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주년, 그래서 우리는 제주로 갔다>



아내와 만나기 시작한 날이 5월 23일, 내 생일이 5월 24일, 그리고 결혼기념일이 5월 25일. 우리는 이 정도면 ‘기념일 폭풍주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겠냐는 데 서로 동의했다. 그래서 아내는 작년 12월에 소위 ‘취소가 불가능한’제주도행 평일 항공편 티켓을 싼값에 끊은 것이리라. 일 년 삼백육십오 일 늘 바쁜척하며 사는 내게 아예 쐐기를 박은 것이다. 물론 나도 회사에 미리 사정 얘기를 했다. 평소에 더 열심히 일 할 테니 해마다 5월말 휴가만큼은 좀 보장을 해다오. 그러나 시집 가는 날 등창 난다고 휴가를 하루 앞둔 날이 하필 경쟁PT 준비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었다. 결국 휴가 전날 새벽 한시가 넘어야서 회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 시간이 낮 2시 45분이니 좀 천천히 일어나도 되겠지 생각했지만 막상 일어나 짐 챙기고 밥 먹고 씼고 공항까지 가서 발권하고 검색대 통과하고 하는 시간을 생각하니 도저히 느긋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멀미를 심하게 하는 나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 멀미약까지 챙겨 먹어야 했다.



1일차


오후 늦게 제주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탄 우리는 협재 근처 한림 금능리 ‘추의작은집’이라는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체크인을 했다. 추소명 씨라는 젊은 여주인이 운영하는 이 곳은 안채와 바깥채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깥채가 다이닝룸으로 꾸며져 따로 식사나 차를 즐기기 좋았다. 우리가 들어올 때는 주인장이 없어 전화로만 얘기를 했는데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밖에 키가 큰, 머리를 질끈 동여맨 젊은 여자가 얼핏 보이는 것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간 나는 텃밭에서 뭔가 하고 있는 여자분에게 주인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다고 하면서 아래층에도 남자분이 하나 계시던데요, 라고 한다. 그 남자가 바로 접니다, 방금 옥상으로 올라왔어요, 라고 대답하니 그녀가 웃는다. 나는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별 의미 없는 하늘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다시 일층으로 내려갔다.


우리는 짐을 부려놓고 아내의 페이스북 친구인 윤수훈 씨에게 연락을 했다. 윤수훈 씨는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와서 혼자 ‘연미당’이라는 떡볶이집을 하고 있는 솔직담백하고 멋진 여자였다. ‘추의작은집’에서 걸어가면 금방인 연미당에 도착한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마침 수훈 씨 여자 후배 하나 씨도 같이 있길래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수훈 씨가 안내한 곳은 한림읍에 있는 ‘칠돈가’라는 곳이었다. 제주흑돈을 두껍게 썰어 연탄불에 올려 구워주는 집인데 고기 맛이 아주 좋았다. 그들은 제주도에 와서 돈을 더 내고 구태여 프리미엄 돼지고기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귀뜸한다. 제주도에서 파는 돼지고기는 하나같이 품질이 좋기 때문이란다. 손님이 고기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구워주는 시스템이므로 우리가 할 일은 잘 익은 돼지고기를 골라 자신의 접시에 갖다놓고 그때마다 술잔을 들어 입으로 털어넣는 것뿐이었다. 수훈 씨가 뉴질랜드를 마다하고 제주도에 와서 장사를 하게 된 이야기, 서울에 사는 오랜된 남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하나 씨의 이야기, 우리가 5월에 제주여행을 하게 된 이야기 등등 일차에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주고받으며 즐거워 하던 우리는 여세를 몰아 이차로 숙소의 다이닝룸에 와서 와인을 더 마셨다. 수훈 씨가 소주를 못 마시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술이 올랐다. 아내는 이제 그만 들어가 자자고 했고 나머지 술꾼들은 편의점에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했다. 결국 아내를 뺀 세 명만 편의점으로 가 싸구려 와인 한 병을 더 사서 플라스틱컵에 따라 마셨고 숙소로 들어간 아내는 ‘남편은 젊은 여자들과 술 마시러 가고 늙은 나는 잔다’라는 글을 남겼다.



2일차


아침에 둘 다 일찍 깼다. 매일 아침 일곱시 경이면 아침밥을 차려먹는 습성 때문이었다. 배가 고프지만 아침식사는 아홉 시부터라고 한다. 둘 다 하기가 져서 어쩔 줄을 모른다. 마루에 나가서 테이블에 쌓여 있던 책 중 [안도현의 발견]을 집어들었다. 안도현 시인이 한겨레에 연재하던 원고지 3.7매의 글들을 모은 책이다. 나도 한겨레를 보던 시절 즐겨 읽던 쪽칼럼이다. 책표지 안쪽에는 ‘추소명 씨에게 드립니다’라는 안도현의 친필싸인이 있었다. 책을 뒤적이다가 눈에 익은 시를 발견했다. 이제하 시인이 고등학교 때 써서 학원문학상 장원으로 뽑힌 '청솔 그늘에 앉아'라는 시다. 워낙 유명한 시였고 우리 집에 있는 [시의 고향]이라는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 작품이라 더 반가웠다. 천재의 작품이다. 도대체 고등학교 때 처음 쓴 시가 교과서에 실리다니, 뭐 이런 기분나쁜 천재가 다 있단 말인가.


아침에 추의작은집에서 차려준 샌드위치와 요구르트, 커피 등으로 허기를 채우고 오전 내내 금능리 해변을 어슬렁거리다 최상식 씨를 만났다. 상식 씨는 제주도에서 캠핑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인데 이번 제주 여행에서도 우리에게 길안내와 캠핑을 도와주기로 했다. 상식 씨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아내의 친구 부부인 윤주 씨와 상완 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본격 투어의 시작이다. 


아내가 제일 먼저 정한 곳은 국제학교 근처에 있는 이태리식당 ‘포르체타’였다. 여기 주방장이자 주인장인 김효중 씨는 서울에서도 요리를 꽤 잘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삼 년 전 제주도로 내려와 이태리식당을 여는 모험을 감행했다고 한다. 제주도 현지 음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이 식당에서 리조또와 피자, 파스타 등을 주문했는데 모두 수준급 이상이었다. 특히 리조또의 맛에 아내는 혀를 내둘렀다. 보통 리조또를 시키면 너무 달거나 반죽이 질척질척하게 나오기 쉬운데 포르체타는 밥알이 고슬고슬하고 양념도 과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맛있었다. 요리를 들고 나온 주인장께 물어보니 드물게 제주에서 생산되는 쌀이 있는데 그걸 쓴다고 했다. 제주에 오면 돼지고기, 갈치, 생선회를 무시할 수가 없는데 그걸 피하고 이태리 음식을 하려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택한 길은 자신의 메뉴를 고집하되 약간 싸게, 그리고 양도 약간 많이 내는 것이었다. 음식을 다 내고도 주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식탁 옆 벽난로에 한쪽 팔을 올리고 계속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는 김효중 씨를 보니 사람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고 요리 좋아하는 그의 인품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아무튼 제주에 와서 뻔한 음식 대신 고급한 식사를 한 끼니 하고 싶다면 주저 않고 추천할 만한 식당이다.


점심을 먹고 영아리오름에 올랐다. 오를 땐 약간 숨이 찼지만 올라가 보니 바람이 엄청 시원하게 불었고 전망도 기가 막혔다. 와인 한 병을 들고 가 바람을 맞으며 마시면 정말 천국일 듯했다. 이타미 준 건축가의 바람미술관, 물미술관, 돌미술관, 두손미술관 등이 있는 ‘비오토피아’도 방문했다. 이 곳은 연예인이나 성공한 사업가들이 별장처럼 쓰는 회원제 타운하우스라 입장부터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비오토피아 레스토랑을 예약한 후 여기서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구경을 해야했다. 현대예술은 뭐든 컨셉이 중요하다. 이곳 역시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물론 건축물을 자연과 결합시킨 머리 좋은 건축물들이 그 가치를 드높이는 것 같았다. 근처에 있는 방주교회도 가서 잠깐 구경한 후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있는 ‘수모루국수’에 갔는데 여기가 완전 대박이다. 좁은 가게에서 직접 뽑아 내는 국수도 흘륭하지만 수육은 정말 최고였다. 자신있게 강추한다. 서귀포 올래시장에서 회를 조금 사고 이마트에서 와인을 산 후 하도리 해변으로 이동 후 해변에서 캠핑을 했다.



3일차


아침에 일어났더니 온몸이 쑤신다. 좀은 텐트 안에서 낡은 슬리핑백을 깔고 덮고 자서 그렇기도 하지만 바닥이 좀 고르지 못해 더 잠을 설쳤던 것 같다. 상식 씨가 준비해준 커피와 빵을 먹으며 해변의 정취를 천천히 즐긴 우리는 아침 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그러나 너무 형편없는(?) 식당이라 언급하지 않겠다. 식재료 좋기로 이름난 제주에서 아침부터 고춧가루 듬뿍 들어간 조림을 먹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동안 여러 고객에게서 괜찮은 평가를 받은 식당이었겠지만 아침 메뉴를 옥돔조림(분명 중국산 냉동옥돔였을 것이다)으로 선택한 것은 분명 우리의 실수였다.


식사 후 재작년도 갔던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에 다시 갔다. 마침 그날이 김영갑 선생이 돌아가신 지 10주년 되는 날이었다. 김영갑은 제주의 산천에 반한 후 오직 제주의 오름 사진을 찍기 위해 부모형제도 애인도 모두 버리고 제주로 이주한 기인이다. 그리고 필름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을 모으는 일 말고는 아무 것에도 눈을 돌리지 않고 오직 사진을 찍는 일에만 구도자처럼 매달린 예술인이었다. 루게릭병에 걸려 죽기 전까지 이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평범한 사람이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자신에게 엄격해지고 고독해져야하는지 알려주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주는 결혼 기념일 선물로 김영갑 선생의 작품이 담긴 액자를 하나 샀다. 물결치는 억새밭을 찍은 사진이다. 3만 원밖에 안 하는 저렴한 사진액자다. 그러나 앞으로도 결혼기념일 선물은 이런 식으로 서로에게 뜻깊은 것을 주는 것을 구입하기로 했다.


아침이 좀 무거웠던지 아무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점심은 ‘자연속으로’라는 카페 겸 식당으로 가서 토마토 비빔국수와 콩국수를 먹었다. 이 집 역시 구태여 찾아가서 먹을 만한 집은 아니었다. 적당히 코스가 그 지역이고 거르기 애매한 점심식사를 해야 한다면 가보길 바란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용눈이오름, 숲길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햇빛에 비친 나뭇잎들이 너무나 아름다운 비자림을 거쳐 숙소인 구좌읍 ‘성산가는길’에 갔다. 2년 만에 찾은 성산가는길은 여전히 깨끗하고 정원은 더 아름다워졌다.


저녁은 숙소에서 가까운 세화리의 ‘천하일미’라는 고기집에서 먹었다. 돼지고기 모듬에 오리고기, 전복까지 포함된 세트 메뉴로 고기가 대단히 좋은 집은 아니었으나 그런대로 평균점은 줄 수 있다. 저녁을 마치고 성식 씨와 헤어진 뒤 숙소로 가서 어제 남은 와인과 소주 한 병을 마시며 늘어지게 수다를 끓여부었다. 우리도 닭살 부부지만 윤주 상완 부부도 장난이 아니다.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된 커플이지만 여전히 이 사람들은 틈만 나면 ‘물고빨고’를 멈추지 않는다.



4일차


한껏 게으름을 피우며 늘어지게 자다가 일어나 보니 온세상에 촉촉하게 비가 오고 있었다. 숙소 사장님께서 준비해 주신 반찬과 아내가 타이머를 맞춰놨던 전기밥솥이 지은 새 밥으로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순한 쌀밥과 배추된장국에 우리를 금방 행복해졌다. 옆방의 부부는 아침도 안 먹고 더 자겠다고 했다고 한다. 아마 ‘아침 물빨’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가 오는 숙소의 정원은 아름다웠다. 사모님이 월정리까지 태워주시겠다고 해서 염치불구하고 두 부부가 그 차를 타고 바닷가를 달렸다. 자고 일어나면 땅값이 오르고 있다는 제주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곳 중 하나가 월정리라고 했다. 우리는 이 년 사이 몰라보게 번화한 월정리 해변을 조금 구경하고 이 동네 기인께서 운영한다는 ‘빌레못카페’에서 차도 한 잔 마셨다. 주인은 서울로 놀러 갔다는데도 3층에 있는 카페 문은 열려 있었고 사모님이 전화를 해보니 그냥 올라와서 차 마시고 놀다 가도 된다고 허락을 했다고 한다. 주인이 수작업으로 제작했다는 음악 CD까지 얻은 뒤 시간이 남은 친구 부부는 그 주변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기로 했고 우리는 사모님과 작별한 뒤 시외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공항 오는 길엔 제주시내 제일교사거리에서 내려 사거리에 있는 ‘맛짱김밥집’에 들어가 급한대로 김밥을 먹었다. 간판에 ‘1200원 김밥의 위용’이라고 써있었던가. 김밥이 무척 맛있었다. 배가 고파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김밥집인데 의외로 김밥 맛이 아주 좋았다. 내용물보다 밥의 간이 아주 잘 맞아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김밥이 한줄에 1200원. 택시기사분 말씀이 ‘찾아와서 먹는 집’이란다. 운이 좋았다.



결론


5월에 두 사람만의 ‘애니버서리 주간’ 휴가를 내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중요한 일은 중요하게 여기고,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 그것을 추구하는 것.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내년엔 일본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다만 이번 여행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는 얺을 것 같다. 우리 둘은 평상시도 그렇지만 여행지에서는 특히 더 게으른 커플이니까.




(* 이 글은 아내 윤혜자가 공항에서 핸드폰으로 틈틈히 메모한 것을 받아 남편 편성준이 정리한 글입니다. 아래에 저희들이 다녔던 맛집과 숙소 중 추천할 만한 곳을 몇 군데 적어놓았으니 참고하시길)

_추천 맛집 : 월드컵공원 근처 수모루국수 / 한림 칠돈가 / 이태리식당 ‘포르체타’
_추천 명소 ;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 영아리오름 / 비오토피아
_추천숙소 : 성산가는길(제주시 구좌읍 상도리657 010-5549-9908) / 추의작은집(010-8878-5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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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마종기 



목판을 사서 페인트 칠을 하고 벽돌 장씩을 포개어 책장을 꾸몄다. 윗장에는 시집, 중간장에는 전공, 아랫장에는 저널이니 화집을 꽂았다. 책을 뽑을 때마다 책장은 아직 나처럼 흔들거린다. 그러나 책장은 모든 사람의 과거처럼 집안을 채우고 빛낸다.


어느 혼자 놀던 아이가 책장을 밀어 쓰러뜨렸다. 책장은 희망 없이 방에 흩어지고 전쟁의 뒤끝같이 무질서했지만 그것은 이상 흔들리지 않는 가장 안전한 자세인 것을 알았다. 그러나 우리는 안전하지 않다.


나는 벽돌을 쌓고 책을 꽂아 다시 책장을 만들었다. 아이는 이후에도 쓰러뜨리겠지. 나는 그때마다 번이고 정성껏 쌓을 것이다. 마침내 아이가 흔들리는 아빠를 때까지, 흔들리는 세상을 때까지.





쉽게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오늘 아침에 신문에 실린 마종기 선생의 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좋은 글은 누구나 볼 수 있는 현상을 마치 신기한 것 보듯 하는 눈에서 시작하는구나. 

그리고 거기서 끝나는구나. 좋은 문장이나 멋진 수식은 죄다 개뿔이었구나.

다른 시선 하나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구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24205929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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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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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Week와 Interbrand가 선정한 세계 100대 슬로건입니다.

정말 불세출의 슬로건들이군요. 막연할 때 들여다보면 도움이 될듯 합니다. 

 

 

 

The Advertising Slogans of the Business Week / Interbrand Top 100 Global Brands

 

 

1.COCA-COLA     Life tastes good.

 

2.MICROSOFT     Where do you want to go today?

 

3.IBM     And that's when it hits you. You're ready for IBM.

 

4.GE     We bring good things to life.

 

5.NOKIA     Connecting people.

 

6.INTEL     The centre of your digital world.

 

7.DISNEY     Come and live the magic.

 

8.FORD     Better ideas. Driven by you.

 

9.McDONALD'S      Did somebody say McDonalds?

                    Now... ''We love to see you smile'

 

10.AT&T     Boundless

 

11.MARLBORO     Marlboro Country.

 

12.MERCEDES     Follow whoever you are.

 

13.CITIBANK     Where money lives.

 

14.TOYOTA     The car in front is a Toyota.

 

15.HEWLETT-PACKARD     Invent.

 

16.CISCO SYSTEMS     Empowering the Internet generation.

 

17.AMERICAN EXPRESS     Don't leave home without it.

 

18.GILLETTE     Innovation is Gillette.

 

19.MERRILL LYNCH     Ask Merrill

 

20.SONY     Change the way you see the world.

 

21.HONDA     Independent thinking. (also: 'Simplify.')

 

22.BMW     The ultimate driving machine.

 

23.NESCAFE     Awaken your senses.

 

24.COMPAQ     Inspiration technology.

 

25.ORACLE     Oracle software powers the internet.

 

26.BUDWEISER     True. (Also 'This Bud's for you.')

 

27.KODAK     Share moments. Share life.

 

28.MERCK     It's your future. Be there.

 

29.NINTENDO     Feel everything.

 

30.PFIZER     Life is our life's work.

 

31.GAP     Gap Denim. Wear it now.

 

32.DELL     Connecting to your needs.

 

33.GOLDMAN SACHS     Minds. Wide open.

 

34.NIKE     Just do it.

 

35.VOLKSWAGEN     Drivers wanted.

 

36.ERICSSON      Make yourself heard.

 

37.HEINZ     Mine's gotta have Heinz.

 

38.LOUIS VUITTON     The spirit of travel.

 

39.KELLOGG'S     Have you woken up to Kellogg's corn flakes?

 

40.MTV     We're watching.

 

41.CANON     Imaging across networks.

 

42.SAMSUNG     Everyone's invited.

 

43.SAP     The best-run e-businesses run SAP.

 

44.PEPSI     The joy of Pepsi.

 

45.XEROX     The digital doc-ument company.

 

46.IKEA     Make a fresh start.

 

47.PIZZA HUT     Great pizzas. Great times.

 

48.HARLEY-DAVIDSON     The legend rolls on.

 

49.APPLE     Think different.

 

50.GUCCI     The hand of Gucci.

 

51.KFC     No on-e does chicken like KFC.

 

52.REUTERS     For people in the know.

 

53.SUN MICROSYSTEMS     Take it to the nth.

 

54.KLEENEX     Thank goodness for Kleenex.

 

55.PHILIPS     Let's make things better.

 

56.COLGATE      The world leader in oral care.

 

57.WRIGLEY'S     For a cleaner whiter smile.

 

58.AOL     So easy to use, no wonder we're the world's No.1.

 

59.YAHOO!     Do you Yahoo?

 

60.AVON     Let's talk.

 

61.CHANEL     Share the fantasy.

 

62.DURACELL      The most powerful alkaline battery in the world.

 

63.BOEING     nulle destination. A world of solutions.

 

64.TEXAS INSTRUMENTS     The world leader in DSP and analog.

 

65.KRAFT     You know you want it.

 

66.MOTOROLA     Intelligence everywhere.

 

67.LEVI'S     Originality - Integrity - Innovation.

 

68.TIME     Both sides of the story explored weekly.

 

69.ROLEX     Perpetual spirit.

 

70.ADIDAS     Long live sport.

 

71.HERTZ     Suddenly, you're free again.

 

72.PANASONIC     Just slightly ahead of our time.

 

73.TIFFANY     America's house of design since 1837.

 

74.BP     Beyond petroleum.

 

75.BACARDI     Latin spirit in every on-e.

 

76.AMAZON.COM     A real company in a virtual world.

 

77.SHELL     Moving at the speed of life.

 

78.SMIRNOFF     There's vodka and then there's Smirnoff.

 

79.MOET & CHANDON     L'esprit Mo? & Chandon.

 

80.BURGER KING     It's all about the burgers.

 

81.MOBIL     Exceed. Why compromise.

 

82.HEINEKEN     It's all about the beer.

 

83.THE WALL STREET JOURNAL     Adventures in capitalism.

 

84.BARBIE     Gotta B ...

 

85.POLO/RALPH LAUREN     Active headquarters.

 

86.FEDEX     This is a job for FedEx.

 

87.NIVEA     It helps protect your skin.

 

88.STARBUCKS     Your home from home.

 

89.JOHNNIE WALKER     Keep walking.

 

90.JACK DANIELS     Some things never change.

                     Jack Daniel's is on-e of them.

 

91.ARMANI     Designs for the face.

 

92.PAMPERS     We're right behind you. Every step of the way.

 

93.ABSOLUT     Absolut revealed.

 

94.GUINNESS     Good things come to those who wait.

 

95.FINANCIAL TIMES     No FT, no comment.

 

96.HILTON     It happens at the Hilton.

 

97.CARLSBERG     Probably the best beer in the world.

 

98.SIEMENS     Be inspired.

 

99.SWATCH     Time is what you make of it.

 

100.BENETTON     United colors of Bene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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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함께 여행을 갔던 친구가 남해에서 말했다. 
"저는 할리 데이비슨을 모는 게 꿈이에요."

내가 말했다. 
"빨리 사세요. 오십견 오면 핸들에 팔도 안 올라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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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회사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회사 이사를 앞두고 놀리기만 하던 마당에서 고기라도 구워먹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온 김에 카피라이터와 PD들이 급히 고기를 사러 가고 숯을 대령하고 했던 것이다. 고기가 구워지기 직전 잠깐 어지러웠던 나는 우연히 내 책꽂이에서 신형철의 [몰락의 에티카]를 꺼내 펼쳐들었다. 정말 아무데나 펼쳤는데 거짓말처럼 시 제목이 '애인은 고기를 사고'였다. 뭐 이런.





애인은 고기를 사고 



이민하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나풀나풀 스웨터를 벗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상추를 사고 깻잎을 사고 나는 원피스를 벗고 코르셋을 벗고 피어오르는 솜털들을 벗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닦고 있던 거울에 매달려 낮잠을 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검은 페인트로 정원수를 칠하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심이 까만 연필을 밤새 깎는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흑연 가루에 목이 메어 눈에서 구름을 뚝뚝 흘린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배꼽을 어루만지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붉은 신호등을 어깨에 매달고 달려간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산부인과에 다녀오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손목의 피를 풀어 욕조에 잠긴다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구급차에 실려 가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의사를 사랑하고 애인은 고기를 사고 나는 자궁을 꿰매고 애인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고기를 사고 나는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구두를 닦고 애인은 스무 해째 고기를 사고 나는 애인이 있는 정육점을 지나 스무 해째 엘리베이터를 타고 훨훨훨 공중으로 하관되고 애인은 정육점에 배달된 나의 엘리베이터를 끄르고




장정일이 새파란 시인이던 시절에 쓴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 버전 업되어 나타난 것처럼 경쾌하고 개성 넘치는 시였다. 그러나 난 시를 잘 모른다. 그녀는 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고양이는 골목의 사생활입니다. 그리고 시는 세계의 사생활입니다. 길 위에는 산책하는 시, 굶주린 시, 낮잠을 즐기는 시, 병에 걸린 시도 있고, 집 안에는 사람들이 떠받드는 시, 갇혀 버린 시도 있습니다. 그러다 사람들 모르게 탈출하는 시, 사람들 모르게 죽어가는 시들이 있습니다. 거리에는 시가 넘치지만 세계의 화합이나 질서나 품위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는 세계의 사생활을 지켜줍니다. 그것이 시가 공동체에 가담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이민하의 이 시를 읽고 평론가 신형철은 "그녀의 시는 관습적인 서정시를 면도칼(환상)로 자해하며 흘리는 붉은 피다"라고 썼다. 참 대단한 시에 대단한 평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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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기가 두려워질 때 나는 레이먼드 카바의 책을 펴서 "소설가가 그 근처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구절 아래 그어놓은 밑줄을 확인하곤 한다. 만약 어떤 시대처럼 소설가가 지식인이고 스승이란면 나는 소설을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회사에 있던 은희경의 단편집 [타인에게 말걸기]를 뒤적이다가 작가후기에서 발견한 글. 그렇다.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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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읽다보면 '네온사인처럼 빛나는 별'이란 표현이 나오는 경우가 있죠. 사실은 별이 먼저인데 어쩌다 보니 뒤에 나온 네인사인에 별이 비유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코카콜라가 새로 기획한 이 캠페인도 그런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우리가 SNS에서 무심코 쓰고 있는 Social, Follow, Group chatting, Save, Tag... 등등의 단어가 원래는 어떤 뜻이었는지, 그리고 그 단어들이 실생활에서는 어떤 질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광고입니다. 

술집 테이블에 휴대폰을 층층이 쌓아놓고 먼저 사용하게 되는 사람이 술값을 내자는 캠페인도 그렇고 SNS 없이는 못 사는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SNS를 줄이자는 얘기가 신선하게 들리는 현상 역시 씁쓸한 패러독스이긴 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 메시지조차 SNS를 통해 접하게 될 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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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한 여덟 살이나 아홉 살 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동양방송(지금의 JTBC인데 1980년 군사정권 때 KBS로 통폐합 되었죠. 중앙일보가 그때의 억울함 때문에 그리 이를 악물고 종편을 따냈던 것입니다)에 'TBC향연'이라는 교양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어느날 거기에 이은관이라는 불세출의 국악인이 나와 배뱅이굿을 완창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부잣집 딸 배뱅이의 혼을 달래는 굿마당을 지나던 주인공은 공짜술이나 한 잔 얻어먹을 요량으로 그 집에 들어갔다가 졸지에  박수무당 노릇을 하게 됩니다.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던 주인공은 마침 배뱅이 할아버지의 갓을 찾는 기발한 꾀를 내는 바람에 '배뱅이의 환생'으로 행세를 하게 되죠. 저와 저희 형은 정말 넔을 잃고 그 프로를 끝까지 다 보았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꼬장꼬장하게 완창을 하던 이은관 씨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그런데 그 후로는 국악이나 마당극을 볼 기회가 거의 없었죠. 더구나 저는 대학 때 통기타 동아리를 하는 바람에 국악과는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어습니다. 그래도 어쩌다 마당극이나 판소리 공연은 보게될 때면 그 때마다 참 신기합니다. 고수와 함께 소리꾼 딱 한 사람이 나와 두어 시간 쉬지 않고 소리도 하고 사설도 늘어놓고 하는데 그 원맨쇼에 관객들은 훌러덩 빠져들어 어느 순간은 깔깔깔 웃고 어느 대목에선 불현듯 눈시울을 붉히곤 하니까요. 서로 아는 처지니까 좀 봐주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소리꾼이 변신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그가 제시하는 캐릭터마다 동화되어 사사건건 기꺼이 그의 마술에 빠집니다.


지난 일요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1인 창극 '눈먼사람'. 소리꾼 김봉영 씨가 극본을 쓰고 직접 출연까지 했습니다. 공연 첫날이라 음향 상태가 간혹 좋지 않았고 소리꾼의 목도 많이 잠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심청전을 '조금'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를 맹인 이야기꾼으로 만든 뒤 멍석까지 한 장 깔아주니 아주 그럴듯한 무대가 완성되었습니다. 게다가 마당극의 흐름을 튼튼하게 받쳐주는 북은 물론 드럼, 신디싸이저 등으로 풍부한 음향을 만들고 그 위에 아쟁 연주로 방점을 찍으니 객석 여기저기에선 스스로 '고수'를 자처하고 앞다투어 추임새를 넣는 지경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비록 목소리는 잠겨 고생을 했고 마지막에 수염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집중력도 떨어지긴 했지만 김봉영은 역시 베테랑 소리꾼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능수능란하게 소리와 사설을 자유자재로 섞어 스토리텔링을 완성했고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 때마다 특유의 애드립으로 오히려 관객들을 더 즐겁게 했습니다. 특히 이날 공연은 맨 앞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관객 한 분에게 심봉사가 시비를 살짝 걸어봤는데 이 분이 의외로 넉살 좋게 대거리를 척척 잘 해주는 바람에 더 즐거운 공연이 되었습니다. 푸른색 도포와 지팡이 하나만으로도 어찌나 입체적인 공간과 감성을 잘 표현해 내던지 그가 웃을 땐 객석 전체가 동시에 웃음바다였고 그가 눈물을 보일 때면 객석 여기저기서 그렁그렁한 눈망울들이 반짝였습니다.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던 중간까지의 극의 흐름에 비하면 "자, 오늘 내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요. 그러니 이제 다들 돌아가시오..."라고 말하는 마지막은 다소 허탈했죠. 기-승-전-결을 기대했던 관객에게 '기-승-전-허탈'을 선물했다고나 할까. 마지막에 이 극이 탄생하게 된 기획 뒷이야기나 에피소드 등으로 짧게 한 대목만 더 만들어 '매조지'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뭐, 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아마 첫 공연이었기도 했고 또 제가 그날 연극을 본 뒤 대학로에서 편안하게 한 잔 하지 못하고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곧바로 회사로 돌아가 회의를 하는 바람에 더 그런 심통이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판소리 공연을 한 편 보아 매우 좋았습니다. 더구나 제게 이런 공연을 시시때때로 저렴한 가격에 보여주시는 오준석PD 같은 분이 계시니, 어찌 좋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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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인간성에 관한 일이고 인류의 미래에 관한 일이기에 민족감정 따위에 엮어 묶을 수 없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와 단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객관화해야 한다. 


'현상은 복잡하다. 그러나 법칙은 단순하다'라는 리차드 파인만의 말은 인생에서 뭔가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을 때마다 매번 유용한 지표가 됩니다. 일본인으로 태어나 일본 문화를 사랑하고 아꼈지만 극우 정치가나 제국주의자, 전범들을 미워했다는 황현산 선생의 스승. 황현산 선생은 웬디 셔먼 미국무부정무차관의 발언을 다루면서 과거 자신을 가르친 스승님을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스승 같은 사람에겐 어떤 사안을 바라볼 때 그게 옳으냐 그르냐만 중요할 뿐 민족의 입장이나 개인적인 친분 등은 전혀 고려대상이 안 되기 때문이죠. 어때요, 참 간단명쾌하죠? 훌륭한 선생에게 좋은 가르침을 받은 덕분에 제자 황현산은 이제 이렇게 이 시대의 좋은 '선생'이 된 것이겠지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06205411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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