legend rolls on.

 

49.APPLE     Think different.

 

50.GUCCI     The hand of Gucci.

 

51.KFC     No on-e does chicken like KFC.

 

52.REUTERS     For people in the know.

 

53.SUN MICROSYSTEMS     Take it to the nth.

 

54.KLEENEX     Thank goodness for Kleenex.

 

55.PHILIPS     Let's make things better.

 

56.COLGATE      The world leader in oral care.

 

57.WRIGLEY'S     For a cleaner whiter smile.

 

58.AOL     So easy to use, no wonder we're the world's No.1.

 

59.YAHOO!     Do you Yahoo?

 

60.AVON     Let's talk.

 

61.CHANEL     Share the fantasy.

 

62.DURACELL      The most powerful alkaline battery in the world.

 

63.BOEING     nulle destination. A world of solutions.

 

64.TEXAS INSTRUMENTS     The world leader in DSP and analog.

 

65.KRAFT     You know you want it.

 

66.MOTOROLA     Intelligence everywhere.

 

67.LEVI'S     Originality - Integrity - Innovation.

 

68.TIME     Both sides of the story explored weekly.

 

69.ROLEX     Perpetual spirit.

 

70.ADIDAS     Long live sport.

 

71.HERTZ     Suddenly, you're free again.

 

72.PANASONIC     Just slightly ahead of our time.

 

73.TIFFANY     America's house of design since 1837.

 

74.BP     Beyond petroleum.

 

75.BACARDI     Latin spirit in every on-e.

 

76.AMAZON.COM     A real company in a virtual world.

 

77.SHELL     Moving at the speed of life.

 

78.SMIRNOFF     There's vodka and then there's Smirnoff.

 

79.MOET & CHANDON     L'esprit Mo? & Chandon.

 

80.BURGER KING     It's all about the burgers.

 

81.MOBIL     Exceed. Why compromise.

 

82.HEINEKEN     It's all about the beer.

 

83.THE WALL STREET JOURNAL     Adventures in capitalism.

 

84.BARBIE     Gotta B ...

 

85.POLO/RALPH LAUREN     Active headquarters.

 

86.FEDEX     This is a job for FedEx.

 

87.NIVEA     It helps protect your skin.

 

88.STARBUCKS     Your home from home.

 

89.JOHNNIE WALKER     Keep walking.

 

90.JACK DANIELS     Some things never change.

                     Jack Daniel's is on-e of them.

 

91.ARMANI     Designs for the face.

 

92.PAMPERS     We're right behind you. Every step of the way.

 

93.ABSOLUT     Absolut revealed.

 

94.GUINNESS     Good things come to those who wait.

 

95.FINANCIAL TIMES     No FT, no comment.

 

96.HILTON     It happens at the Hilton.

 

97.CARLSBERG     Probably the best beer in the world.

 

98.SIEMENS     Be inspired.

 

99.SWATCH     Time is what you make of it.

 

100.BENETTON     United colors of Bene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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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함께 여행을 갔던 친구가 남해에서 말했다. 
"저는 할리 데이비슨을 모는 게 꿈이에요."

내가 말했다. 
"빨리 사세요. 오십견 오면 핸들에 팔도 안 올라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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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회사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회사 이사를 앞두고 놀리기만 하던 마당에서 고기라도 구워먹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 김에 카피라이터와 PD들이 급히 고기를 사러 가고 숯을 대령하고 했던 것이다. 고기가 구워지기 직전 잠깐 어지러웠던 나는 우연히 내 책꽂이에서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를 꺼내 펼쳐들었다. 정말 아무데나 펼쳤는데 거짓말처럼 시 제목이 '애인은 고기를 사고'였다. 뭐 이런.





애인은 고기를 사고 



이민하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나풀나풀 스웨터를 벗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상추를 사고 깻잎을 사고 나는 원피스를 벗고 코르셋을 벗고 피어오르는 솜털들을 벗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닦고 있던 거울에 매달려 낮잠을 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검은 페인트로 정원수를 칠하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심이 까만 연필을 밤새 깎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흑연 가루에 목이 메어 눈에서 구름을 뚝뚝 흘린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배꼽을 어루만지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붉은 신호등을 어깨에 매달고 달려간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산부인과에 다녀오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손목의 피를 풀어 욕조에 잠긴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구급차에 실려 가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의사를 사랑하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자궁을 꿰매고 애인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고기를 사고 나는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구두를 닦고 애인은 스무 해째 고기를 사고 나는 애인이 있는 정육점을 지나 스무 해째 엘리베이터를 타고 훨훨훨 공중으로 하관되고 애인은 정육점에 배달된 나의 엘리베이터를 끄르고




장정일이 새파란 시인이던 시절에 쓴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 버전 업되어 나타난 것처럼 경쾌하고 개성 넘치는 시였다. 그러나 난 시를 잘 모른다. 그녀는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고양이는 골목의 사생활입니다. 그리고 시는 세계의 사생활입니다. 길 위에는 산책하는 시, 굶주린 시, 낮잠을 즐기는 시, 병에 걸린 시도 있고, 집 안에는 사람들이 떠받드는 시, 갇혀 버린 시도 있습니다. 그러다 사람들 모르게 탈출하는 시, 사람들 모르게 죽어가는 시들이 있습니다. 거리에는 시가 넘치지만 세계의 화합이나 질서나 품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는 세계의 사생활을 지켜줍니다. 그것이 시가 공동체에 가담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이민하의 이 시를 읽고 평론가 신형철은 "그녀의 시는 관습적인 서정시를 면도칼(환상)로 자해하며 흘리는 붉은 피다"라고 썼다. 참 대단한 시에 대단한 평론이다. 




Posted by 망망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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