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오전에 일찍 아침밥을 차려먹고 小幸星 마당에서 독서 중인 윤혜자 여사. 지금 읽고 계신 책은 김금희의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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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05 휴일 오전의 여유
- 2017.04.30 레이먼드 카버
- 2017.04.29 배고프면 싸울 수 없다 - 니신의 컵라면, 사회적 스트레스를 포착하다
- 2017.04.25 옛날 수첩을 찾았다 - 어느 광고인의 알리바이
- 2017.04.24 낮에 아리랑시네센터에서 혼자 -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보러 간 날의 이상한 영화일기 2
- 2017.04.20 작년의 영화들
- 2017.04.08 하루키의 소설에서 다시 만난 [달과 6펜스]
- 2017.04.05 잊지말자 0416
- 2017.04.04 죽고싶어 환장하지 않았다면 - 콘돔 광고
- 2017.04.01 고양이 양오
오늘의 반성. 레이먼드 카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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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FZFvg9htS2Q
일본 니신(Nissin)의 Cup Noodle은 광고를 잘 만든다. 이미 깐느광고제에서도 그랑프리를 여러 번 탔다. 고작 컵라면 광고인데 뭘 그렇게 잘 만들까. 어떻게 만들었길래 상을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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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이사를 하게 되면서 개인 짐을 싸다가 예전에 쓰던 몰스킨 수첩을 찾았다. 내 이름이 인쇄된 수첩을 가지고 있었다니. 불과 몇 년 전 일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수첩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찾은 글귀나 명언, 자료 등이 여기저기 깨알 같이 손글씨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나도 그때는 뭔가 되게 열심이었구나. 내 수첩을 보고 반성을 하게 되다니. 수첩을 버릴 수가 없었다. 이 몰스킨은 당분간 나의 '알리바이'를 위해 보관하자 마음 먹었다.
그리고 새 노트를 하나 사야겠다,라고 마음먹었더니 여기저기서 한 번도 안 쓴 새 노트들이 쏟아져 나왔다. 쓴웃음이 나왔다. 중요한 건 노트가 아니라 마음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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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오늘 낮, 뒤늦게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보러 갔다. 극장은 아리랑시네센터. 2000년대 초반 정릉에서 혼자 살 때 갔던 것 말고는 십수 년만에 가보는 극장이다. 구민회관입구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형!" 하고 부르길래 쳐다보니 같은 동네 사는 배우 박호산이다. 작품 연습하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요즘 좀 뜸했는데 밖에서 우연히 마주치니 반가웠다.
버스를 탔더니 어떤 아저씨가 옆에 앉자마자 내 넓적다리를 꽉 잡는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손짓을 이상하게 하고 소리고 자꾸 지르는 폼이 뭔가 몸이 불편한 분 같았다. 이런 분은 혼자 버스에 타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앉아 있다가 아리랑시네센터 정류장이 가까워져 내리려고 좀 비켜달라고 했더니 얼른 다리를 접어준다. 알고보니 선량한 사람이었다.
극장에서 표를 사고 나와 먹을 걸 파는 집을 찾아 헤매다가 웬 화덕피자집에서 칠천 원짜리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끔찍했다. 스파게티를 내주고 남자 직원들끼리 점심을 먹고 있길래 혹시 피클은 안 주냐고 물었더니 냉장고에서 포장 피클을 하나 꺼내 주며 '200원인데 그냥 주겠다'고 한다. 돈 드릴게요, 라고 했더니 괜찮단다. 한숨이 나왔다.
극장에 올라가 표를 내보이는데 키가 작고 안경을 쓰고 목소리가 높은 남자 직원이 나를 쳐다보고 웃으며 "어떻게 저 있을 때만 오시나 봐요?!" 라고 인사를 한다. 저 여기 처음 오는데요, 라고 말이 헛나왔는데도 그 남자는 여전히 친한 사람 대하듯 싱글벙글이다.
극장에 들어가니 내 자리 뒤에 앉은 어떤 아저씨가 양말을 벗고 내 왼쪽 팔걸이에 발을 올려놓고 있었다. 발을 내려달라고 정중하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두 줄 앞 좌석엔 할머니 두 분이 앉아 박근혜에 대해 큰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홍상수 영화를 보기엔 지나치게 고령이신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뒤에 있던 그 남자 직원이 날 보고 또 인사를 했다. 영화를 같이 본 모양이었다. 엇 뜨거라 하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완전히 밖으로 나가려다가 아냐, 간단하게 영화 리뷰나 써야지 하고 극장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계단을 올라갔더니 그 남자 직원이 "뭐 두고 가셨어요?" 라고 반갑게 묻길래 그대로 다시 내려왔다. 이상한 날이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영화 리뷰는 다음에 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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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작년에 극장에서 봤던 영화들의 제목을 인터넷으로 대충 찾아 봤다(아, <헤이트풀8>은 IP TV로 봤구나).
아가씨
곡성
부산행
밀정
내부자들
마스터
최악의 하루
더 킹
럭키
에브리바디 원츠 썸!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본 투 비 블루
바닷마을 다이어리
헤이트풀 8
캐롤
데드풀
빅쇼트
우리들
동주
4등
당신자신과 당신의것
태풍이 지나가고
카페 소사이어티
너의 이름은
녹터널 애니멀스
라라랜드
그리고 보고깊었는데 못 본 영화들.
더스트
신비한 동물사전
닥터 스트레인지
나, 다니엘 블레이크
비치 온 더 비치
로스트 인 더스트
좋았던 영화는 아가씨, 곡성, 내부자들, 마스터, 최악의 하루, 캐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바닷마을 다이어리, 동주, 태풍이 지나가고, 헤이트풀8, 라라랜드
제일 좋았던 영화는 내부자들. 하나 더 하자면 캐롤.
싫었던 영화는 너의 이름은, 녹터널 애니멀스, 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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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폴 고갱도 주식 중개인이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어느 날 부인과 아이들을 남겨둔 채 혼자서 타히티로 떠나 버렸다. 어쩌면...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설사 고갱이라고 하더라도, 지갑을 두고 떠나지는 않았을 테고, 만약 그 시절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가 있었다면, 그것도 잊지 않고 가져갔을 것이다. 어쨌든 타히티까지 가야 하니까.
작가는 판단하기보다 알고자 하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 사람 정말 천재일세. 확실해. 지금부터 백 년 후에 말일세. 사람들이 자네나 나를 조금이라도 기억해 준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찰스 스트릭랜드와 알고 지낸 덕분일걸세."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책들, 책들이 출판될 때 저자들이 갖는 밝은 희망,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을 생각하다 보면 그것이야말로 유익한 수양이 된다. 어떤 책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봐야 한철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다가 책을 산 독자에게 그저 몇 시간의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또는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애를 썼으며, 얼마나 쓰라린 체험을 하였고,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서평을 통해 판단해 보건데, 이들 책 가운데는 심혈을 기울여 쓴 좋은 책들이 많다. 구상에 고심한 책도 많다. 심지어는 평생의 노고를 바친 책들도 있다. 내가 여기에서 얻는 가르침은 작가란 글쓰는 즐거움과 생각의 짐을 벗어버리는 데서 보람을 찾아야 할 뿐, 다른 것에는 무관심하여야 하며, 칭찬이나 비난, 성공이나 실패에는 아랑곳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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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지워져서, 또 잃어버려서 팔찌 없이 지내다가 세월호가 인양되는 뉴스를 보고서야 반성하는 마음으로 다시 주문했던 팔찌. 아내와 나눠 끼려고 네 개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웃는 모습으로 도착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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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 중에 '간이 부었냐'는 표현이 있죠. 겁을 상실했냐는 놀림성 질문입니다.
여기 그런 표현과 딱 맞는 광고가 있습니다. 콘돔 광고입니다. 원자력 사고 현장에서 보호 장구 없이 일을 한다거나 시가전에서 혼자 빨개벗고 있다거나, 유조선 화재사고에서 방화복 없이 일을 하는 것이나 모두 정신 나간 짓이겠죠. 콘돔 없이 섹스 하는 게 이런 것과 똑같은 행위라는 얘기를 직설화법으로 풀어놨습니다. 그리고 패키지엔 '너 자신을 보호하라(D'ONT BE STUPID : Protect yourself)는 경고가 크게 쓰여 있구요. 외국의 콘돔 광고들은 재미있는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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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틀 전부터 양오가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우울한 목소리를 “여보, 양오가 안 보여.” 하며 걱정을 했다. 아침마다 마당으로 나가면 늘 우리를 쳐다보던 놈이 안 보이니까 그렇게 섭섭할 수가 없었다. 산꼭대기에 있는 작은 집에 사는 두 사람에겐 길고양이 한 마리의 존재가 생각보다 컸던 것이다.
그런데 만우절인 오늘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거짓말처럼 양오가 돌아와 있었다. 없어진지 사흘 만이었다. 다행이다. 어딜 갔다 이제 온 거야. 물어도 대답이 없다. 그저 어서 밥을 달라고 우리를 노려볼 뿐이다. 아, 이런 놈에게 계속 밥을 줘야하는 건가. 생각해 보면 우리도 참 불쌍하다. 그래도 잘 돌와왔어. 웰컴백이다, 양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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